日의 '사과' 기대에 美 "사과하러 가는 것 아니다"

[소비자경제=한민철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広島)를 방문하는 것에 일본과 중국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역사적 히로시마 방문을 할 예정이라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당사국인 미국의 대표로서 처음으로 피폭지 히로시마를 찾게 된다.
이에 일본은 미국 정상이 과거 원폭투하에 대한 ‘사과’를 하러 온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는 같은 날 밤 일본 기자단에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모든 희생자를 일본과 미국이 함께 추도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피폭의 실상을 접하고 그 마음과 생각을 세계로 발신하는 것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사용한 나라의 지도자가 함께 희생자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이 희생자와 지금도 괴로워하는 사람들에 마음에 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의 환영뿐만 아니라 일본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과 그의 원폭투하에 대한 사과를 기대하는 기사를 대서특필 하는 반면 중국 언론들은 경계심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국영통신인 신화사는 같은 날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결정에 대해 크게 보도하며 일본 측의 반응에 대해 강한 비난을 뎐졌다.
신화사는 “일본이 피폭국으로서 긴 세월동안 전쟁의 피해자로 자신들을 그려왔지만, 원폭투하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언급은 좀처럼 하지 않았다”며 “침략전쟁의 가해자로서의 이미지를 희석하고 피해자로서의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부 외신들은 중국이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일본과 미국의 연대 강화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며,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전승국’으로서의 중국의 입장을 명확히 내세워 영향력을 과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백악관은 원폭투하에 대한 사과는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과거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로 해석되는 것은 잘못”이라며 “원폭투하의 시비를 따지는 것이 이번 방문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민철 기자 npce@dailyc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