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의 무리한 판촉전 영향이라는 지적

▲ 은행권에서 개설한 ISA의 대부분이 깡통계좌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포커스뉴스)

[소비자경제=한민철 기자] 은행권에 개설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대부분이 ‘깡통계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의 계좌유치 목표를 위한 무리한 판촉전을 벌인 결과라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이 9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실에 제출한 ‘ISA 금융사 가입금액별 계좌 현황 자료’에 따르면, ISA가 출시된 지난 3월 14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은행권에 개설된 계좌 136만 2800여개 중 74.3%에 해당하는 101만 3600여개는 가입액이 1만원 이하인 사실상의 ‘깡통계좌’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능통장’으로 금융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총 가입금액은 6311억여원인 것으로 심지어 100원 이하인 초소액 계좌도 2.0%인 2만8천100여개에 달했다. 이들 계좌 가입액은 총 150만원으로, 계좌당 평균액은 53원이었다.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ISA를 주요 투자성 저축통장으로 생각하기 보다 미미한 액수로 개설에 의의를 둔 경우가 훨씬 많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일부 은행이 ISA 도입 초기에 직원들의 계좌 유치 목표를 설정하는 등 무리한 판촉전을 펼쳐 이런 결과를 양산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은행보다 평균 가입액이 큰 증권사에서도 깡통계좌가 상당수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 한 달간 증권사에서 개설된 ISA는 14만 2800여개로 가입액은 3877억여원이었지만, 이들 계좌 중 1만원 이하 계좌가 36.4%인 5만 2000여개에 달했다.

특히 1000원 이하 계좌는 12.6%인 1만 8000여개, 100원 이하 계좌는 7.2%인 1만200여개로 밝혀졌다.

민병두 의원은 “금융회사들이 과도한 실적경쟁을 벌여 깡통계좌가 넘쳐나고 있다”며 “ISA가 진정한 국민 재테크 통장으로 거듭나려면 외양보다는 내실부터 다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여의도 증권가 한 금융사의 홍보팀 과장은 “이번 결과는 ISA 출시 초기 금융사별로 무리한 실적올리기가 큰 원인이었고, 고객들도 방송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ISA의 장점만을 보고 별 거부감없이 너도나도 가입하다 보니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에 ISA에 대한 제대로 된 홍보와 안내가 절실하고 고객들도 ISA 가입을 충분히 고민하고 알아보신 뒤 하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민철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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