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주 발행 전무, 지배구조 변화 등 논란거리만 양산


[경제타임즈=김희일 기자] 삼성생명이 최근 상장을 했지만 이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이 증폭되고 있다.

비상장 회사가 상장을 추진할땐 신주를 발행해 성장을 위한 새로운 자금을 마련하거나 지배주주가 구주를 매각해 기업가치를 성장시켜 이익을 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이번에 공모한 총 4443만 7420주는 모두 삼성차 채권단과 신세계,CJ 등 삼성으로부터 계열분리된 친족그룹이 보유한 물량이었다.

13일 참여연대, 경실련등 시민단체(이하 시민단체)에선 삼성생명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지 않았으며 이건희 회장 등 지배주주가 기존 주식을 팔지도 않은 참으로 이상한 상장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상장 이후엔 불특정 다수의 외부 소액주주가 생기고, 이들 사이에 끊임없는 주식거래가 이뤄지기 마련이다. 상장회사는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를 위한 보다 엄격한 제한도 따른다.

삼성생명이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주를 발행치 않았다는 것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점차 논란거리가 될 조짐이 일고 있다.

시민 단체 관계자는 "작년 11월 삼성생명이 처음 상장 계획을 발표 하면서 2015년 글로벌 톱 15위권 진입을 위한 자본확충차원에서 상장을 추진한다고 약속 했던 점"을 지적했다. 신주 발행이 많은 비용이 드는 자금조달 방식이라서 신주 발행을 자제했다면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생명은 지난 2009년 12월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309.8%에 이르는 우량보험사로 경쟁사인 대한생명의 228.1%나 교보생명의 243.3%를 훨씬 능가하는 규모다. 삼성생명이 국내시장에서만 경쟁하겠다면 굳이 신주 발행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세계 30위권에서 15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 외국계 생보사 인수등 글로벌 전략을 펼치겠다고 약속한바가 있다. 단연, 자본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확실성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은 신중한 선택은 충분히 요구 될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삼성생명이 작년 11월에 글로벌 톱 15위권 진입을 운운했던 배경엔 '삼성생명의 상장으로 향후 그룹 지배구조와 승계구도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것을 피하고자 하는 성동격서(聲東擊西)전략을 펼친것으로 보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이번 상장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이 기존 보유 주식에 대한 매각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은데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소위, 천문학적인 액수의 상장차익 실현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매각에 나서지 않은데 따른것이다.

시민단체측은 삼성이 안고 있는 고민이 이런 행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우선, 삼성그룹을 둘러싼  법적 논란 중 하나인 에버랜드의 금융지주사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에버랜드는 불과 얼마 전까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였고, 삼성그룹 전체의 사실상 지주회사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사장 → 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는 이재용 부사장이 제 3대 총수로 등극하기 위한 핵심고리란 것이다.

하지만  이 출자고리엔 치명적 약점도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상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생생명 지분의 가치가 에버랜드 자산총액의 50%를 넘으면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고, 그 자회사(삼성생명)가 비금융 손자회사(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이 된다. 이럴경우 명백한 금융지주회사법 위반인 것이다.

이럴경우, 삼성이 꿈꿔온 금융강국의 꿈은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더구나 작년에 금융지주회사법이 개정되면서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됐지만 제약조건 만큼은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건희 회장에게 일생일대의 치욕 사건인 김용철 변호사 사건이 이 문제 해결에 거꾸러 도움을 주고 말았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제약은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있을때만 적용된다. 하지만 삼성특검이 찾은 차명주식을 실명전환하는 과정에서 그만,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에버랜드(지분율 19.34%)에서 이건희 회장(지분율 20.76%)으로 바뀐것이다. 에버랜드의 금융지주사 문제가 순식간에 해결되어 버린 것이다.

삼성생명이 상장을 추진케 된 배경엔 삼성특검이란 선물이 있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건희 회장을 잡으려던 삼성특검이 오히려 삼성에게 최대의 선물을 안긴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1.42% 이상의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다시 에버랜드가 최대주주가 된다. 금융지주사 문제는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이런까닭에 이건희 회장이 구주매출에 선뜻 나서지 못한 것이다.

둘째,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지분은 그룹의 지배구조와 승계구도를 위한 핵심자산들이다. 이들 자산의 처분은 (그 대상이 3세 자녀들이건, 계열사이건, 공익재단이건, 또는 우호적 제3자이건 간에) 3세 자녀들로 승계되거나 계열분리를 위한 밑그림이 완성된 이후에 가능하다.

삼성의 기업 문화와 이건희 회장이 건재하는 상황에서는 이 밑그림은 완성되지 않는다. 삼성왕국에 왕이 둘 일 수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 파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시민단체측은  삼성생명이 신주 발행도 없고 지배주주의 구주 매출도 없이 '이상한 상장'을 한 이유는 결국 이건희 회장의 삼성차 부채처리 매듭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말한다. 다만, 이건희 회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할지, 향후 이건희 회장과 그 자녀들, 그리고 가신들이 펼칠 불확실한 파워 게임의 향방에 달린 것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같은 삼성생명의 이상한 상장 추진이 삼성생명이란 개별회사의 독립적 경영판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건희 회장을 둘러싼 마지막 법률적 위험, 즉 삼성차 부채처리를 위한 것이든, 3세 경영승계를 위한 계열분리 시동 이던지, 그것은 그룹과 그룹 총수 일가 차원의 판단물이기 때문이다.

비상장 회사가 상장으로 지배구조상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는 것이 통상적인 예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삼성생명의 상장은 오히려 해당 회사는 물론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상 불확실성만 더욱 가중시키는 이상한 상장이라고 할수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의 최종 향배는 지금 이 순간 이건희 회장도 알지 못할 것이다. 비록 불법은 아니지만 삼성생명의 이상한 상장은 향후에도 논란거리로 존재할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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