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 계약후 통지사항, 상법상 개정없는 한 변경 힘들어

▲ 보험업계에 규제완화 바람이 불고 있지만, 계약 후 변경사항 통지의무에 대한 변경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 (출처=픽사베이)

[소비자경제=한민철 기자] 보험 가입시 서류작성과 기타 절차가 간소화되는 등 보험업의 잇단 ‘규제완화’가 환영받고 있지만, 보험가입자들이 여전히 불편을 호소하는 계약 후 변경사항 통지의무에 대한 변경의 논의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보험 가입시 서류 및 절차 대폭 간소화’를 발표하며 보험가입 시 서명과 기타 서류작성 등에 따른 가입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가입서류 및 가입절차를 간소화하며, 동시에 소비자보호를 위한 안내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과거 다수의 보험계약자들이 가입 시 자필서명과 기타 서류 등의 기재사항들이 불필요할 정도로 많아 불편을 겪은 것은 사실이었다. 이에 계약자들 중에는 핵심내용을 오히려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일부 설계사들은 계약자의 중도변심을 막고 불편을 덜기 위해 ‘대필’을 하며 불완전판매 원인을 낳기도 했다.

금융위는 이번 개선방안으로 소비자 보호가 실질적으로 강화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지만, 이번 개선안처럼 신규 보험계약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보험에 가입 중인 사람들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을 계약할 때 소비자들은 청약서와 계약전 알릴 의무사항 그리고 상품설명서 등의 서류에 계약사항에 대해 작성하며 설계사 등 보험사 측으로부터 주요 사항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중 청약서 또는 계약전 알릴 의무사항 내에 포함된 ‘고지사항’에는 계약자 자신의 질병이나 검진 및 사고 이력, 기타 특이사항을 적게된다.

이를 정확히 기재해야 그에 알맞은 보험료 산정이 가능하며 보험사 입장에서도 가입 희망 소비자에 대한 가입 인수 혹은 인수거절 결정을 할 수 있다. 만약 이를 위반했다면,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임의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물론 보험소비자들이 보험사에 중요 고지사항을 가입 전에 미리 알려야 하는 것은 의무다. 그런데 문제는 계약 체결 이후에도 알리는 것 역시 ‘통지의무’로 규정돼 기본적으로 가입자들의 ‘깜빡했다’는 해명을 용인해주지 않는 보험사 입장에서 계약 이후의 통지의무에도 계약전 고지의무와 비슷한 처리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이 고지사항에 관해서는 오래 전부터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있었고, 이를 둘러싸고 고지의무 위반 및 보험금 지급에 대한 소비자와 보험사 간 갈등이 유발된 사례도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지의무 분쟁 관련 사건만 2012년 1452건, 2013년 1095건, 2014년 1116건으로 매년 1000건 이상을 접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보험 가입 후에도 소비자들은 변경사항에 대해 보험사 측에 통지할 의무가 있다. 물론 이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존재한다. (출처=픽사베이)

문제는 이미 보험에 가입한 대부분의 보험 소비자들이 계약 이후 과연 어떤 것을 통지해야만 하고 어떤 것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이로 인한 분쟁과 소비자 피해사례 역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보험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사례로 보험에 가입한 한 소비자가 가입 이후 오토바이 면허를 취득해 얼마 뒤 사고가 났지만, 보험금을 한푼도 타지 못한 사건이 있다.

보험사 측에서는 가입자가 오토바이 면허를 얻게 된 사실을 사측에 고지를 하지 않아 보험금 지급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소비자는 오토바이 면허를 따고 오토바이를 구입한 사실마저 보험사에 다시 고지해야 하는 줄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특히 보험 통지의무에는 ‘보험계약 후 계약 전보다 위험 직군으로 이직했을 때’ 그리고 ‘보험가입 시점에는 하지 않았던 위험요인이 있는 취미활동을 정기적으로 가지게 된 경우’ 등 소비자 입장에서 ‘애매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항들도 포함된다. 이 역시 계약 후 지체없이 통지하지 않는 다면 위반 사유에 해당해 계약 해지와 보험금 면책 처분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금융당국에서 보험사에 대한 규제완화와 함께 그동안 소비자들이 불편을 제기해 왔던 부분에 대해 변화에 조짐이 보이면서, 이 계약 후 통지사항에 대한 보다 소비자 중심의 입장에서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계약 후 통지의무는 보험업법 관련 사항은 아니며 상법 652조 보험편에서 담고 있는 사항”이라며 “이 부분은 상법이 개정하지 않는 이상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사항들은 보험약관에도 제시가돼있고 상법의 내용자체를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내용들을 소비자가 잘 알고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조항자체를 변경하기 보다도 금융소비자에 대한 교육강화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도 “설계사들에게 계약 이후 통지의무 사항에 대해 가입자들에게 보다 자세히 설명하도록 직원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에서도 이와 같은 조항들이 나와있기 때문에 전 보험사들이 해당 조항을 강제로 바꾸지 않는 이상 이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직원들과 소비자들에 대한 보험교육을 앞으로 더욱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민철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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