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道 '토종빵집'이 전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출처=삼송빵집 홈페이지)

[소비자경제=한민철 기자] 파리바게트·뚜레쥬르 등과 외국계 브랜드 제과업체들이 발을 넓히며 중소제과점이 설자리를 잃어가는 요즘, 지방 3도(道) ‘토종빵집’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마치 만화 타짜에서 등장인물 고광렬이 “경상도의 짝귀, 전라도의 아귀”라며 전국의 화투고수를 나열하듯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3도(道)에는 빵집의 고수들이 있다. 그것은 대구의 명물 ‘삼송빵집’과 전주의 ‘PNB풍년제과’ 그리고 대전의 ‘성심당’이다.

▲ (왼쪽부터) 삼송빵집, PNB풍년제과, 성심당 (출처=PNB홈페이지, 성심당 페이스북)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성장했던 이들 3곳의 베이커리들은 최근 전국배송서비스 실시와 체인점 확대 등을 통해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맛에 식상함을 느낀 8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실제로 삼송빵집과 PNB는 각각 본점이 위치한 대구와 전주뿐만 아니라 서울 압구정과 삼성동 현대백화점 식품매장 코너에서 소비자들의 대기행렬이 생기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또 대전역에는 성심당 빵을 구입한 종이가방을 들고있지 않은 사람들 오히려 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대형 프랜차이즈와 외국계 브랜드 제과업체들에 맞서 ‘토종빵집’의 자존심을 살리고 있는 3도 빵집의 맛과 역사, 경영철학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 “진짜 마약 넣은 거 아니라예.” 마약빵 ‘삼송빵집’

지나치게 맛있어 중독성을 느끼게 하는 음식 앞에 흔히 ‘마약’이라는 단어를 넣는다. ‘마약떡볶이’나 ‘마약김밥’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제과류계의 마약 음식을 만드는 곳이 있다. 바로 대구의 명물 ‘삼송빵집’이다.

지난 1957년 대구 남문시장에서 ‘삼송제과’로 시작한 삼송빵집은 현재 본점자리인 대구 동성로로 1987년에 이전, 3대째 가게를 이어오며 대구 빵집의 대표이자 경상도 제과점의 자존심으로 불리고 있다.

▲ 삼송빵집 마약빵과 다양한 메뉴의 빵들

‘추억의 맛을 선사한다’는 목표로 과거부터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소보로 팥빵과 호두 단팥빵, 야채고로케 등을 주 메뉴로 내세우고 있지만, 삼송빵집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바로 마약빵으로 불리는 ‘통옥수수빵’이다.

겉은 고소하고 달달한 맛을 느끼게 하는 가루가 듬뿍 묻어있고, 속은 톡톡 씹히는 식감의 옥수수와 마약빵의 특제소스가 아낌없이 들어가 중독성을 유발한다.

▲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입점 중인 삼송빵집

지난해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압구정점, 판교점에도 삼송빵집이 들어오며, 이 마약빵의 맛은 수도권 소비자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며 쇼핑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삼송빵집은 4월 중 인천 송도와 서울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에도 입점을 앞두고 있고, 다음달에는 만쥬와 호박빵 등 신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 “마트 초코파이랑 차원이 다르당께요.” 명품 초코파이 ‘PNB풍년제과’

흔히 초코파이라고 하면 맛으로 정(情)을 느끼게 해준다는 오리온 제과의 초코파이를 떠올리게 된다. 이에 전주의 PNB풍년제과는 “명품 초코파이는 따로있다”며 오리온 초코파이와 다른 차원의 맛을 보여주고 있다.

▲ PNB풍년제과의 오리지널 초코파이 (출처=PNB홈페이지)

지난 1951년 전주시 중앙동에 문을 연 PNB풍년제과는 전주 본점에서 60년간 3대째 그 ‘역사적인’ 맛을 이어오고 있다. 창업자 故 강정문 씨가 직접 구워 지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오리지널 센베 과자를 주메뉴로 시작해 현재는 ‘PNB 초코파이’를 대표메뉴로 내세우며 사람들에게 ‘전주’라고 하면 ‘비빔밥’ 다음으로 ‘초코파이’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PNB매장

삼송빵집과 마찬가지로 현재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압구정점에 입점한 PNB는 아쉽게도 수도권 점포 확장 계획은 없지만, 최근 본점에 특별한 공간을 만들며 중년 소비자들의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

오늘날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이 만남의 장소라면, 빵집이 젊은이들의 아지트이자 미팅 장소였던 1980년대 그 시절 전주거리는 PNB풍년제과 2층이 대표 만남의 장소였다.

▲ 재오픈한 PNB본점 2층 추억의 공간 (출처=PNB 홈페이지)

PNB는 그때 그 시절 추억의 장소인 2층 매장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하며 최근 재오픈했고, 초코파이의 달달한 맛과 함께 중년층 소비자들에게는 추억을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색다름을 제공하고 있다.

◆ “대전역에서 성심당 종이가방 안들면 간첩이에요.” 대전의 식(食)문화 ‘성심당’

대전역 대합실에는 항상 진기한 풍경이 펼쳐진다. 기차를 기다리는 대부분 사람들의 손에는 ‘聖心堂’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종이가방이 들려있기 때문이다. 모두 대전에 왔으니 ‘이 빵’은 반드시 사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빵’의 정체는 대전의 자랑거리이자 이곳 식(食)문화를 대표하는 베이커리 성심당에서 찾을 수 있다.

▲ 성심당의 튀김소보로 (출처=성심당 페이스북)

지난 1956년 대전역 앞 찐빵집에서 시작한 성심당의 오늘날 대표 메뉴는 단연 ‘튀김소보로’다. 흔히 소보로빵이라고 하면 차갑고 부드럽게 먹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성심당의 소보로는 뜨겁고 바삭하다.

튀김같은 식감이 들지만 느끼하지 않고, 소보로의 고소함과 단맛이 한층 더해진 성심당의 튀김소보로 맛은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식탁 위에도 올라온 적이 있다.

▲ 빵과 부추가 묘하게 궁합이 잘맞아 인기가 많은 성심당의 부추빵

튀김소보로와 쌍벽의 인기를 이루는 ‘부추빵’은 빵 속에 부추를 넣는다는 기발함과 빵과 부추라는 미묘하지만 잘 어울리는 궁합에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대전역을 ‘성심당 백화점’으로 방불케하는 이유는 성심당 빵이 유명한 점도 있지만, 타 지역에서는 성심당 점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지난 2013년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성심당 임시매장 풍경. 고객들은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출처=성심당 페이스북)

‘서울에서 임시매장을 열었다 하면 최소 1시간 대기’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수도권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성심당이지만, 아쉽게도 성심당은 수도권 지역에 체인점을 낼 계획은 없다.

이는 창업주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성심당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체인점을 내다보면 맛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한결같은 맛을 제공하기 위한 회사방침”이라고 말했다.

▲ 창립 60주년을 맞은 대전의 명물 성심당 (출처=성심당 페이스북)

성심당은 올해 창업 60년을 기념한 메뉴를 출시한다. 과거 성심당 메뉴의 추억을 자극하는 소금빵 등의 기념빵을 만들고, 성심당 종이가방에는 ‘60년’과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이라는 문구를 새겨 창업 60주년 기념과 함께 대전 명물이라는 상징성을 더욱 드높일 예정이다.

3도의 토종빵집은 맛과 정성으로 추억을 전달한다. 또 빵 하나로 그 지역의 상징과 문화를 대표한다. 무엇보다도 8도 전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동의 맛을 선사한다. 이것이 바로 대형 프랜차이즈와 외국계 빵집에서 볼 수 없는 삼송빵집·PNB풍년제과·성심당 토종빵집의 힘이다.   

 

한민철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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