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경제=한민철 기자] 저축은행이 평균 예금금리의 5배를 넘는 금리로 대출 장사를 하면서 이자마진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주로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저축은행사들도 고금리에 대한 입장은 있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의 이자 순이익의 잠정치는 2조4992억원으로 전년(2조150억원)보다 24%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자 순이익은 저축은행이 대출 후 거둔 이자 등 이자수익에서 예금 수신과 채권 발행 등으로 나가는 이자비용을 뺀 마진을 의미한다. 이번 이자 순이익 결과는 ‘깜짝 반등’으로 4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의 이자 순이익은 2011년 3조원에 육박했지만,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 저축은행 부실운영 사건 등으로 고객이 줄면서 지난 2012년에는 2조894억원으로 급감했고 2013년 2조472억원, 2014년 2조150억원으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다수의 저축은행들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고금리 신용대출을 늘렸다. 특히 고객들에게는 저금리로 예금을 받고, 반대로 신용대출은 금리를 높혀 제공하며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이 대폭 커졌다.
실제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저축은행의 예대마진은 9.78%를 기록했다. 2년 전 7.21%에 비해 2.57%p나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2.86%에서 2.12%로 0.74%p 낮아졌고,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대출금리는 연 10.07%에서 11.9%로 1.83%p 올랐다.
실례로 HK저축은행의 경우 27.9%가 넘는 고금리 신용대출 비중이 63.66%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친애저축은행도 고금리 대출비중이 절반에 육박했다.
그러나 저축은행사 측에서도 입장은 있었다. 저금리 기조가 수년가 지속되며 시중은행사와 보험사 등 금융업계 전반이 자산운용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비교적 높은 예적금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도 고금리 대출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국내 저축은행사 홍보팀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니 아무리 자산운용에 주력하더라도 예전만큼 큰 실적을 내기는 힘든 게 현실”이라며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편으로 자산운용 실적이 좋지 못하더라도 고금리의 이자를 줄 수 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저축은행사 관계자도 “저축은행의 대출을 이용하시는 고객들은 주로 신용등급이 떨어져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신 분들로 저축은행에서도 그만큼 위험감수를 해야하고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그래서 대출금리가 올라갈 수 밖에 없었고 이분들 중심으로 대출신청이 많다보니 평균 대출금리도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일 대부업법을 개정해 최고 금리를 34.9%에서 27.9%로 하향 조정했다.
한민철 기자 npce@dailyc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