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알코올, 연산 수치 없는데도 기존 위스키와 가격 비슷

▲ 골든블루는 4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위스키 시장 내 저도주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골든블루)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순한’ ‘달콤한’ 술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위스키 업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요즘, 가격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건강 지향적 음주문화가 확산되면서 위스키 시장은 내리막길의 연속이었다.

불황을 타파하고자 업계가 새롭게 눈을 돌린 것은 '저도(低度) 위스키 시장'이다. 지난해 40도 이상 위스키의 판매량이 22.3% 줄어든 반면 저도 위스키는 67%나 늘면서 저도주 열풍을 증명했다.

저도 위스키 유행을 이끌고 있는 골든블루는 올 1~2월 전년 동기대비 26% 늘어난 판매량으로 국내 위스키업계 2위(시장점유율 20.4%)에 올랐다. 윈저, 임페리얼, 스카치블루 등 국내 위스키업계의 오랜 삼파전 구도를 재편한 것이다.

최근 저도‧무연산 위스키의 가격 논란의 중심에도 골든블루가 있다.

저도 위스키의 경우 기존 제품에 비해 원액 함량이 적은데도 실제 판매가격이 비슷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골든블루는 지난 2009년 36.5도의 저도 위스키를 출시하며 시장을 개척했다. 또 2012년에 접어들며 12년산의 이름을 ‘사피루스’로, 17년산의 경우 ‘더 다이아몬드’로 바꿔 달았다.

특히 제품명에 원액 숙성기간을 없애며 연산 위스키에서 무연산 위스키로 리뉴얼,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알코올 함량이 떨어지고, 원액의 숙성기간이 불분명함에도 가격은 연산 위스키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보통 위스키 원액은 숙성 기간이 길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고 가격도 올라간다. 무연산 위스키에는 3년 이상만 숙성됐다면 어떤 원액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

숙성기간이 짧아지면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제조원가 자체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무연산 위스키가 연산 위스키보다 당연히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게 됐다.

실례로 페르노리카가 ‘순한 위스키’를 표방하며 지난해 10월 출시한 임페리얼 네온의 경우 도수는 40도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무연산이기 때문에 임페리얼 12년산(2만9380원)보다 13%가량 낮은 가격에 선보였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위스키 가격은 사실상 사용된 원액의 가치”라며 “원액을 더 많이 희석해 도수가 낮거나 연수가 적은 원액이 비중이 커졌다면 이를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골든블루 관계자는 “도수나 숙성 기간만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용된 보리나 오크통 차이에 따른 원액의 품질과 희소성, 증류기술, 블렌딩(원액 혼합) 노하우 등 다양한 요소가 가격에 반영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으로도 전체 위스키시장이 ‘저도수 위스키’로 재편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적정 가격’에 대한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스키를 고를 때 단지 도수나 숙성연수로만 제품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어떤 스타일이 자신에게 맞는지 따져 구매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높은 가격이 책정되고, 이를 온전히 소비자가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선 의구심이 많다.

대전시 중촌동에 사는 소비자 문일국(52)씨는 “숙성기간이 오래되지 않은 원액을 사용하면서도 가격이 같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그동안 같은 제품도 21년산, 30년산처럼 연식이 오래될수록 가격이 뛰었던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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