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한민철 기자] 형제 간 경영권 다툼으로 씨그러운 일본 롯데홀딩스의 임시 주총 결과를 두고 국내외에서는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은‘경영혼란 초래 말고 결과에 승복하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일본 언론은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우려했다.

▲ 임시주총 이후 취재진에 심경을 밝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출처=일본 FNN방송 캡처)

지난 6일 오전, 일본 도쿄의 본사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HD) 임시 주주총회에서 경영 일선 복귀를 목표로 둔 신동주 롯데HD 전 부회장은 신동빈 현 롯데HD의 부회장이자 롯데그룹 회장 등 경영진의 해임과 새로운 이사 선임을 제안했다. 그러나 의결권의 약 30%를 보유한 종업원 지주회가 반대하며 신동주 전 부회장의 제안은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주주총회가 끝난 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취재진에 “현 경영진의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압력이 있어 당사의 의안과 방침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오는 6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시 제안을 하기 위해 의안서를 제출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고 다시 한 번 형제간 ‘진흙탕 싸움’을 예고했다.

이번 주총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또 한 번의 전쟁을 예고한 신동주 전 부회장에 국내 롯데그룹과 일본 언론 등은 강경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번 임시 주총을 통해 롯데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사실 상 마무리됐다고 강조하며,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출처=포커스 뉴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 측의 일련의 활동들은 총괄회장님의 창업정신과 명예를 훼손하고, 롯데의 정상적인 기업 활동과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함은 물론 롯데 임직원과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더 이상 롯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경영활동에 발목을 잡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6월 정기 주총에서 다시 제안을 하겠다고 밝힌 신 전 부회장에 대해서도 더 이상의 분란 조성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강조하며, 이후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해 나아갈 것이라 밝혔다.

▲ 이번 임시 주총 결과는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일본 언론 (출처=일본 FNN방송 캡처)

일본 언론들은 이번 주총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산케이 신문은 이번 결과에 대해 ‘난장판(泥沼化)’이라고 표현하며, 롯데의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우려했다.

신문은 7일 보도에서 “롯데는 현재 집안 싸움에 할애할 시간이 없는 사정이 엿보인다”며 “(그럼에도) 신동주 씨는 6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리를 도모할 것으로 집안 싸움의 끝이 보이지 않고 롯데 브랜드의 영향도 염려된다”고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롯데의 주력 사업분야인 과자는 최근 일본 시장 내에서 두드러진 인기상품이 없고, 연간 매출액은 최근 수년 동안 1200억엔(한화 약 1조2,652억원)대에서 주춤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카루비(カルビー)와 모리나가 제과(森永製菓)의 매출액은 순조로운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롯데라는 대기업의 집안싸움을 보고 있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롯데의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다수 보이고 있다.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의 한 누리꾼은 이번 결과를 두고 “(롯데제품의) 불매의 표시로서도 기능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롯데 HD의 부회장 직에서 해임됐다. 이번의 임시 주주 총회에서 본인이 실권을 보유한 자산 관리 단체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약 30%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동생인 신동빈 회장의 체제에 대항하는 경영 방침과 함께 사비로 1천억 엔(약 1조 1000억원)을 투자해 종업원의 복리후생기금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 지지를 호소해 왔다.

 

한민철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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