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크 반계탕 구매자 “은행‧대추도 없고… 닭도 잘려있고… 저 ‘조리예’에 낚인 거 맞죠?”

▲ '맛에는 욕심을 내야한다'는 신세계 이마트에서 판매중인 피코크 반계탕과 전복 반계탕

[소비자경제=한민철 기자] 일부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레토르트 반계탕 제품의 포장 이미지와 조리후 실제 상태에 차이가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포장지에 적힌 ‘조리예’는 ‘과장광고 위반’으로부터 기업의 보호막이 되지만, 소비자 피해와 제품구매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살고있는 이 모씨(31)는 이마트에서 판매 중인 피코크(PEACOCK) 반계탕을 최근 구입했다. 환절기에 따뜻한 국물과 함께 몸에도 좋은 음식이 필요했고, 칼로리도 비교적 적당하고 양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판단해 삼계탕이 아닌 반계탕을 선택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기획‧개발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극찬한 피코크는 이마트 자체식품 브랜드로 소비자 이씨가 산 제품은 삼계탕을 세로로 반을 잘라 레토르트 포장한 식품이다.

그런데 이씨는 막상 제품을 개봉하고 용기에 담았을 때 실제 내용물은 포장지의 먹음직스러운 이미지와 매우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어느 정도 다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객상담실에 전화해서 따져보려 했는데, 이마트몰 사이트 반계탕 고객상품평에 들어가니 칭찬일색이라 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에 소비자 이씨의 주장대로 이마트 피코크의 반계탕 제품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제품을 직접 구매했다. 또 다른 브랜드의 동종 제품과의 비교를 위해 피코크 ‘전복 반계탕’과 롯데마트 하림의 ‘진한 육수가 일품인 반마리 삼계탕’ 그리고 홈플러스의 ‘싱글즈프라이드 진한 반계탕’을 구매했다.

확인결과 피코크 반계탕의 실제 상태는 포장 이미지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또 롯데마트 하림의 반계탕도 이미지와 실제 닭의 상태가 다른 모습이 많이 보였으며, 무엇보다도 닭의 살부분이 힘없이 떨어져 조리 후 모습은 닭죽을 연상시켰다.

또 피코크 ‘전복 반계탕’의 경우 일반 피코크 반계탕보다는 닭의 크기도 크고 이미지에 그나마 흡사한 정도였지만 같은 가격으로 일반 삼계탕 전문점에서 판매되는 반계탕에 비해 많이 부실했다. 반면 경쟁사인 홈플러스 ‘싱글즈프라이드 진한 반계탕’은 기자가 구매한 4개의 반계탕 중 크기도 가장 컸고, 포장 이미지와 비슷했다.  

◆ 피코크 반계탕, 사진과 다른 '조각'난 닭에 작은 접시라도 '쏙'…

취재기자가 구매한 이마트 피코크 반계탕은 포장지 이미지에는 ‘조각나지 않은’ 큰 닭 반마리와 밤 3개, 대추 3개, 은행 2개, 인삼 1개가 뚝배기에 먹음직 스럽게 담겨있었다.

그리고 개봉을 한 뒤 확인한 실제 내용물은 포장지와 큰 차이가 있었다. 우선 닭의 상태는 사진과는 다르게 몸통과 뒷다리 부분이 분리돼있었다. 작은 크기의 밤 1개, 인삼 1개가 있었지만 대추와 은행은 한 개도 없었다.

▲ 포장지 개봉 후(위)와 조리 후 작은 접시에 담은 피코크 삼계탕

소비자 이씨가 불만을 삼았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닭의 크기 역시 포장지 이미지와 큰 차이가 있었다. 물론 닭의 사진과는 다르게 조각난 상태로 실제 크기를 알 수 없었지만, 조리 후 살점들을 건져내 확인해보니 약 5cm가량의 계란과 크기가 비슷했다. 특히 10cm가 채 되지않는 작은 접시에 담아보니 전체 조각이 알맞게 들어갔다.

개인마다 시각적 판단이 다를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피코크 반계탕의 포장이미지와 실제로 조리한 이후 상태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이씨는 “포장지 이미지와 실제 모습과 다르다는 문구라도 적혀 있었다면 뒷면(원재료 부분)을 꼼꼼히 읽고 구매를 고민했을 것”이라고 토로했고, 기자도 똑같은 심정이었다.

이에 ‘반계탕 크기는 원래 이런 것인가’ 싶어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위치한 삼계탕 전문점에서 반계탕을 주문해봤다. 기자가 주문한 반계탕은 판매가 7000원으로 피코크의 ‘전복 반계탕’ 그리고 하림의 ‘진한 육수가 일품인 반마리 삼계탕’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이었다. 이 반계탕은 피코크 반계탕과는 다르게 조각이 나지 않은 상태로 크기도 피코크 반계탕을 담았던 것보다 큰 약 12cm 크기의 접시에 담기는 모양이었다.

▲ 여의도 국회의사당 삼계탕 전문점에서 주문한 반계탕. 이마트 피코크 전복반계탕과 동일 가격이다.

피코크 반계탕의 개봉 후 상태와 조리된 사진을 본 삼계탕 전문점 사장님은 “큰 닭이라고 반드시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조금 심했다”라며 “시중에 판매되는 레토르트는 생닭도 아닐텐데 비슷한 가격에 판매된다면…”이라고 말했다.

◆ 이마트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조리예’로 설명 가능”

본지가 이마트와 피코크 측과 연락해 상품 이미지와 실제 모습 차이가 심한 이유를 묻자 회사 관계자는 먼저 사과를 하며 “이미지는 풍성하게 잘 돼 있지만 확인결과 포장지에 나온 것은 이미지 사진”이라며 “부가적 설명은 없지만 ‘조리예’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것은 이미지컷’이라는 문구보다는 간단히 조리예라고 넣은 것인데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 포장지 이미지 아래에 깨알같은 글씨로 쓰인 '조리예'(빨간색 원으로 표시). 이 단어는 조리했을 때의 예시를 의미하며 '실제는 이미지와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표현을 간단하게 만든 것이다.

실제로 반계탕 포장 이미지 왼쪽 하단에는 깨알같은 글씨로 ‘조리예’라는 단어가 써있었다. 이 단어는 조리의 예시로서 ‘이미지와 실제 제품은 상이할 수 있다’를 대체하는 말이었다. 때문에 실제 내용물에는 없던 이미지 속 은행과 대추같은 내용물은 ‘예시’일 뿐이며, 닭의 크기도 이미지컷이라는 설명이었다.

만약 글씨의 크기가 크고 조리예라는 말 대신 ‘조리 예시’나 보다 길고 구체적으로 써있었다면 보다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은행과 대추도 소비자 취향에 맞는 부가첨가물인 조리예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조리를 제대로 했다고 할지라도 실제 작은 닭의 크기가 이미지처럼 커지는 것과 조각난 닭이 마술처럼 붙은 닭으로 변하는 것을 조리의 예시라고 말한다면 고객에게 심각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그는 조리예를 수차례 강조하며 “닭의 크기야 보기에 따라 틀린 것으로 말 그대로 조리의 예일 뿐이다”라며 “무조건 잘못됐다거나 사진이 과장됐다고는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것이 ‘이미지 컷’이라는 내용이 들어갈 수 있다면 본사에 문의해 개선안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지점이 아닌 본사와 문의를 원했고, 이에 지점 관계자는 ‘제조사’와 연락을 취하도록 했다. 이마트 피코크 반계탕 제품의 제조사는 닭고기 전문 생산업체인 마니커의 자회사 마니커에프앤지였다.

▲ 피코크 반계탕의 제조사 마니커에프앤지 (출처=마니커에프앤지 홈페이지 캡처)

마니커에프앤지의 관계자는 사진 상에서는 반만 잘린 것이지만 실제로는 또 잘린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제품을 판매하는 입장이다보니 이미지 자체는 최대한 먹음직스러운 사진을 채택한 것 같다”며 “이것이 과장광고까지는 아니지만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렴해 자체적으로 개선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마니커 마케팅팀의 관계자는 반계탕의 포장지 사진을 스튜디오에서 자신들 팀이 촬영했고, 공장에서 실제 생산된 제품과 마케팅팀이 제작한 사진컷이 얼마나 다른 지 최초에 확인이 안됐다고 설명했다.

마케팅팀 관계자는 “이미지와 실제 내용물을 확인했고 차이가 보이니 똑같아질 수 는 없지만 비슷해질 수 는 있도록 개선 대책을 보고서로 만들어 제출하겠다”라며 “앞으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과 사진 컷이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소비자원 “깨알같은 글씨라도 써있다면 위반사항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마트 피코크의 반계탕 제품 이미지가 실제 모습과 상이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과 ‘과장광고’ 소지에 대해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과장광고의 유무는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 홍보팀 관계자에 따르면 제품의 정확한 내용물을 표기할 의무는 있지만, 깨알같은 글씨라도 성분에 대한 설명이나 이미지와 실제 제품상태가 다를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포장 이미지와 실제가 다르다는 것이 ‘과장광고의 소지’만 있을 뿐, 다른 제품들도 그런 경우가 많아 과장광고라고 확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소비자 유관 기관의 입장도 이와 비슷했다. ‘제품의 이미지와 실제가 다를 수도 있다’라는 구체적 명시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조리예’라는 표시가 있다면 표시광고법 등의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리예’라는 것이 받아들이는 소비자에 따라 애매한 표현일 수 있지만, 대법원 판례상 광고에서는 소비자 안전이나 주의사항 등 주요 정보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표시할 의무는 없다. 특히 광고에서 어느 정도의 과장은 사회적인 신의를 잃어버리지 않는 선에서 통상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상품의 이미지를 보기 좋게 찍어 포장지에 올리는 것은 기본적이며 주요한 마케팅 전략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인사 담당자들처럼 개봉 후 실제 내용물이 포장지 이미지와는 차이가 심해 당황하고 실망하고 싶지 않길 원한다.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상품 이미지는 효과가 있겠지만, 식제품 소비자들은 화려한 이미지보다 기업의 보다 정직한 마케팅과 위생, 맛에 지갑을 열게 되는 것이다.

1960년도에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돼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라면도 일부 제품이 실제 내용물에 포함되지 않은 계란이나 파 등의 재료가 포장 이미지에 실려있기도 하다. 물론 50년 넘게 라면을 접해온 소비자들은 특별한 부가 설명이 명시돼있지 않은 이상 ‘계란과 파는 상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은 친숙히 알고 있다.

반면 레토르트 반계탕의 경우는 다르다. 출시한지 오래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대형마트 간판을 걸고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브랜드라면 과거부터 식품업계에서 해오던 관행을 고수해올 것이 아니라 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상품을 기획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아래는 이번 취재를 공정하게 하기위해 구입한 이마트 피코크 ‘전복 반계탕’과 롯데마트 하림의 ‘진한 육수가 일품인 반마리 삼계탕’, 홈플러스의 ‘싱글즈프라이드 진한 반계탕’의 사진과 영상이다.

▲ 반계탕의 살과 뼈, 기타 내용물만을 빼서 비교한 사진. 이마트 피코크 '전복반계탕'(왼쪽 상단) 홈플러스 ‘싱글즈프라이드 진한 반계탕’(오른쪽 상단), 롯데마트 하림 ‘진한 육수가 일품인 반마리 삼계탕'(하단)

▲ 이마트 피코크 ‘전복 반계탕’

▲ 이마트 피코크 전복반계탕 개봉 후와 조리 후

▲ 롯데마트 하림 ‘진한 육수가 일품인 반마리 삼계탕’

▲ 롯데마트 하림의 ‘진한 육수가 일품인 반마리 삼계탕’ 개봉 후와 조리 후, 포장지 뒷면

▲ 홈플러스 ‘싱글즈프라이드 진한 반계탕’

▲ 홈플러스의 ‘싱글즈프라이드 진한 반계탕’ 개봉 후와 조리 후

 

한민철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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