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경제=한민철 기자] 기업 대표와 경영인을 대상으로 한 ‘CEO보험’이 여전히 생소한 보험으로 취급받고 있다.
최근 보험사마다 ‘틈새시장’을 노리며 웨딩보험과 보이스피싱보험 등 이색 보험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 중 업계 내에서 아직도 이들 이색상품과 같은 취급을 받고있는 것이 바로 ‘CEO보험’이다.
CEO보험의 주요 목적은 회사의 최고경영자 등이 경영적 손실을 끼쳐 보상이 필요할 때나 재직 중 사망·사고를 당했을 때를 보장해주는 것으로 과거부터 출시돼왔다.
올해 들어서만 4곳의 국내 유명생보사가 5종의 CEO관련 보험상품을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이 상품은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보험사 관계자로부터도 ‘생소한’ 것으로 취급받고 있고 보장내용도 다른 상품에 비해 CEO를 위해 특화된 점이 무엇인지를 확연하게 판단하기 힘들다.
이에 기자는 올해 CEO관련 보험을 출시한 4곳의 생명보험사들에 상품에 대한 문의를 하면서 상품의 특징과 CEO를 위한 특화된 보장은 무엇인가에 대해 취재를 요청했다.
먼저 동부생명의 ‘무배당 A+ CEO 및 VIP를 위한 평생안심보험’은 이번달 생명보험협회에 신규상품으로 공시된 CEO보험관련 상품이다. 이는 법인 CEO 고객 등을 위한 상속재원 마련 및 노후생활 대비용 보장성 보험상품으로 고정인출 기능을 통해 자금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건강관리 또한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해당상품의 소개와 약관 등을 살펴보면 CEO 고객에 특화된 점이라고 소개하는 부분은 발견할 수 없었다. 본래 보험상품이란 ‘소비자의 필요성과 욕구’에 기반해 개발하고 소개하는 것으로 상품명에 CEO라는 명칭이 들어갔다는 것은 이들을 주고객으로 하며 또 이들에게 특화된 점을 강조할 부분이 분명히 필요했다.
이에 동부생명의 CEO관련 상품이 기존 연금보험과 어떠한 차이를 보이고, 특별한 장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줄 것을 문의했다.
동부생명 기획팀 관계자는 “이 상품은 A+에셋이라는 보험대리점에서 상품을 소개하고 영업을 할 때 CEO와 VIP를 타겟으로 한 상품이 있다면 판매에 도움이 되겠다고 건의해 개발한 것”이라며 “때문에 전체 GA가 아닌 A+에셋에서만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상품특징과 보장범위는 기존 연금보험과 큰 차이가 없는데 CEO에게 장점이라 소개할 수 있는 특별한 점이 있는가, 헬스케어서비스 탑재라는 점이 CEO에게 특화된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또 현재 해당상품의 판매량은 어느 정도가 되는 지도 문의했다.

그는 “헬스케어서비스는 다른 보험사에서도 탑재한 상품들을 다수 활용하고 있다”고 말해 헬스케어서비스는 CEO보험에 특별한 점이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CEO에게 특화된 것이 정형화돼있는 건 없지 않은가? CEO에 맞춘 특정화된 상품의 콘셉트는 그럼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CEO에 대한 맞춤보험상품을 기획하는 담당자들이 오히려 기자가 물었던 CEO에 특화된 점과 상품 콘셉트를 역으로 문의한 꼴이 돼버렸다. 또 상품의 판매량에 대해서는 알아본다고 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삼성생명의 경우 상품 홍보팀 담당자가 상품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고 있었고, 납득가지 않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만큼 관계자들 마저 상품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올해 생명보험협회 공시실에 게재된 삼성생명의 CEO관련 신규보험상품인 ‘삼성생명 CEO유니버설종신보험2.0(무배당,보증비용부과형)’과 ‘삼성생명 CEO변액유니버설종신보험3.0(무배당)’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 상품은 삼성생명 홈페이지에서 검색창에 상품명을 입력해도 노출되지 않아, 이에 대한 특징과 약관 등에 대해 살펴볼 수 없었다. 때문에 해당 상품이 검색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삼성생명 홍보팀 관계자에게 문의를 했고, 뜻밖의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해당상품은 저희 홈페이지에 올라와있지 않다. 저희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상품은 일반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 위주”라며 “CEO는 한정돼있어 일반고객들이 많이 찾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올라와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CEO가 한정돼있다고 해서 상품에 대한 정보가 나와있지 않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되물었고, 관계자는 “CEO 상품은 특정 지점에서 담당하는 사원이 있고, 거의 직접 CEO를 만나서 가입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또 홈페이지에는 상품의 변액 수익률 관련 공시만돼있고 상품소개나 약관은 나와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생명보험 공시지침규정에 따르면 삼성생명 담당자의 답변은 규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삼성생명과의 취재 이후 생명보험협회 홍보팀 관계자와 연락을 취해 해당 사실에 대해 문의했다.
생명보험협회 홍보팀 관계자는 “공시지침규정에 의하면 현재 판매 중이거나 판매중지된 상품이라도 홈페이지 등에 공시를 하게돼있다”라며 “이를 어겼을 경우 명백한 규정위반”이라며 의아해했고, 해당사항을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문의결과 삼성생명 관계자의 답변은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 홈페이지 공시실에 게재된 보험상품 판매목록에는 ‘삼성생명 CEO유니버설종신보험2.0(무배당,보증비용부과형)’과 ‘삼성생명 CEO변액유니버설종신보험3.0(무배당)’ 두 상품의 상품요약서와 약관이 제대로 올라와있었다.

이에 삼성생명 관계자의 해명을 요구했지만, 통화를 했던 담당자는 자리를 비웠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오지 않았다. 홍보팀이 자신들이 다루는 회사상품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못하며, CEO관련 보험상품에 그만큼 관심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어 KB생명보험의 ‘무배당 CEO를 위한 KB가족사랑변액종신보험’과 한화생명의 ‘무배당 경영인 정기보험’의 특징과 기존 변액보험과 차별화된 CEO에 특화된 변액상품이라는 것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점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KB생명보험의 ‘무배당 CEO를 위한 KB가족사랑변액종신보험’은 생명보험협회에서 이번달 신규상품으로 공시한 것으로 종신보험과 연금보험 및 투자상품, 세제혜택 수단 등으로 다양하게 전환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상품소개에서 기존 변액연금보험과 다른 CEO에게만 특화된 구체적 내용에 대해 찾을 수는 없었다.
또 한화생명의 ‘경영인 정기보험’은 연령이 증가하면서 사망보험금이 최대 2배까지 늘어나는 ‘체증형 상품’이라는 점과 가입연령을 75세까지 그리고 보장기간은 90세까지 최대화했다는 것을 장점이다.
하지만 은퇴시기를 고려해 사망보험금이 최대 2배까지 늘어나는 보험상품은 이미 출시된 타 보험사 상품에도 있으며, 최근 고령화 추세로 가입연령을 75세까지 늘리는 것도 타 보험사 상품에도 이미 적용된 내용이다. 또 추가납입제도와 중도인출도 변액보험 상품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기능이다.
특히 주계약과 특약 그리고 납입기간에 있어 기존 사망보험이 보장성 보험에 비해 회사 경영의 불확실성이나 개인 리스크 그리고 CEO만을 위한 특별한 점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KB생명보험은 충분한 해명을 위해 그리고 한화생명은 회사 사정으로 확답을 연기했으며, 기자는 이에 대한 인터뷰가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보도를 할 예정이다.
보험상품은 상품의 이름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상태와 니즈를 정확히 판단해 알맞은 상품을 권해야만 한다.
때문에 ‘알맹이는 볼 것 없이 포장과 이름만 바꾼 것 아니냐'라는 의심을 듣지 않고, ‘CEO'라는 이름을 내건 보험상품을 판매한다면 적어도 “이 상품은 다른 상품에는 없는 CEO분들에게만 권할만한 특별한 장점이 있다”라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CEO 소비자들이 보험에 보다 신뢰를 쌓을 수 있고, 불완전판매율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한민철 기자 npce@dailyc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