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시중가보다 높아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유통업계가 설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보다 설(양력기준 2월 8일)이 빠르고 다양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이 고객 선점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할인 광고와는 반대로 소비자들이 ‘바가지’를 쓰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이 특별할인을 내걸고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시간적인 여유와 할인혜택을 이유로 사전 예약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예년보다 일찍 사전예약을 실시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의 명절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 매출은 2014년 추석 48%, 2015년 추석 98.4%로 증가 추세이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설 선물세트 판매량 중 예약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9.5%에서 2015년 9.7%로 커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2016년에 처음으로 10%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사전예약 비중은 백화점보다 높았다. 홈플러스 선물세트 매출 중 사전예약 비율은 올해 설과 추석에 각각 18.6%, 24%로 집계됐다. 홈플러스는 내년 설에는 이 비율이 28.3%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불황이 오랜 시간 지속되며 전반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태다. 각종 할인혜택을 통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업체들의 홍보가 계속됐다.
농협하나로유통은 설 선물세트를 사전 예약할 경우 최대 40%를 내걸었다. 홈플러스와 롯데백화점도 행사카드로 결제시 최대 각각 30%,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광고했다.
◆ 원래 가격보다 높게 측정하고 할인?
지난해 설 명절을 맞아 많은 업체들이 특별할인 혜택을 내걸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이 상당수 상품들을 실제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해 놓고 할인하는 것처럼 판매했던 것이다.
2014년 한 조사에 따르면, A대형마트는 1등급 한우갈비세트를 28만원으로 책정한 후 30% 할인해 19만6000원으로 판매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전국 한우 등심 1등급 소매 평균가는 13만980원이었다. 시중가보다 무려 49% 더 비싸게 판매한 것이다.
같은 마트에서는 친환경 사과배 혼합세트 역시 20% 할인해 4만원에 판매하고 있었으나, 시중가는 3만300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계속해서 선물세트 가격이 높게 측정되는 것이 지적되었으나 변화가 없었다.
소비자들은 할인 판매를 내건 물품들을 사실상 더 비싼 값에 파는 것에 항의했지만 업계의 상술은 지난 추석에도 계속됐다.
대구의 한 백화점은 추석 와인 선물세트를 시중가보다 10~30% 더 비싸게 판매해 소비자들의 빈축을 샀다.
◆ 같은 물품도 가격은 제각각
2014년 한 조사에 따르면, B대형마트는 선물세트를 낱개로 구매하는 것보다 더 비싸게 판매하고 있었다. 이 마트에서는 행사카드로 구매 시 5%, 10만원 이상 구매 시 30% 할인을 광고하고 있었다. 그러나 낱개로 구매할 경우 2만4150원이었던 오뚜기 고급유 특선8호가 3만2800원짜리 선물세트로 팔리고 있었다. 소비자들은 선물세트를 35.8%나 비싸게 구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마트에서는 스팸 8호를 3만1500원에 판매 중이었으나, 낱개로 구매 시 2만142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물세트는 패키지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포함되어 일반 판매가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매년 서울 및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다량의 과대포장이 발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단속에 나서왔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유통업태에 따라 똑같은 명절 선물세트도 판매가격이 달라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추석 선물세트 31개 상품의 유통업태 간 판매가격을 비교한 결과 추석 선물세트의 판매가격 역시 유통업태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동일 세트의 판매가격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간에는 평균 4.1%, 최대 40.6%까지도 차이가 났다. 인터넷 오픈마켓까지 포함할 경우 격차는 74.7%까지도 벌어졌다.
같은 상품에 대해서는 대체로 백화점이 대형마트보다 비쌌고, 인터넷오픈마켓이 가장 저렴했다.
LG생활건강 ‘리엔 3호’와 ‘리엔 2호’는 인터넷오픈마켓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보다 각각 74.7%, 72.7% 더 저렴했다.
이번 설이 앞당겨지고 소비자들의 명절 선물세트 사전예약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대상 품목의 확대와 함께 가격 책정의 합리성이 요구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사전예약이 증가하는 추세에 힘입어 이번 설을 맞이해 지난해 보다 사전예약 대상 품목 수를 80% 확대했다”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