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확보로 올바른 기부문화 정착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연말이 되면 따뜻한 기부 소식이 많아진다. 그러나 기부단체의 투명성 불신으로 인해 일반인의 기부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연말 유독 줄어든 모금액으로 공익단체들과 봉사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외된 이웃들의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올해 연말 온정까지 얼어
전국적으로 사랑의 온도탑마저 얼었다. 온정을 나누는 손길이 올해 유독 줄어든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올해 목표액을 3430억 원으로 정했다. 목표액의 1%가 채워질 때마다 1도가 오른다.
서울 광화문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은 46도였다.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대구·경북 지역은 30도를 겨우 넘었고, 경기도는 전국 평균 온도인 49.4도의 절반에 미치는 24.3도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보다 13억 원 가량 부족한 금액이다.
강원 지역은 캠페인을 시작한 후 한 달 동안 모금목표액 61억 원의 35%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49%를 달성했던 것에 비해 현저히 저조한 수준이다.
경기불황과 함께 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고, 시민들의 온정까지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 기부단체 공시 신뢰 의심
연말 모금 부진에는 최근 기부단체의 투명성 문제가 지적된 것도 한몫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익법인 재정내역을 분석·공개하는 한국가이드스타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대형 공익법인들의 기부금 사용 실태를 효율성·투명성 지표로 살펴본 결과 신뢰도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부를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중 10.6%는 기부하지 않는 이유로 ‘기부단체를 신뢰할 수 없다’를 꼽았다. 이는 2년 전보다 2.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실제 공익법인들이 기부금 사용 실태의 공시 양식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가이드스타와 한국일보가 45개 대형 공익법인들의 기부금 사용 실태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월드비전이나 세이브더칠드런 같은 글로벌 기부단체를 포함해 26개 단체들이 공식 양식을 지키지 않아 분석조차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밝혀졌다. 사업비, 인건비, 광고선전비 등이 0원으로 기입된 엉터리 공시도 눈에 띠면서, 낙제 수준에 다다른 공익 단체들의 투명성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글로벌 공익 단체들은 기부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실한 공시자료가 시정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등 기부금 30억 이상의 법인 45곳 중 19곳은 인건비를 사업비로 잘못 분류하며 항목 부실기재로 공시 오류 판정을 받았다.
◆ 기부단체 투명성 위한 수단
민간영역에서의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국내 현실에서 담당 부처마저 손쓰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기부단체들이 자정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 법인세과 담당 인원은 2명에 그쳐 사실상 엄격한 자료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여타 기부 선진국들과 달리, 국내의 경우 국세청으로부터 공시정보를 받아 이를 공개하는 기관은 한국가이드스타뿐이다.
담당 부처의 인원 확충은 물론 민간 영역에서의 기부금 운용 감시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기부단체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언론이 더 적극적으로 보도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기부단체 투명성에 대해 평가를 시도한 언론의 보도가 있었음에도, 기독봉사회는 여전히 홈페이지조차 개설되지 않았고, 어린이재단 역시 광고선전비 내역 수정이 없었으며, 한국해비타트의 홈페이지에서는 지출 내역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신속하고 정확한 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부단체들을 압박할 다양하고 명확한 수단이 요구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진정한 자금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삼일미래재단의 서태식 이사장은 “단순히 재무제표상 수치를 맞추고 홈페이지나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