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시중가보다 높아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유통업계가 설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보다 설(2월 8일)이 빠르고 다양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이 고객 선점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할인 광고와는 반대로 소비자들이 ‘바가지’를 쓰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이 특별할인을 내걸고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시간적인 여유와 할인혜택을 이유로 사전 예약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예년보다 일찍 사전예약을 실시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의 명절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 매출은 2014년 추석 48%, 2015년 추석 98.4%로 증가 추세이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설 선물세트 판매량 중 예약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9.5%에서 2015년 9.7%로 커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2016년에 처음으로 10%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업체들이 실제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해 놓고 할인하는 것처럼 판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A대형마트는 1등급 한우갈비세트를 28만원으로 책정한 후 30% 할인해 19만 6000원으로 판매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자의 전국 한우 등심 1등급 소매 평균가는 13만 980원였다. 시중가보다 49% 더 비싸게 판매한 것이다.
B대형마트는 친환경 사과배 혼합세트를 20% 할인해 4만원에 판매하고 있었으나, 시중가는 3만 300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계속해서 선물세트 가격이 높게 측정되는 것이 지적되었으나 변화가 없었다.
또 다른 대형마트는 선물세트를 낱개로 구매하는 것보다 더 비싸게 판매하고 있었다. 이 마트에서는 스팸 8호를 3만 1500원에 판매 중이었으나, 낱개로 구매 시 2만 1420원이었다.
소비자들은 할인 판매를 내건 물품들을 사실상 더 비싼 값에 파는 것에 항의했지만 업계의 상술은 지난 추석에도 계속됐다.
대구의 한 백화점은 추석 와인 선물세트를 시중가보다 10~30% 더 비싸게 판매해 소비자들의 빈축을 샀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추석 선물세트의 판매가격 역시 유통업태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동일 세트의 판매가격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간에는 평균 4.1%, 최대 40.6%까지도 차이가 났다. LG생활건강 ‘리엔 3호’와 ‘리엔 2호’는 오픈마켓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보다 각각 74.7%, 72.7% 더 비쌌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사전예약이 증가하는 추세에 힘입어 지난해 보다 사전예약 대상 품목을 80% 확대했다”고 말했다. 대상 품목의 확대와 함께 가격 책정의 합리성이 요구된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