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업 강화·내부 경영진 교체 등 판매량 확대에 주력

[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국내 완성차업계 부동의 선두업체들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실적이 심상치 않다. 현대차가 지난 22일 공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2010년 4분기 이후 5년 만에 영업이익 최저치를 기록했다.

환율 변동과 판매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봐도 저조한 실적이다. 1~9월 누계실적에서도 영업이익은 8.8%나 감소했다.

기아차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기아차는 23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6분기만에 플러스 성장세로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1~9월 누계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36조7297억원, 영업이익 1조8399억원, 당기순이익 2조199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3.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1.2%, 당기순이익은 14.0% 감소했다.

특히 기아차는 올해 3분기 국내외 시장에서 출고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7.5% 줄어든 65만8374대를 판매했다. 올해 1~9월 누계로는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한 218만6566대를 판매했다. 3분기 회복조짐을 보였지만 올해 전체를 보고 따졌을 때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고 볼 수 없다.

현기차의 부진은 국내 타 완성차 업체에겐 기회다. 특히 국내에서 호시탐탐 현기차의 내수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한국지엠과 쌍용차, 르노삼성은 하반기를 넘어 내년까지 내수와 수출 가리지 않고 최고의 실적을 내겠다는 각오다.

◆한국지엠-한국계 CEO 선임...내부 기틀 다져

▲ 제임스 김(James Kim) 한국지엠 신임 사장 겸 CEO. 한국지엠이 한국계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지엠은 올해 내수시장에서 괄목할만한 판매 성장세를 보였다. 경차 스파크의 꾸준한 인기를 밑바탕으로 최근 출시한 임팔라의 돌풍, 수출에 유리한 우호적 환율환경의 조성 등이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9월 한국지엠의 판매실적은 내수 1만6396대로 1만3884대를 기록한 8월에 비해서는 18%, 지난해 9월과 비교해서는 24%가 늘어나는 등 전월과 전년 대비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스파크'는 한국지엠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스파크는 한국지엠의 차량 중 올해 9월까지 최다 판매량(4만2191대)을 기록했다.

경차의 대명사로 불리던 기아차 '모닝' 못지 않은 인기로 한국지엠의 약진을 이끌었다. 또한 지난 9월 출시 이후 돌풍을 일으킨 임팔라는 기아차 K7을 제치고 단숨에 준대형 판매량 2위에 올라섰다.

▲ 중대형 세단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쉐보레 임팔라

호 성적을 바탕으로 한국지엠은 경영체제를 정비,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기틀 다지기에 나섰다. 한국지엠은 제임스 김(James Kim) 한국지엠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를 내년 1월 1일 부로 신임 사장 겸 CEO에 선임했다. 한국지엠이 한국계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임스 김은 2009년부터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한국 사업을 총괄하는 CEO로 재직했었다. 또 오버추어의 아시아지역 부사장과 오버추어코리아 CEO를 역임했으며, 이어 야후코리아 CEO로 재직한 IT 전문 경영자다.

이후 지난 6월, 한국지엠 사장 겸 CEO로 부임한 제임스 김은 국내 자동차 산업에 대한 빠른 이해도와 능력을 바탕으로 IT전문 경영자에서 성공적인 자동차 경영자로 변신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제임스 김 사장은 내년부터 공식 부임이지만 곧 바로 한국지엠 내 모든 부문에 대한 운영 책임을 맡게 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도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쌍용차-'유로6' 업그레이드 SUV 라인업 강화

쌍용차에게 2015년은 도약의 해다. 상반기 출시한 티볼리와 티볼리 디젤은 쌍용차의 내수판매를 이끌며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티볼리 디젤 모델은 출고에만 수 개월이 걸릴 정도로 예약이 밀려있다.

▲ 쌍용차의 2015년 히트작, 티볼리

티볼리 판매에 탄력이 붙으면서 쌍용차는 지난 2월 22.3%의 내수판매 증가를 기록한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1월부터 9월까지의 내수 판매 증가율이 지난해 같은 달 보다 39.8%나 증가했다.

쌍용차는 티볼리로 해외판매 실적 향상에도 도전한다. 쌍용차는 이미 유럽에서 티볼리 디젤 론칭을 위한 미디어 시승행사를 갖고 본격적인 현지 판매에 들어갔다.
 
더불어 쌍용차는 티볼리 롱보디 버전 등 신모델을 매년 선보일 계획이다. 쌍용차의 새로운 얼굴마담으로 티볼리를 적극 활용, 브랜드 가치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다.

일각에서는 쌍용차의 지나친 티볼리 집중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쌍용차 관계자는 "매년 신모델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기존 라인업에 대한 계획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면서 "앞으로 남은 하반기에 코란도 C LET 2.2, 뉴 파워 렉스턴 W, 코란도 투리스모 등 유로 6로 업그레이드된 SUV 전 라인업을 기반으로 올해 내수 판매를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 9월 판매량 및 점유율

◆르노삼성-르노 수입차 역수입 고려...차종 강화 예정

올해 르노삼성은 소형 SUV QM3 이외에 뚜렷한 히트작을 내지 못했다. 그나마 QM3가 올해 내내 판매량 호조를 보이며 르노삼성의 실적을 이끌었다.

르노삼성은 올 9월 2만2155대의 완성차를 판매, 전년보다 34.4%나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내수 5만6765대, 수출 10만5955대 등 총 16만272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3%나 늘었다. 겉보기엔 화려해 보이지만 내수판매량은 국내 5위다. 수출 호조가 실적개선을 견인했다.

문제는 르노삼성의 대표차량 SM 시리즈의 부진이다. SM7만이 지난 7/8/9월 판매오름세를 기록했을 뿐, SM5와 SM3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SM5 월간판매량은 7월 1981대, 8월 1623대, 9월 1586대까지 계속 하락세다. SM3도 7월 1359대, 8월 1280대, 9월 1123대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중형차 SM5는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 쉐보레 말리부 등에 밀리는 분위기다. SM3는 현대 신형 아반떼가 출시되면서 역풍을 받았다. 또한 직접적인 경쟁차종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비슷한 가격대인 티볼리, QM3 등에 몰리면서 판매량이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차종 자체가 5종에 불과해 SM시리즈가 부진하다면 언제든 실적이 떨어질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그나마 해외판매가 크게 증가해 내수 시장 부진을 만회했다. 내년 새로 출시되는 차량에 기대를 걸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르노삼성의 2016년 야심작, 탈리스만

르노삼성은 내년 중형 세단 '탈리스만'을 출시해 내수부진을 만회할 생각이다. SM3 후속으로 2017년 신형 '메간'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또한 쉐보레가 임팔라를 역수입해 재미를 봤듯 르노삼성도 르노 효자상품 '클리오'를 수입해 국내에 출시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클리오와 미니밴 에스파스 등 라인업 강화를 위해 르노차량 수입·판매를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지엠과 쌍용차, 르노삼성이 현기차의 내수점유율을 뺏어올 수 있는 시기는 지금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산업조사팀 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로 국내 소비자들이 국산차로 눈을 돌릴 수 있는 가운데 개별소비세가 올해 말까지 적용된다"며 "또한 현기차가 일명 '흉기차'로 불리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식이 좋지 않아지고 있는 점을 노려 완성차3사가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친다면 실적상승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정훈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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