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해결기준 강제성 없어...'환불 법안' 통과 기대

[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지난달 발생한 '벤츠 골프채 파손 사건'은 우리사회에 여러모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사건은 한 소비자의 환불요청을 거절한 벤츠 측이 결국 백기를 든 사례로 자동차 환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자동차 환불은 소비자들에게 불가침의 '신의 영역'으로 통한다. 그만큼 장벽이 높다는 거다. 새 차를 구매한 후 즐거운 기분도 잠시, 시동꺼짐, 엔진이상 등의 결함은 '수천 만 원대 차량을 구입한 대가가 이것밖에 되지 않을 수 있나'라는 분노로 돌아온다.

◆중대한 결함? 기준이 뭘까

환불이나 교환요청에 관한 사례는 다양하다. 서울에 사는 A씨는 쉐보레 차량을 구매한 지 3일 만에 에어컨벨브 폭발로 차량운행을 도로에서 멈춰야 했다. 심지어 '엔진 점검'이란 문구도 점등됐다.

하지만 쉐보레 서비스센터의 대응은 환불이나 교환이 아닌 '수리'였다. A씨는 신차가 3일 만에 '엔진점검' 상태라면 문제가 앞으로도 생길 것 같아 교환을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쉐보레 측은 자신들의 최선은 수리밖에 없으니 원하면 차를 맡기고 싫으면 그냥 차를 가져가라고 통보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군산에 사는 B씨는 지난 7월 현대 LF쏘나타 LPG차량을 구입한 후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차량을 자세히 살펴보니 운전석문이 살짝 아래로 내려온 것은 물론, 조수석 차문이 약간 밖으로 튀어나와 있던 것. 또한 군데군데 페인트 뭉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어 군산현대차 서비스센터 측에 수리를 요청했다.

▲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문제는 이때부터다. 센터 직원은 도어스트라이커 부분을 망치로 때리기 시작했다. B씨는 "차문을 올바로 맞추는 방법치곤 너무 황당한 방법이었다"며 "이후 차량이 충격을 받았는지 실내에서 플라스틱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 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이후 수리보다는 차량 환불을 원한다고 현대차 측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차량운행에 지장이 있을 만큼 '중대한 결함'이 아니라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것.

현대차 군산서비스센터 관계자는 "B씨의 차량결함은 중대한 결함이라 보기는 힘들다"며 "엔진성능 이상 등 차량 운행이 불가능할 만 한 사항을 중대한 결함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과연 환불이 가능한 '중대한 결함'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현재 소비자피해보상규정에 의하면 '자동차 환불은 차량 인도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주행 및 안전도 등과 관련한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했을 경우', '주행 및 안전도 등과 관련한 중대한 결함이 발생해 동일하자에 대해 3회까지 수리했으나 하자가 4회째 발생한 경우', '결함과 관련된 작업기간이 30일을 초과했을 경우'에 무상 수리 등 관련 보상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법적 강제성은 없다. 권고사항일 뿐이다.

문제는 저 '중대한 결함'이라는 것이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것.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차량정보에 무지한 경우가 많아 단순 결함도 큰 결함으로 보일 수 있다. 또한 중대한 결함이라고 할 만한 엔진성능 이상도 서비스센터에서 '별문제 아니다'라고 하면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A씨는 "분쟁기준에는 동일하자가 4회나 재발해야 조치를 취해준다는데 이는 너무 무리한 기준"이라며 "하자가 1~2회만 발생해도 서비스센터 비용이며 시간 등 많은 것들이 소모된다. 왜 수천 만 원대 차량을 구입하고 이런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으로...환불법안 발의돼

실제로 위에 결함들이 기준에 맞게 발생됐다 한들 환불이나 교환은 언감생심이다. 국내 자동차환불 관련 환불이 정말 진행된 사례는 전체사례의 3~5%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마저도 소송 등을 통해 자동차 회사와 법정다툼을 거쳐 승소해야 가능하다는 것. 사실상 일반소비자들이 마음을 굳게 먹지 않는 이상 환불은 딴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아울러 수리센터 직원들의 불친절도 도마 위에 오른다. B씨는 "센터직원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은 '나는 환불이나 교환은 잘 모른다. 본사랑 이야기해라'와 '차 고칠거면 두고 아닐거면 가져가라'다"면서 "당연한 수리서비스도 엎드려 절하듯 요청해야 하는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교환·환불 문제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H사 관계자는 "차량 수가 많은 만큼 피해사례도 가지각색이다 보니 각각의 상황에 맞는 메뉴얼화된 대응책은 만들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S사 관계자는 "각각의 회사마다 해결기준에 준한 자체 기준이 마련돼 있는 상태"라며 "우리는 그 기준에 의거해 교환·환불을 진행한다. 다만 교환·환불할 만한 사례가 많이 없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자동차 관련 피해사례가 이어지자 정부도 관련법 제정에 시동을 걸고 있다.

▲ 자동차 환불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한 심재철 의원. (출처=SBSTV)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 8월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비자가 새로 산 차를 제조업체에서 받은 뒤 30일 안에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할 경우 차를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다. 또 새 차를 받은 뒤 1년 안에 중대한 결함을 3차례 수리했는데도 이후 결함이 또 발생하거나 1년 간 수리기간이 총 30일을 넘어설 경우 차를 교환·환불 받을 수 있다.

이번 발의안은 유명무실한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에 소비자들의 분노가 커지면서 진행됐다.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기댈 수 있는 곳은 해결기준 밖에 없지만 강제성이 전혀 없어 권익보호에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차량결함 여부를 국토부 장관이 결정한 대행기관서 성능시험을 거치게 된다"며 "이때 결함 판정이 나오면 교환·환불 절차를 반드시 이행시키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는 이미 자동차 구입 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리콜 법안 '레몬법'(lemon law)이 시행 중"이라면서 "새로 발의된 법안 등 차량구매 관련 소비자 보호법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크다"고 전했다.


김정훈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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