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직장생활 10년차인 A씨는 일요일 오후 동네에서 '이것'을 구입했다. A씨는 '이것'을 부적처럼 지갑에 일주일 내내 넣어다닌다. 수요일, 상사에게 듣기 싫은 소릴 듣고 울화통이 터지면서도 '이것'을 보며 위안을 삼는다. 토요일 저녁 8시 45분. 티비 앞에 앉은 A씨는 '혹시나'했다가 '역시나'했다. 그리곤 다음날 다시 '이것'을 사러간다.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우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이것'에 정체는 바로 로또(lotto)복권이다. 지난 2002년에 도입된 로또복권은 올해로 14년 째를 맞았다. 경제불황으로 미래가 불확실한 직장인들에게 로또복권은 작은 위안과 동시에 실망을 안겨준다. 로또복권에 대한 정보를 숫자별로 분석해봤다.
▲ 1
최근 15주간 숫자 1은 단 한번도 당첨번호에 조합되지 않았다. 로또를 매주 즐기는 사람이라면 숫자 1은 당분간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특이한 점으로는 숫자 1이 670번의 로또회차 중 총 121번 출현했다는 것. 이는 1~45번 번호 중 전체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4.5
복권구매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는 당첨볼의 지름은 약 4.5cm다. 재질은 폴
리우레탄이며 무게는 약 4g이다. 추첨기계는 프랑스 Editec사의 제품으로 전 세계 40여개 복권기관에서 사용 중일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 9
숫자 9는 670번 회차에서 총 83번 출현, 45개의 숫자 중 가장 저조한 출현횟수를 보였다.
▲ 11~20.
숫자 11에서 20은 전체 번호별로 나눈 5개의 구간 중 가장 많은 23.1%의 번호출현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2위 구간인 '31~40'이 22.9%, '1~10'과 '21~30' 구간도 각각 21.9%, 21.3%를 기록, 격차가 크지 않아 큰 의미는 없을 듯하다. '41~45' 구간은 10.8%를 기록했다. '41~45' 구간이 타 구간보다 숫자 5개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5개의 모든 구간은 670회차 동안 거의 비슷한 점유율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

▲ 26
부산시 범일동에 위치한 'B' 자동차 수리점. 이곳은 이미 부산로또명당으로 복권마니아들에게 유명한 곳이다. 262회차(2007년 12월 8일/국민은행에서 농협으로 수탁사업자 바뀐 시점)부터 현재670회차까지 무려 26회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 신기한 것은 이곳이 2등 당첨수도 56회나 차지했다는 점이다. 전문 복권방이 아닌 자동차수리점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복권마니아들에게 이곳은 복권 신(神)이 내린 곳으로 통한다.

▲ 42
1000원짜리 복권 한 장을 구입하면 42%인 420원이 복권기금으로 나간다. 지난해에는 약 1조 2000억원의 복권기금이 조성돼 저소득층 생활 지원 등 각종 공익사업에 쓰였다.
▲ 407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에 로또가 처음 출시된 2002년 이래 최근까지 최대 1등 당첨금은 2003년 4월 12일 추첨에서 나온 407억2000만 원으로 알려졌다. 당시 1등 당첨자는 단 1명에 불과했고, 전 회차 이월금까지 합쳐져 대박신화를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역대 로또 당첨금 중 가장 적은 당첨금액은 4억 500만원이었다.

▲ 617
지난 617회차 1등 당첨자 중 2명, 그리고 2등 당첨자 중 2명이 지급기한 만료일인 2015년 9월 30일까지 당첨금을 수령하지 않아 지급자격을 박탈당한 어이없는 뉴스도 있다.
1등 당첨자는 각각 약 16억2970만원의 상금을 수령하지 않았다. 2등 당첨자는 5050만원이었다.
미수령 로또 복권 당첨금의 소멸시효는 1년으로 그 기간 안에 수령하지 않으면 지급자격을 박탈당한다. 당첨금 수령사실을 몰랐다고 밖에 추론할 수 없는데, 당시 소식을 듣고 많은 로또마니아들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더 재밌는 사실은 현재 618회차 2등 당첨자 6명이 5300만원을 아직 수령해가지 않았다는 것. 이들의 지급기한 만료일은 2015년 10월 5일까지다.
▲ 2007
국내 로또복권 수탁사업자는 2007년 국민은행에서 농협으로 바뀐 바 있다. 당시 2기 복권사업자로 (주)나눔로또가 선정되면서 농협이 수탁업을 이어받았다. (주)나눔로또는 여러개의 회사가 컨소시엄으로 이루어진 회사로 농협은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이었다.
▲ 3000
정부는 최근 국내 로또복권 판매점을 지금보다 최대 3000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로또 판매점은 지난 2002년 로또복권 도입 후 약 1만 개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현재는 6000여개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다.
로또복권은 앞으로도 서민들과 함께 성장해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는 법. 너무 지나친 로또구매는 오히려 삶의 윤활유가 아닌 독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1등 당첨자들의 대부분은 매주 1만원 이하로 소액구매한 사람들이라는 통계가 있다"면서 "로또로 인생역전을 이뤄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삶의 소소한 재미정도로 접근하길 권한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npce@dailyc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