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현재 국내 수입차 시장은 BMW와 벤츠의 양강구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업체는 올 상반기에도 국내 수입차고객들에게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선전했다. 하지만 안심은 이르다. 최근 폭스바겐그룹의 일원인 스코다(Skoda)의 한국 진출 가능성이 커지는 등 수입차업체들이 본격적인 국내시장 공략에 나설 채비를 갖춰 업계 양강구도가 깨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수입차 판매량은 2만4275대를 기록하며 역대 월별 최다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국내업체들의 부진 속, 수입차시장의 파이는 점점 커져가고 있는 것.

수입차 업계는 지난 3월 2만2280대로 사상 최다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후 4월 1만8202대, 5월 1만8386대로 살짝 주춤한 듯 싶었지만 휴가철을 앞둔 6월엔 폭발적 성장세로 2만5000여대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중에서도 BMW는 단일 브랜드로는 국내 최초로 월 판매 5000대(5744대)를 넘기는 기록을 세우며 선두주자로 나선 모양새다. 수입차가 월 5000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일대 사건이다. BMW는 올 상반기 누적 판매에서도 무려 2만4206대를 기록, 1위를 차지했다.

후발주자는 메르세데스 벤츠다. 벤츠는 상반기 2만2923대를 판매, 누적판매 2위를 차지했다. 단순 기록을 떠나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럭셔리하면서도 품위있는 이미지로 사랑받아온 벤츠는 BMW와 함께 국내수입차 시장을 양분하는 중이다.

▲ 폭스바겐 7세대 신형 골프

하지만 최근 이 양강구도에 도전하는 유력한 도전자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바로 아우디와 폭스바겐, 벤틀리, 포르쉐 등이 속한 폭스바겐 그룹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1014만대를 판매해 역사상 최초로 연간 판매 1000만대 시대를 열었다. 2013년 대비 4.2% 성장하며 글로벌 1위인 토요타그룹(1023만대)을 바싹 뒤 쫒게 된 것. 올해 역시 상반기까지 504만 대를 판매하며 2년 연속 연간 1000만대 돌파를 향해 순항중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의 위상도 상당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아우디와 폭스바겐, 벤틀리, 포르쉐의 국내 합산 판매대수는 6만1256대에 이른다. 이는 수입차 전체 판매대수 19만6359대의 31%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7월에도 폭스바겐 연합군은 4만1520대를 판매,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13% 신장했다.

또한 전체 판매대수에서는 BMW와 벤츠에 뒤졌지만 폭스바겐 그룹은 7월 베스트셀링 모델에서 아우디 A6 35 TDI(791대), 폭스바겐 Tiguan 2.0 TDI BlueMotion(670대), 폭스바겐 Golf 2.0 TDI(593대) 순으로 판매, 국내 점유율 상승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폭스바겐 그룹은 하반기 스코다(Skoda)의 한국 진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BMW와 벤츠는 물론, 국산브랜드까지 위협하는 브랜드로의 성장을 노리고 있다. 체코 국적인 스코다는 주력 제품인 준중형세단 옥타비아를 전면에 내세워 유럽 중저가 시장을 장악한 대표적인 대중브랜드다. 이는 수입차들이 최근 추진 중인 국내 대중화 전략에 안성맞춤인 브랜드인 것.

반면 국산 브랜드들은 최근 내수 점유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7월까지 63.4%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5.4%에 비해 2%P 하락했다. 한국지엠 역시 1.6%P 떨어진 8.8%다.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와 더불어 국산차와 수입차와의 가격차이가 점차 좁혀지는 가운데 폭스바겐 연합군의 공세가 더욱 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 이들 외에도 국내 수입차 시장공략에 본격 나선 재규어 랜드로버의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재규어는 올해를 ‘재규어의 해(Year of the Catㆍ고양이과 맹수 재규어를 뜻함)’로 규정, 재규어 탄생 80주년을 맞아 새로운 엔트리 모델(XE)이 출시와 함께 본격적인 국내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이같은 움직임에 일환으로 재규어는 이미 TV방송광고를 온에어 했으며, 국내 인기 오디션 방송 ‘슈퍼스타K7’에 자사 차량을 부상으로 후원하고 있다. 재규어 측은 젊은 시청자 수가 많은 슈스케7으로 소비층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윤대성 전무는 “올해는 수입차들의 공세가 두드러진 한해”라며 “특히 6월 수입차 시장은 각 브랜드별 적극적인 프로모션과 일부 브랜드의 물량확보 및 신차효과에 힘입어 역대 최다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폭스바겐과 재규어 등 수입차업체가 한국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하반기 BMW와 벤츠, 그리고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훈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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