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입찰제한 풀려, 일각 ‘불법·탈법 행위 조장’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광복 70주년 기념 특별사면에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 경제인 14명이 명단에 포함된 가운데 입찰 담합한 건설사들도 사면 혜택을 받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13일 발표한 사면 명단에 따르면 전체 수혜 대상 건설사는 2200개사다. 이들 중 입찰담합 업체는 78곳에 이르며 건설사 상위 100위 안에 드는 업체가 53곳이다. 건설업계는 담합 행위가 적발되면 행정제재와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고 추가로 공공기관 공사 입찰도 참가할 수 없다.
이번 사면에 따라 건설업체가 받고 있는 입찰 참가자격 제한 조치 등의 행정제재처분이 14일 이후로 해제된다.
하지만 이미 처분된 과징금·과태료·벌금의 납부와 시정명령은 이행해야 하며, 민·형사상의 책임도 면제되지 않는다. 등록기준 미달 업체와 금품수수 업체, 부실시공 업체 및 자격증·경력증 대여 업체도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토교통부는 관계자는 “이번 특별조치는 건설 분야에 부과된 제재처분 중 입찰상 불이익이 되는 부분을 선별적으로 해제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건설업계, 환영·자성의 목소리
건설업계는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건설업계는 과징금과 인식 구속 등의 제재를 받으면서 입찰참가 제한까지 중복 제재라고 비판해왔다.
또한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은 입찰 담합 혐의로 인해 해외 발주처로부터 해명자료 제출을 요구 받는 등 해외건설 시장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특별사면으로 앞으로 이 같은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공공부문 수주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사면 조치를 환영하며 앞으로 담합행위를 철저히 근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쌍용건설 측은 “국내 주택 경기가 호황을 맞고 있지만 여전히 미래 전망은 밝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이번 조치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대한건설협회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특별사면에 진심으로 감사와 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그간의 불공정한 관행을 깊이 반성하고 진정성 있는 자정 노력을 통해 투명·윤리 경영을 실천해나갈 것을 국민 앞에 엄중히 약속한다”고 밝혔다.
◆ 野-시민단체,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
이번 특사에 입찰담합 건설사를 포함한 것을 두고 야당과 시민단체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소송이 진행 중인 데다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면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성명서에서 “입찰 담합은 자유시장경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며 “정부는 서민경제 활성화, 국민대통합을 내세워 건설사 특혜 과오를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건설대기업의 공공공사 입찰담합은 어느 한두 업체의 탈법행위가 아니라, 전방위적이고 노골적으로 자행되어 온 것”이라며 “오히려 불법·탈법 행위를 더욱 조장시킨 꼴”이라고 성토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보도자료를 통해 "4대강 담합업체들이 제기한 행정제재 무효소송이 채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사면으로 단 하루의 행정제재도 받지 않고 면죄부를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담합업체로부터 부당 수익을 전액환수하고,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실시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