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 입는 한국인...SPA 브랜드 대세

[소비자경제=강연주 기자] 1900년대 이후 우리 국민들은 일제침략과 6.25 동란을 겪으면서 '멋 부릴'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전쟁 이후 60, 70, 80년대 산업화시대로 접어들면서 패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인은 외국인들 사이에서 ‘옷 잘 입는 사람’으로 통한다. 실제 ‘한국인을 다른 동양인과 어떻게 구분하냐’는 인터뷰에 미국인 유학생 한 명은 “한국인은 패셔너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고 한다.

광복 이후 한국전쟁, 분단 등 혼란 속에서 우리국민이 즐겨 입는 패션은 어떻게 변화 되었을까? 광복 70년 국내 패션 발전 과정을 살펴보자.

◆ 광복~1950년대, 전통과 외래 패션의 과도기

▲ 최경자 디자이너와 그가 만든 군용 담요코트와 낙하산 블라우스(출처=KBS 70년의 세월 70가지 이야기)

1940년대에는 외래 문물이 급격하게 유입되면서 개량한복에 핸드백, 하이힐, 양산을 드는 전통과 외래 패션의 혼합형이 유행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계속되면서 밀리터리룩을 많이 입기도 했다.

1950년대에 들어서 최초로 디자이너라는 명칭이 국내에서 사용됐다. 당시 노라노, 서수정, 최경자, 김영애 디자이너 등이 국내에서 활동했다. 그 중 최경자 디자이너는 한국 패션의 어머니로 불린다. 올해로 78년의 역사를 갖는 국내 1호 패션학교패션디자인전문학교도 故 최경자가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옷감이 부족하던 시절 故 최경자는 군복과 군용 담요를 개량해 코트를 만들고 낙하산 원단을 이용해 낙하산 블라우스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전쟁 이후 혼란 속에서도 故 최경자의 옷은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1960년대, 한복 밀어내고 양장이 일상복으로

▲ 60년대 명동거리의 양복점과 60년대 패션(출처=국제시장)

1960년대는 불안정한 정세와 경제성장에 모든 인력과 관심이 쏠리던 시대였다. 전쟁 후 점차 국가의 틀을 잡아가면서 양복을 입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60년대 의식주의 가장 큰 변화중 하나로 양장과 양복의 인기를 꼽는다.

문화예술인 공간의 역할을 하던 60년대의 명동은 양장점, 양복점이 가득 들어서기도 했다. 이 시대 사람들은 남성은 양복점에서 여성은 양장점에서 옷을 맞춰 입었다. 공장에서 정형화된 치수로 만들어진 기성복을 구매해 입는 현대와는 다른 모습이다.

또한 당시 옷 좀 입는다는 신사는 골프웨어도 맞춰서 입기도 했다. ‘몽블랑’은 당시 현재 ‘블랙앤화이트’나 ‘먼싱웨어’ 같은 고급 맞춤 브랜드였다. 60년대 유명하던 양복점은 잉글랜드 양복점, 이용화 양복점, 컨티낸탈 양복점이 있다. LG그룹 일가가 옷을 맞춰 입었다고 유명한 소공동의 ‘GQ테일러’는 아직도 건재해있다.

◆1970년대, 짧아진 치마 길이와 단속

▲ 70년대 미니스커트(출처=쎄시봉)

70년대에는 여성 파워가 강해지고 여성의 사회참여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보수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상에서 적극적이고 젊은 신여성이 인기를 끌고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여성도 많아졌다. 이러한 여성의 욕구가 드러난 것이 미니스커트다.

국내에 미니스커트가 처음 들어온 것은 1967년 가수 윤복희가 패션쇼에서 처음 입은 뒤 빠르게 확산됐다. 미니스커트는 영국 디자이너 메리 퀸트가 1963년 최초로 선보인 것으로 국내에 비교적 빨리 유입됐다.

당시 미니스커트는 국내 큰 충격을 가져왔다. 미니스커트가 크게 유행하자 이를 입은 여성에게 칠칠치 못한 아가씨, 민망스러운 아가씨라며 70년대 초에는 이들을 단속하는 일도 벌어졌다.

영화 쎄시봉에서 70년대 미니스커트 단속 장면이 나오면서 당시 젊은 여성이었던 영화 관람객의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1970년 9월 11일 발행된 경향신문에 따르면 “미니스커트의 길이가 어느 선에서 미풍양속을 해치는 것으로 판단할 것인가로 고민하던 서울 종로경찰서는 11일 무릎 위 17cm면 단속하겠다고 자신 있는 결론을 내렸다”며 미니스커트 단속을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70년대에는 미니스커트뿐만 아니라 핫팬츠도 등장해 화제가 됐었다.

◆1980년대, 독립 의류 대형 매장 등장

1980년대 중반에는 서울 명동을 중심으로 한 건물에 자사 브랜드만 모아 판매하는 의류 독립 대형매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독립 대형매장은 서울 강남을 비롯해 지방 대도시까지 뻗어나가며 새로운 의류 시장을 형성했다.

제일모직은 ‘하티스트’라는 브랜드로 1988년부터 1989년까지 명동과 강남에 5군데 대형 매장을 세우기도 했다. 논노는 명동에 2112평 규모의 논노프라자를 설치해 이곳에서만 연간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독립 매장을 가장 많이 갖고 있던 기업은 SS패션은 서울에만 12개 매장을 갖고 있었고 실행되지는 못했지만 명동 제일백화점 전체를 임대해 독립 매장으로 만들 계획까지도 세웠었다.

이밖에 반도패션, 캠브리지 멤버스 등도 있었다.

이는 넓은 매장에 다양한 디자인과 사이즈를 갖추고 복잡한 백화점보다 편리하다고 평가받으며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만남의 장소를 제공하고 음료도 무료로 제공하며 최신 패션 정보도 알려주는 등 서비스 차별화 면에서 우호적이었다. 최초 복합 쇼핑몰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1990년대, IMF로 재조명된 오리털 의류

▲ 90년대 오리털 패딩 (출처=SBS뉴스)

오리털 의류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사양길을 걸어왔으나 90년대 후반 다시 빛을 받게 됐다. IMF 이후 값싸고 실용적이면서 따뜻한 옷을 선호하는 소비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1998년 겨울은 다라니냐로 한파가 예상되면서 방한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기도 했다.

특히 사무실 난방이 IMF 이후 전보다 따뜻하지 않게 돼 사무실 내에서 오리털 패딩 조끼를 입는 사람도 많아졌다. 90년대 패션전문가들은 “남성 정장차림에 오리털 점퍼를 겹쳐 입는 차림은 올바른 비즈니스 착장법에 어긋난다. 수트 위엔 모직코트나 트렌치코트를 입는 편이 좋”다고 충고했다고 1998년 12월 3일에 발행된 연합뉴스에 실리기도 했다.

오리털 패딩이 인기를 얻자 방한용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탄생하게 됐다. 기존의 패딩류는 바느질 자국이 두꺼운 박스형 잠바나 코트 스타일이 전부였으나 이후 허리라인이 강조되고 색상이 다양화되는 등 대중화됐다.

◆2000년대, 집에서 앉아 하는 온라인 쇼핑 등장

인터넷 쇼핑몰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돼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크게 성장했다. 2002년에는 ‘한국에서 가장 붐비는 시장은 인터넷 쇼핑몰’(한국경제, 2002년 11월 24일자)이라는 언론 기사도 돌았다.

특히 2000년대에는 대형 백화점 중심 쇼핑몰뿐만 아니라 중소 유통업체나 제조업체들도 자체 쇼핑몰을 개설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산업자원부가 2002년에 조사한 80개 인터넷쇼핑몰의 4.4분기 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매출 BSI는 156.9으로 성장과 쇠락의 분기점인 100을 훨씬 웃돌고 있었다. 같은 해 인터넷쇼핑몰 성장률은 67.4%로 유통업 1위였다.

롯데백화점에서 요우커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의류 매장 ‘스타일난다’도 2005년에 온라인 쇼핑몰로 처음 시작했다. 스타일난다는 2006년 여성의류분야 네이버 인기도와 랭킹닷컴 주간 순위 모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의류 온라인 쇼핑몰의 주 소비층은 10대와 20대였다. 당시 1020 고객 사이에서 인기 쇼핑몰 중 하나였던 ‘겐즈샵’은 하루 400벌 이상의 옷이 판매되고 자체 제작 상품은 쇼핑몰 등록 후 10분이면 매진되는 기록도 세웠다.

더욱이 쇼핑몰 운영자가 10대나 20대 초반 젊은 여성이었다는 점도 화제가 됐었다. 당시 스타일난다를 꾸려온 김소희씨는 쇼핑몰을 오픈했을 때 23살이었다.

◆현재, 실용적이고 다양한 디자인 한 곳에 모아모아

▲ 유니클로, 스파오, 롯데백화점 명동 영플라자에 입점해 있는 편집숍 원더플레이스 매장(출처=유니클로, 스파오, 롯데백화점)

현재 쇼핑 시장은 편집숍이나 SPA 브랜드가 대세다. 최근에는 유니클로, SPAO, 미쏘, 자라 등 의류 SPA 브랜드뿐만 아니라 슈펜과 같은 신발 SPA 브랜드, 미쏘시크릿과 같은 속옷 브랜드, 액세서리 브랜드 등 다양한 분야의 SPA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다.

후리스, 히트텍, 에어리즘 등 기능성 제품은 SPA 브랜드 내 계절별로 꾸준히 인기 있는 상품들이다. 특히 이랜드는 SPA 브랜드에 집중하면서 3년 만에 국내 SPA 브랜드 시장 매출 순위 3번째를 기록하고 있는 등 고속 성장 중이다.

SPA 브랜드와 함께 편집숍도 새로운 형태의 의류 쇼핑 방식이다. 편집숍은 여러 디자이너 또는 브랜드의 제품을 소량으로 가져와 판매하는 숍이다. 편집숍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이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롯데백화점 영플라자는 1층에 각종 편집숍 브랜드를 모아 놓은 편집숍 구역을 운영하고 있다. AK플라자도 14일 수원점에 라이프스타일 편집관인 ‘테라스 M’을 출시한다.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를 모은 편집숍도 있다. ‘아트리아’는 국내 200여개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가 들어와 있다. 편집숍은 주로 홍대, 이태원, 가로수길 등 패션과 젊음을 상징하는 지역에 분포해 20대 소비자의 인기를 얻고 주 단골층도 생성하고 있다.

한국의 패션 트랜드는 시대별로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매년 새롭게 변화해왔다. 올 여름은 서핑족 위주로만 소비되던 래쉬가드가 큰 인기를 끌면서 패션 시장에 이상 현상을 가져오기도 했다.

마리오아울렛 김경주 주임은 "올 여름 특이한 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객들이 래쉬가드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올해 래쉬가드 판매량이 수영복 판매량을 능가했다. 아울렛 입장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의 향후 동향까지 내다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래쉬가드는 한 동안 인기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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