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행 탓, 공시 기준 강화해야

▲ 현대엔지니어링 건설현장 (출처=현대엔지니어링)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최근 조선, 건설 관련 기업들을 둘러싼 분식회계 의혹이 거듭 발생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손실을 은폐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가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분식회계란 기업이 경영실적, 재정 상태 등을 계산할 때 부당한 방법으로 부풀리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건설·조선업계가 분식회계 의혹의 주인공으로 자주 거론된다.

유난히 이들 업종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건설·조선 업종의 독특한 회계방식 때문이다. 일반적인 기업의 수익은 서비스가 제공돼야 발생한다. 이를 ‘발생주의’라 하며 돈을 받는 시점이 아닌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기준이다.

그러나 건설사 등은 공사가 완공된 뒤 매출을 따지기에는 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공사 진행률에 따라 수익을 계산한다.

예를 들면 건설사가 3억원 규모의 공사를 3년 동안 진행할 때, 발생주의를 따르면 공사가 완공될 때까지 회사의 매출은 0원이다.

하지만 건설사는 공정률에 따라 매년 3분의 1의 공사가 완료된다는 전제로 1년 매출을 1억원으로 잡는다. 실제 투입되는 원가는 예정원가에 따라 실적을 미리 추정한다.

기업들이 이런 점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손실을 숨기는 게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쓴 비용을 전부 확인하기 어렵고, 임원들의 경우 직을 유지하기 위해 공사원가를 조정해 손실을 일정 기간 보이지 않도록 숨기는 일도 다반사다.

대우조선해양 사례와 같이 갑자기 대규모 손실을 실적에 반영할 경우 투자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되는 재무제표만으로 분식 여부를 따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모두 내부고발자가 대외비 문서까지 제공했지만 결론이 쉽게 나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의 한 증권분석가는 “기업이 발표하는 정보만으로는 손실 은폐 등의 위험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주산업 회계처리 관행은 분식으로 의심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투자자 등 정보이용자 권익을 위해 금융감독원이 공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건설업 회계처리 관행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는 보고서를 통해 “수주산업 회계처리 관행은 분식으로 의심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투자자 등 정보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해 금융감독원이 공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 한 관계자는 “총공사예정원가의 내역에 대해 자세히 공시하거나 미청구공사(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공사대금)의 변동내역에 대해 자세히 공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며 “무엇보다도 기업이 이해관계자와 소통의 의지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을 강조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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