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해결기준 있지만 법적 강제 없고 해석 제각각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지난 6월 12일, 13일 양일간 열렸던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ltra Music Festival, UMF) 코리아'에서 공연 당일 주요 출연자들이 개인 건강상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행사에 불참하게 됐다. 공연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이에 항의하며 환불을 요청했지만 주최측은 전액 환불은 해줄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법적 강제성이 없고 해석하기 나름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소비자와 업체측의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1998년 마이애미에서 시작해 점차 그 규모를 키워간 UMF는 전 세계 정상급 DJ들과 밴드들로 이루어진 음악 공연으로 한국에서도 매년 6월에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이며 올해도 어김없이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번 행사의 주요 출연자들이 불참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공연 당일인 12일 오전 12시 42분에 주최측인 UC코리아는 UMF코리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주요 출연자인 '알레쏘(Alesso)'가 건강상의 이유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어 동일 오전 4시 4분에 또 다른 출연자 '니키 로메로(Nicky Romero)'도 건강상의 이유로 이번 일정을 취소한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 소비자 측, 기대했던 출연진 빠져...‘전액 환불’ 해줘야
공연을 기대하며 개인일정을 미리 조정했던 사람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고 즉시 환불을 요청했다. 출연 예정이었던 ‘알레쏘’와 ‘니키 로메로’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아왔는데 이들이 불참했으니 당연히 환불처리를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에 사는 이 모(27)씨는 환불을 요구하자 주최측으로부터 아티스트의 공연 취소로 인한 환불 규정은 없다며 전액 환불은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회사 규정상 ‘메르스로 인한 (메르스가 우려돼 환불 받는 경우)’ 환불만 해주고 있으며 입장권 금액의 70%만 환불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내부 환불 규정이 모호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연을 보러 온 변 모(30)씨는 “티켓을 구매할 때 ‘블라인드 티켓(출연진이 공개되지 않아 비용이 할인된 티켓)’을 구매했던 것이 아니다”며 “알레쏘와 니키 로메오가 포함된 모든 출연진의 명단을 확인하고 고민 끝에 티켓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주최측에서 알레쏘와 니키 로메오를 보기 위해 티켓을 구매한 게 맞는지 증명을 하라는 요구를 받아 황당했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환불을 요구한 권 모(24)씨는 “다른 세계적인 음악 축제인 ‘2014 글로벌 게더링 코리아’는 출연진 한 팀의 참석이 취소되자 사과문을 공지하고 전액 환불해줬다”며 “주최측이 ‘2016년 UMF코리아 티켓’을 받든지 ‘70% 환불’을 받을지 두 가지 경우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주최 측, 70여팀 참여하는 행사...일정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주최 측인 UC코리아에서도 이번 사태에 관한 답변을 내놨다. 먼저 UMF 행사는 특정 아티스트의 단독 콘서트가 아닌 2명~6명의 헤드라이너(주요 출연진)와 그 외 70팀에서 많게는 100여팀의 아티스트가 꾸미는 공연임을 강조했다.
UC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확정된 헤드라이너 2명에서부터 점차적으로 출연 아티스트 숫자를 늘려나가 아티스트가 많기 때문에 명단이 조금은 바뀔 수 있고 그들의 출연 시간도 바뀔 수 있음을 주기적으로 공지한다”며 “2명의 아티스트가 취소 됐다고 전액 환불을 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환불 규정에 관해서는 “원래 회사 정책은 공연 전날까지 70% 환불 해주는 것이었는데, 이를 수정하여 공연 당일까지도 70% 환불이 가능하도록 바꿨다”며 “금전적 손실을 각오한 이례적인 변경”이라고 말했다.
또한 “불참한 두 아티스트를 대채하기 위해 널보(Nervo)라는 아티스트를 출연시켰고 다른 관객과 언론 및 전문가들로부터 어느 해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행사였다”고 말했다.
◆ 공연 환불 기준, 법적 강제 없고 해석에 따라 달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거해 출연자가 갑자기 교체되는 등 공연 내용이 당초 공지된 내용과 다르면 입장료 전액 환불과 입장료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받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한 관계자는 “단순 권고 사항일 뿐 법적 강제성이 없어 소비자와 업체측이 합의를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명확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사실상 해석에 따라 기준 적용을 달리 할 수 있다. 아티스트 개인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단독콘서트에서 주요 출연자가 변경 될 시 공연 내용 자체가 바뀐다고 볼 수 있으나, UMF코리아 같은 수 많은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공연에서는 기준을 적용하기에 모호한 측면이 발생한다.
6팀의 주요 출연자 중 2팀이 불참하게 됐으면 당초 공지된 공연 내용과 달라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주최측은 “불참한 2팀의 단독 행사가 아니다”라며 “전반적인 공연의 성격이 변경된 것은 아니므로 환불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의 한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다”며 “주최 측과 소비자간에 원만한 합의를 위해 행정적 지원에 적극적으로 힘쓰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안그래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기사로 접하니 심히 유감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