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자신만만, 국내 부양책 필요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중국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지난달 중국 증시가 잇따라 폭락하다 반등에 성공했지만 시장 불안과 실물경제 침체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리코노믹스(Likonomics)’에 제동이 걸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집권 3년차에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중국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각오지만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고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중국의 증시 하락 여파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보다 커졌다고 분석했다.
◆ 중국 증시, 여전히 ‘불안’
지난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하루 10% 이상 변동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3일 중국 증시 시가총액은 6조4612억 달러(약 7301조원)로 한달 전 9조6905억 달러(약 1경951조원) 보다 3조2293억 달러(약 3649조원)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1조4495억 달러(약 1638조원)의 2.23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8일 하루 만에 사라진 시가총액(3321억 달러)만 해도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2곳이 사라진 것과 같은 수준이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인 중국 증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충분한 영향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증시가 잠시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불안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현지 경제매체들은 12일 내주 상하이종합지수가 다시 소폭의 조정기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4000선 안팎의 상승세를 타겠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13일부터 발표될 9개 상장사의 상반기 실적, 수출입 증감액, 제조업 증가치, 민간소비액, 2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적 등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증시가 무너지면서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침체기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증시 폭락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 내수 침체로 다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부터 수출과 내수 부진을 겪고 있다. 1분기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은 7%로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2분기 성장률은 6%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소비자물가는 1% 중반정도로 부진하여 디플레이션의 가능성도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실질환율지수 또한 급상승해 수출이 불리해진 상황이다.
◆ 잘 나가던 중국 증시 꺾여, 신용거래 제한 탓
지난해 11월 17일, 중국 정부는 ‘후강통(상하이 증권거래소와 홍콩 증권거래소 간 교차 매매)’ 제도를 도입했다. 2007년 이후로 장기간 하락세로 이어진 상하이 증시를 살리기 위한 취지였다. 그 결과 주가는 고공행진해 1년간 150% 넘게 급등했고, 중국은 미국에 이어 2번째로 큰 주식시장으로 성장했다. 이에 더해 중국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는 주식 열풍으로 이어졌다. 너도나도 투자에 동참해 중국 증권 거래 비중이 지난달 최고 1750억 원 위안으로 반년 사이에 두 배가 늘었다.
전례 없는 증시 폭등에 중국 증시의 거품론이 제기됐다. 중국 증시의 거품이 빠지면서 곧 경제대붕괴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났다. 실제로 중국은 실물경제 부진에 부딪혔다.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4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이후 올 들어서도 계속 하락 국면이다. 성장률의 돌연 하락은 중국 증시의 급락으로 이어졌다.
과도한 기업공개(IPO) 물량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 정부는 증시가 호조를 보이자 기업공개 허가 건수를 크게 늘렸다. 그러나 기업의 신규상장이 증시 주변의 자금을 마르게해 현금 1100조 원에 달하는 돈이 묶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외에도 신용거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알려진 중국이 이에 대한 규제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투자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대 200%까지 레버리지(투자를 위한 차입) 거래가 가능한 ‘우산(umbrella) 신탁`에 대해 감독을 강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유안타증권의 조병현 연구원은 "중국 증시는 개인 비중이 상당히 커 전체 거래의 85%를 개인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개인 비중의 증가와 과열된 투자 심리에 따른 신용융자 확대는 증시의 변동성을 크게 할 불안 요소"라고 강조했다.

◆ ‘리코노믹스’ 약점 드러나나
멈출 줄 모르던 중국 경제에 제동이 걸리면서 리커창 총리의 경제정책 ‘리코노믹스(Likonomics)’가 한계점에 봉착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가 고성장을 해오며 미국에 이어 2번째로 큰 자본시장을 갖추게 됐지만 최근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며 목표치인 7%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는 7.4%를 기록하여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소비 시장의 침체가 치속되면서 수출 부진이 기업 수익악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증시 폭락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세계적으로 수출 산업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상태다.
중국 정부가 증시를 살리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가동하고 있지만 신뢰에 금이 간 시장 심리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국 증시 문제가 그리스 디폴트 사태보다 세계 금융시장의 더 큰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이라는 새로운 엔진 구축과 정부라는 전통적인 엔진을 개조하겠다는 리코노믹스는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순리핑 칭화대 교수는 ”중국 정부의 중앙 통제식 접근과 전문가의 부재가 결정적 약점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한편 리커창 총리는 증시 하락과 경기 침체에 대한 국제적 시선을 의식한 듯,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내외적으로 어필했다.
리 총리는 9일 지역정부 수장들과 경제좌담회를 열어 “중국은 지역적이고 체계적인 리스크 방지 능력을 갖추고 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한 “자본 및 통화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탄탄한 경제 기초체력을 구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거시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 유지, 내수 확대, 경제구조 개선, 명확하고 유연한 정책 실시, 방향성 있는 통제·조정 등을 구체적 경제운용 방안으로 제시해 성장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 부양책 시급, 구조개혁·물가안정 병행해야
12일 금융권에서는 중국 증시 하락에 이어 중국 경기 침체는 국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9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8%로 수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하반기 경제 성장률을 0.5%포인트 낮추면서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취약해진 점을 지적했다. 수출 국가인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의 성장 둔화는 곧 경제성장률의 하락이다. 중국은 2000년~2008년까지 10% 넘는 성장세를 기록해왔으나, 2011년부터는 7%대로 성장률이 떨어졌다.
중국 경제 악화가 국내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는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과 수입 모두 감소하고 있지만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불황형 흑자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 성장 둔화를 우려하면서, 정부의 과감한 구조개혁과 물가 안정을 통한 내수 진작 등이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DI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통해 한국 경제의 구조부터 개혁해야 할 것”이라며 “대내외적 불안 요소로 위축된 소비 심리를 개선해 내수를 진작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중국 증시 악화가 국내 증시 악화로 바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국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증시에 영향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예의주시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줄이기 위해 수출과 함께 악화된 소비 심리 등을 살리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 중국 경제, 글로벌 영향력 갈수록 커져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이하 WSJ)은 최근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3곳(중국 증시폭락, 그리스 디폴트, 푸에르토리코 위기)의 위기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 금융시장은 외국인 투자가 제도적으로 제한돼 선별적인 투자가 이뤄져 왔기 때문에 그 영향력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만큼 파급력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 경제에 미칠 파급력은 위협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세계 실물경제에 미치는 중국 시장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크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는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년 전 5%에서 현재 14%로 3배 정도로 늘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0.5%, 신흥국 경제 성장률은 0.7% 떨어질 것”으로 보면서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세계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이 고려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중국 증시에 대해 낙관론을 펼쳤다. 9일 자신의 블로그에 “과거 경험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조정장은 오래 지속하지 않는다”면서 “중국 증시 불패 신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중국은 “10% 이상의 성장 신화에선 다소 내려왔지만 여전히 매우 크고 고속 성장하는 경제”라며 앞으로도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