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간격으로 대규모 ‘신제품 발표회’ 개최

▲지난 6일 베이징에서 열린 LG전자 ‘2010년 가전 신제품 발표회’
(가운데 LG전자 중국지역본부장조중봉, 좌 정우성 상무, 우 Kevin director)
[CEO와소비자=엄혜영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 현지에서 하루간격으로 대규모 신제품 발표회를 개최하며 중국내 영토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상반기 본격적인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첫 테이프를 먼저 끊은 것은 LG전자.
LG전자는 지난 6일 중국 베이징 그랜드 밀레니엄 호텔에서 ‘2010년 가전 신제품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 신제품 발표회에는 LG전자 중국지역본부 조중봉 본부장을 비롯한 중국본부 관계자들과 베이징TV, 중국청년보, 차이나데일리 등 70여개 주요 언론사가 참석했다.
LG전자는 이날 휴대전화를 제외한 LCD TV, 모니터,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올해 중국 시장에 선보일 주요 신제품 68종을 대거 공개했다. 특히 72인치 풀 LED 3D TV와 151ℓ의 최대 냉동 용량을 자랑하는 멀티도어 냉장고, 디자인계의 거장 멘디니가 디자인한 최고급 양문형 냉장고 등 프리미엄 상품을 최초로 공개하며 큰 관심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이튿날인 7일 베이징 국가회의센터에서 ‘삼성 차이나 포럼’행사를 개막하고 이후 3일 동안 제품전시회와 판매 대리상 대회를 동시에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중국삼성의 박근희 사장, 삼성전자 IT솔루션 사업부 남성우 부사장 외에도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인 펑시아오강(馮小剛)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삼성의 박근희 사장(사진 왼쪽옷)이 중국 내 유명 영화감독인 펑샤오강(녹색 옷)
감독과 함께 삼성전자 풀HD 3D LED TV를 3D TV 전용안경으로 직접 체험해 보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풀HD 3D LED TV를 론칭하고,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의 e-Book과 삼성의 독자적 운영체제로 만든 바다폰 S8500을 공개했다. 또 3일간에 걸쳐 가전, 휴대폰, IT제품별로 대리상들을 나누어 만찬회를 갖고 삼성전자의 판매 전략과 신제품 정보를 교환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자업계 양대 산맥이 공들여서 대규모 신제품 발표회를 개최하며 집중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는 중국 현지의 정책적인 뒷받침도 한 몫 한다. 중국 정부가 가전제품을 새로 사거나, 교체할 때 10~13%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수혜를 입고 있는 것.
삼성전자는 컬러TV, LCD TV, PDP TV외에 에어컨 26개 모델, 냉장고 7개 모델, 세탁기 9개 모델, 휴대폰 15개 모델 등에 대해 공식 공급업체 자격을 획득했으며, LG전자 역시 대형 평판TV 위주의 5개 모델에 대해 공급자격을 획득했다.
이구환신은 중국이 농촌의 소비 증대와 경기 부양을 위해 중국 재정부와 상무부 주관으로 2008년부터 실시된 정책으로 지난해에, 1년 연장이 결정돼 올해 말까지 시행된다. 또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가전제품의 가격범위가 지난해보다 약 2배정도 확대됐다.
이러한 환경을 발판으로 중국 내수시장 확대에 유리해진 중국삼성은 올해를 ‘중국사업 도약의 해’로 설정해 내수시장을 획기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확립하고, 지방의 중소도시까지 유통채널을 확장하기 위해 대리상을 증가하는 등 ‘내수시장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LG전자 역시 “모델 공급자격을 획득한 만큼 중국 가전하향 시장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중국 시장 확대에 대한 굳은 의지를 나타냈다. 최근 LG전자는 중국에서 5년간 연평균 19%의 매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를 근거로 중국 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지난 6일 중국에서 개최한 신제품 발표회에서 LG전자는 고급 신제품들을 한국보다 먼저 선보였다.
중국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춘 동급 최대 용량인 151ℓ 멀티도어 냉장고가 눈에 띄었다. 6모션 드럼세탁기와 멘디니가 디자인 한 것으로 유명한 수평 핸들 ‘프리미엄 양문형 냉장고’도 주목을 받았다.
LG전자의 조중봉 중국지역본부장은 “지속적인 차별화와 고급화 전략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LG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질적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경쟁사보다 먼저 고급 제품을 내놓아 시장을 선점하는 ‘최초·최고’ 전략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중국에서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브랜드 위상을 더욱 높여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월 삼성전자는 변경된 중국 ‘가전 하향정책’의 공식 공급 업체 자격을 획득했을 때 “컬러TV 부문 공식 공급업체 자격 획득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중국내 중소도시까지 확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중국 농촌 시장에서도 ‘삼성=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기업 모두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프리미엄’을 무기로 삼은 것이다. 특히 이번 신제품 발표회는 중국의 제8세대 LCD 공장설립 허가발표를 앞두고 열린 것이어서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2위인 삼성과 LG 둘 중 하나는 선정 업체에서 탈락될 것이란 전망으로, 두 기업은 중국내 자사의 위치를 견고히 하기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LCD 공장 설립에서 제외될 경우 디스플레이 시장 경쟁에 뒤쳐질 뿐 아니라 중국 시장 주도권마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공장설립 업체 선정 마무리는 지난달 말까지였지만 당초 계획보다 발표가 늦어져 더욱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한편 세계은행(WB)은 얼마 전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8.7%에서 9.5%로 큰 폭 상향조정했다. 하반기 중국의 긴축정책 실시 전망과 위안화 절상, 1~2년 내 인플레이션 등의 우려도 있지만 현재 중국 경제는 근본적인 구조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을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다. 곡물과 내구재가 원활히 공급되고 있으며, 서비스 산업이 확대돼 민간 소비도 나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놓칠 수 없는 ‘거대 시장’ 중국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영토 확장’은 앞으로도 치열하게 계속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