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보다 수천 배 전파력, 보건 당국 ‘긴장’

▲ 독감 대비하는 홍콩 국민들 (출처=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이웃나라 홍콩에서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심상치 않다. 일주일에 인천과 홍콩을 오가는 관광객 수는 7만명 수준이어서 국내로 홍콩독감이 유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홍콩독감은 작년 겨울 국내에서 유행했던 독감과 비슷하지만 유전적으로 변이된 바이러스로, 메르스 사태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은 현 상황에서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메르스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 세우기에 나섰다.

◆ 사스 때 보다 사망자 많아

7일 홍콩에서 6월 12일부터 7월 1일까지 3주간 독감으로 89명이 입원했고, 이 중 61명이 숨졌다고 보건 당국은 밝혔다. 올 1~4월까지 이 독감으로 사망한 502명까지 포함해 상반기 사망자 수가 563명으로 늘어났다.

한국 메르스 사망자 35명의 16배, 2003년 홍콩에서 사스로 숨진 사람(302명)보다 1.9배나 많은 수치로 상당한 인명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이번 독감 바이러스는 H3N2로, A형 독감으로 분류된다. 1968년 홍콩에서 처음 유행한 바이러스는 세계적으로 약 1000만명 정도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유행하는 독감에 백신을 개발하여 전염병 확산을 막고 있다. 하지만 H3N2형인 이번 독감은 예측에서 벗어나 적절한 백신이 없다. 또한 지난 겨울에 유행했던 바이러스 자체에서 유전적 변이로 인해 항체가 달라붙는 것을 막는 ‘변종 바이러스’로 진화했다고 알려졌다.

메르스의 경우 정부의 초동 대응이 늦었어도 전파력이 낮아 전국으로 확산되지 않았지만 홍콩 독감은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특성이 있어 전파력이 수천 배다. 치사율이 낮은편(통상 1%)이어도 홍콩에서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 건 이 때문이다.

◆ 관광객 7만명, 독감 국내 유입 가능성 있어

국내에도 독감 바이러스가 상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파력이 높은 이유도 있지만 매년 7만명의 관광객이 한국과 홍콩을 오가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한국인 출국 통계’에 따르면 홍콩에 가는 한국인은 월 평균 10만 명이며 2010년 이후로 점차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지금은 독감 유행계절(12월~4월)이 아니라며 국내 홍콩독감 바이러스의 유입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설대우 중앙대 교수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2009년에 유행했던 신종플루도 4월에 유행하기 시작하여 두 달 후인 6월에 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번졌다”며 정부 당국이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우려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이후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퇴원하는 인원이 늘고 있지만 메르스 확진자는 186명이고 격리 중인 인원만 689명이다. 여전히 메르스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콩 독감이 국내에 상륙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전염병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독감과 메르스는 감염됐을 때의 증상이 비슷해 초기에 구분이 쉽지 않아 보건 당국은 물론 의료진과 국민이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7월과 8월 휴가철을 앞둔 현재 시기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놓쳐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제 2의 메르스 사태는 안돼, 초기 대응 절실

현재 '홍콩 독감' 관련된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보건당국의 초기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르스 사태에서 이미 부실한 방역체계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바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홍콩 여행객에 대한 입국 검역을 강화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여행자 체온 37.5도 이상이면 국내 의료기관에 방문해 검사를 받도록 하고, 공항 내 역학조서관을 파견할 계획이다.

특히 7, 8월 휴가철 시즌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국내 독감 유행에 각별히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다. 또한 홍콩 출입국자를 대상으로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 독감 예방과 치료 방법을 알리고 기내 방송을 통해 안내할 수 있도록 항공사에 지시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선제적 대응을 통해 홍콩 독감을 막아야 한다”고 보건당국에 요청했다. 아울러 “철저한 대비를 통해 제 2의 메르스 사태가 되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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