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등급임에도 철거되지 않은채 방치... 안전사고 우려
[소비자경제=엄수진 기자] 서울역 고가도로를 비롯해 서울 시내 재난위험 시설 등급이 위험수준인 곳들이 철거되지 않은 채 이용되고 있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 서울역 고가도로 재활용 아닌 재건축 필요?
서울의 회현동과 만리동을 잇는 서울역 고가도로는 구조물 부실과 콘크리트 부식 등으로 인해 안전 D등급을 받아서 당초 철거 방침이 결정됐던 곳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400억 원을 들여서 보강 공사를 하고 여기에 이같은 공중 공원을 조성해서 서울의 명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도시 재생사업이라는 주장이며, 가을부터 공사에 들어간다.
길이 685미터 서울역 고가에 올라서 망치로 도로를 치면 콘크리트가 쉽게 떨어져 나온다. 안 쪽이 심한 부식으로 비어서 나는 소리다. 교각은 더욱 심각하다.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 안이 텅 비었고 철근도 심하게 부식됐다.
이채규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 대표는 "안 쪽에 있는 콘크리트에는 완전히 노후화돼서 더 이상 콘크리트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진행돼 있는 상태다."라고 밝혔다,
◆ 도시재생사업 vs 세금 낭비
보수.보강으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 7년 전에 D등급을 받았고 철거 계획이 세워졌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도시재생 차원에서 고가에 공원을 만들겠다고 나선 상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러 가지 수목을 심게 되있다. 보강조치를 어차피 해야 해 보강 계획과 안전 조치가 함께 가면 된다." 고 말했다. 안전성 면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모든 상판을 다 뜯어내고 교각을 대폭 보강해야해 공중공원 조성에는 400억원이 든다. 단순 철거 때 보다 320억원의 비용이 추가돼 세금 낭비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는 최종 설계가 마무리되는 11월부터 노후화돼 부식된 바닥판을 새로 교체하고 본격적인 보수.보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 서울시내 재난위험시설 E등급에 여전히 주민거주
이런 와중에 서울시내 재난위험시설 E등급인 건물에 주민이 거주하거나 이용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재난위험시설은 A∼E등급으로 구분되며 D등급과 E등급은 보수·보강을 하거나 적절한 안전조치를 마련해야 하는 시설이다. E등급은 재난 안전법에 따라 철거 대상으로 지정해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
2일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에 보고한 데 따르면 5월 기준 서울시내 재난위험시설은 D등급 시설이 195곳, E등급 시설이 18곳 등 총 213곳이다.

◆ 철거대상 8곳 ‘아찔한 하루하루’
8개 건물에는 아직 주민 퇴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다.
주민이 거주하거나 사용 중인 E등급 시설은 성북구 정릉스카이 3개 동, 동작구 신 노량진시장, 영등포구 영남시장, 영등포구 버드나무연립주택, 은평구 보림주택, 성북구 무허가 주택이다. 주택 6곳에는 23가구가 살고 있고, 시장 2곳에는 매일 상인과 이용객이 드나들고 있다.
건물 상태를 고려하면 당장 퇴거 조치가 필요하지만 주민들은 재건축을 기다리거나 생활 터전이 바뀌는 것을 우려해 쉽게 보금자리를 옮기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건설안전과 관계자는 "당장 8개 건물을 철거할 계획은 없지만 보수라도 먼저 이뤄져야 한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빨리 진척되지 않고 있어 주민과의 협의가 쉽지 않다. 하루빨리 이주가 이뤄질 수 있게 구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신축 공사 여파로 건물이 0.57도(20.1cm)가량 기울어 올해 E등급 시설로 새롭게 지정된 강동구 동은아파트는 구청이 대피 명령을 내린 뒤 11가구가 모두 이주했다.
주민들이 임시로 거처를 옮긴 뒤에도 매입가를 놓고 주민 측과 교회 측이 이견을 보여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D·E등급 건물의 보수·보강을 독려하고 수시로 안전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시는 자치구와 관련 회의도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엄수진 기자 npce@dailyc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