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고유진 기자] 전통시장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행되고 있는 ‘온누리 상품권’이 본래 역할은 커녕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2009년부터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통시장과 상점가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발행하고 있으며, 이는 전국 전통시장 및 상점가의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또한 온누리 상품권은 5% 할인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중장년층 주부뿐만 아니라 젊은 새댁들도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현금이 아니면 거부감을 느끼는 상인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재래시장 매출에 큰 타격을 고려한 일종의 ‘구제책’이였던 온누리 상품권은 발행규모 2000억원 수준에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5000억원 규모의 상품권이 시중에 풀린 것으로 파악됐다.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은 전국의 1000여개 정도로 추정되며 지방 재래시장은 상품권 유통이 원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세사리를 판매하는 한 노점상은 “상품권을 받으면 거래소를 찾아 일일이 현금으로 교환해야 하는 것도 일”이라며, “그 와중에 신용카드로 거래하는 사람들도 있어, 현금을 내미는 고객들이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또한 경기도에 거주하는 임 모씨는 “처음에는 전통시장에서 온누리 상품권 거래를 많이 이용했지만, 일단 상품권을 내밀면 상인들은 현금이 없냐 되묻기 때문에 차라리 마음편히 현금을 챙겨간다”며 “현금으로 거래 할 때는 가격을 깎을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인과 소비자 모두 본래 전통시장의 체제를 더 선호하고 있었으며, 전통시장 살리기에 앞서 상인과 소비자가 변화를 인식하는 것이 우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러한 외면 가운데 ‘상품권 깡’은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달 23일, 새누리당 장윤석 국회의원(영주)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가맹점(상인) 조치방안’ 자료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 ‘깡’ 적발 사례는 2069건으로, 상인 1570명이 5억원 가량을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단속된 상인은 특별할인 판매기간에 친인척 등을 동원해 온누리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고객과 거래한 것처럼 꾸며 부당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적발된 1570명에 대해 환전 수익을 등을 보면, 1회 위반이 대부분(1175명, 74.8%)이며, 이들이 얻은 환전 수익 또한 30만 원이하(77.2%)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장윤석 의원은 “올해 세월호 여파 등으로 국내 내수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전통시장 상인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며,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500만원의 과태료는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이기 때문에, 관계 당국은 시장 상인들의 경제상황과 위반 행위의 정도, 결과 등을 면밀히 파악 한 후 사안의 경중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4월 세월호 여파로 국민 소비심리가 위축되자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한시적으로 온누리상품권을 기존 5%에서 10%로 할인 판매했다.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온누리 상품권’이 소비자들의 외면과 관리부실, 일부 상인의 도덕적 해이로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 모습이다.
고유진 기자 npce@dailyc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