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만에 인하 결정... 추경 탄력받나

[소비자경제=박우현 기자] 한국은행이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했다.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낮춘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만인데다 발표 한주 전까지도 금리동결 입장을 고수하는 발언을 해 온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입장이 번복된 것이어서 시장은 놀랍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시장이 줄기차게 금리인하를 요구해 왔던 것에 반해 독자노선을 걷던 한국은행이 돌연 금리인하로 방향을 바꾼 배경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총재는 금리인하를 단행한 이유로 호전되지 않는 경제 여건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조속히 처리한 국회에 동참하고 협력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계 주요국들의 금리인하 움직임이 계속되고 양적완화정책을 경쟁적으로 펴나가고 있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 놓고 있다.
실제 이달 들어서만 ECB외에 호주, 인도 등이 기준금리를 낮추었으며 지난 4월에도 헝가리, 터키, 브라질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춘 바 있다. 더욱이 대규모 양적완화로 국내 수출기업에 큰 피해를 끼치고 있는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 비판을 받아 왔다. 정부는 이번 한은의 금리인하방침을 적극 환영하며 국회를 통과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과 함께 경기부양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자부담에는 숨통 트여... 이자소득자에게는 빨간불
한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은 1조 8000억원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가계 대출잔액 458조8000억원 중 76%인 348조6880억원이 변동금리 대출이며 기업의 경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50~60%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가 0.25% 낮아지면서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가계의 대출 이자가 9000억원,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2000억원, 7000억원 가량의 이자부담이 감소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정기예금금리도 내려가면서 이자소득자들에게는 빨간불이 켜졌다.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정기예금금리가 우대금리를 제외하고 1%대 후반까지 추락했으며 저축은행들 또한 큰 폭으로 수신금리를 내리면서 정기예금 3% 금리의 마지노선도 무너졌다.
이와 같은 예금금리 인하의 여파는 이자소득비율이 큰 60세 이상의 은퇴자들의 소득여건을 크게 악화 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 60세 이상 연간 소득은 2340만원, 그 중 이자·연금 등의 재산소득이 12.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시장은 그동안 금리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해오면서도 실제로 내릴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달에 이어 또 한 번의 반전(反轉)을 일으킨 셈이다. 추경 예산을 편성한 정부와의 정책공조로 경기부양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만해졌다는 전망이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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