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입장에서 변화를 추구한다”


“올해로 예술의전당은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민간기업 CEO출신으로 가장 어려울 때 사장을 맡아 적잖은 부담을 느낀다. 국민들이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예술의전당으로 발전시키고 당면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타개하라는 뜻에서 임명된 것으로 알고 있다. 예술의전당 설립이유인 국민의 문화복지향상을 더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공급자 입장이 아닌 이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예술의전당을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신홍순 사장은 비예술 분야의 민간기업 출신 CEO로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경영방식의 장점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원활하게 경영할 수 있는 재원확보에 더 많은 힘을 쏟을 것이라고 덧붙이다. 이를 위해 각종 야외이벤트와 뉴욕의 소호거리처럼 예술성이 가미된 문화상품 장터를 유치할 예정이다. 특히 모든 임직원이 합심해 국민들이 예술의전당을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시스템을 개선하고 있어 더 좋은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예술인구 확대는 문화강국의 초석을 다지는 일이다
신 사장이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선임되자 “수익성에 치중하겠지”라는 예측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신 사장은 공공성에 더 큰 의미를 두며 기업후원과 정부지원 유치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다양한 연령과 계층에게 문화예술 향유기회를 제공해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우수한 아티스트를 육성할 것이다. 예술인구 확대는 문화강국의 초석을 다지는 일이다. 문화에 대한 마음을 초심으로 유지하고자 예전부터 백범 김구 선생님의 ‘나의소원’ 중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라는 글을 항상 소지하고 읽는다. 문화강국을 이루기 위해선 많은 국민들이 보다 쉽고 저렴하게 문화예술을 접해야 한다. 그 방법은 예술의전당 재정자립도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경영재원과 예술사업기금마련을 위한 방법으로 고가의 티켓발매보다 부대사업과 신규사업을 확대해 예술작품 제작을 지원하고 적극 기업후원과 정부지원을 유치할 예정이다.”
특히 기업후원에 큰 뜻을 품은 신 사장은 “선진국에서는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업에게 세금과 기업지원정책 등에서 많은 혜택이 주어지지만 우리의 경우 아직 초보단계”라며 기업이 능동적으로 문화예술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집중한다.
“우선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으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개발하고 지원활동을 단순 기부가 아닌 광고·마케팅활동으로 인식시켜야 더 많은 후원을 끌어낼 수 있다. 물론 홍보와 캠페인을 통해 잠재후원자도 계속 개발해나갈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공기와 공간 이외의 대부분 시설을 기업기부로 조성한다. 우리도 객석과 발코니좌석에 네이밍도네이션을 유치할 예정이다. 시설을 개보수할 때 후원기업 사명을 극장이름으로 사용하는 네이밍도네이션방식과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보수프로젝트 같은 후원방식을 검토중이다. 아멕스카드사는 지난 1983년부터 미 전역에서 실시된 자유의 여신상 보수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자유의 여신상-엘리스 아일랜드 재단’을 설립하고 3개월 동안 한번 사용할 때마다 1센트를, 신규로 아멕스카드를 신청할 때마다 1불을 재단에 기증했다. 결국 아멕스는 ‘자유의 여신상-엘리스 아일랜드 재단’에 백만불 이상을 기부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그 결과 신규카드 고객이 28% 증가하고 아멕스카드 전면에 자유의 여신상 이미지를 사용해 미국을 상징하는 신용카드사가 됐고 전 세계인이 애용하는 신용카드로 성장했다.”
신 사장은 이처럼 예술의전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문화예술 랜드마크인 예술의전당 이미지와 자사의 이미지를 오버랩시켜 국내외시장에서 긍정적인 문화인프라를 구축하고 고객에게 자사를 홍보할 수 있어 별도의 추가예산 없이 지속적인 홍보와 마케팅활동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또 예술사업 후원기금도 조성할 예정인 신 사장은 이를 위해 여러 사례를 검토중이다.

예술을 이해해야 창조경영이 가능하다
“모 조사에서 미국인들의 83%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택하고 74%는 공익과 연결된 기업광고에 더 주목하고 69%는 기업의 사회기여도에 따라 상품구매를 결정하며 89%는 기업의 공익성에 따라 브랜드를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문화예술을 통한 기업의 사회공헌도에 따라 고객의 선택도 달라진다. 최근들어 기업들이 문화예술분야를 통한 사회적 책임에 큰 진전을 보이는데 이는 예술이 기업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어 고객과 더 친숙하게 만들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해주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성공적인 기업경영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갈구한다. 또 고객의 주된 관심사가 예술이라 정확한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선 먼저 예술을 이해해야 한다. 더불어 예술이 경영자의 창의력을 향상시켜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많은 CEO들이 큰 관심을 보인다.”
경영과 예술의 접목을 설파하는 신 사장은 미국과 유럽 등의 글로벌기업들은 이미 1980년대 필랜스로피 개념의 문화예술후원을 통해 고객 인지도를 높였고 1990년대 이후로는 자사의 이익을 중시하는 마케팅활동으로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신 사장은 경제적 측면에서 문화예술 발전은 한 국가의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을 대변하는 척도로 자주 활용된다며 고객들은 예술성이 가미된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예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고객특성과 성향 이해를 의미한다고 못 박는다. 기업이 예술을 이해해야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개발이 가능하고 문화·예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올바른 경영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 사장은 대부분의 글로벌기업들은 이런 특성을 이해해 우수 제품과 마케팅 정책을 세워 시장선점에 성공한다고 전한다.
“건실한 기업활동이 가능하고 우리사회가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고 정신적으로 성숙하려면 기업은 예술의 효용성을 인정해야 한다. 예술은 사회 전반에 걸쳐 높은 의식수준을 제공해 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프라를 조성해준다. 문화예술은 단순히 일방적인 기부나 후원이 아닌 발전을 위한 투자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지속적인 기업 존재가치의 홍보를 위한 투자가 고려되어야 하고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 IBM은 1956년부터 생활여건 향상을 목표로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술력을 활용한 현물을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문화 관련 단체 등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1998년에는 세계문화재 복원과 각종 문화이벤트를 지원하는 'E-Culture Project'에 참여했고 2000년에는 디지털도서관을 구축하는 등 지속적인 문화후원활동을 전개했다. 이 결과 2001년에 미국상공회의소와 2002년 Business Ethics가 선정한 최우수 Corporate Philanthropy기업과 최우수 윤리기업으로 선정됐고 현재 세계시장에서 꼭 필요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IBM의 성공사례를 소개하는 신 사장은 최근들어 우리나라도 많은 문화예술기관과 공연·전시장들이 설립되어 문화예술향유층이 두터워지고 투자가치가 높아져 기업참여가 가능한 예술시장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다양해졌다며 문화예술을 후원할 때 자사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우고 후원대상을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기업 규모, 고객 관심사 등을 고려해 후원대상을 정해야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하다. 다양하고 지속적인 후원시스템을 마련해야 기업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고 장기적으로 자사의 존재가치를 알리기 위한 지원이 꼭 필요하다. 문화예술후원을 통해 성공한 대다수 기업들은 오랜 기간 후원해 결실을 거뒀고 대부분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고객 신뢰를 축적해 어려움을 만나도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문화예술후원은 크게 하드웨어에 대한 지원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후원으로 나눌 수 있다. 하드웨어에 대한 지원은 극장이나 전시장 건립 및 보수 지원이 대표 사례다. 또 예술기관이나 극장은 지원에 참여한 기업을 메인스폰서로 삼아 모든 프로그램과 행사에서 해당기업을 홍보하고 사회에 봉사하고 발전에 기여한다는 기업이미지를 고객에게 전달해 최대의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후원은 예술기관이 개최하는 프로그램과 축제에 제작비를 후원하는 것으로 예술행사에 참여하는 고객들에게 예술을 사랑하는 기업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 당연히 수혜자인 문화예술기관과 단체도 기업에게 지속적으로 유무형의 이익을 되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자세하게 기업의 문화예술지원의 당위성과 고려사항 및 전략들을 제시하는 신 사장은 예술은 인간의 감성에서 자라는 생명체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칠정(喜怒哀樂愛惡慾)을 모두 표현할 수 있다며 “예술은 상처 받은 사람에게는 위안을,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는 희망을, 권태에 빠진 사람에게는 활력을, 미움으로 가득 찬 사람에게는 사랑을, 나쁜 욕심에 빠진 사람에게는 새로운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며 예술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명약이라고 역설한다.

패션CEO, 재즈공연기획자 거친 대표적인 감성CEO
선친과 함께한 유년시절의 공연관람· 문학체험· 전시관람,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의 교류, 해외근무시절 여러 국가에서 경험한 문화예술을 대하는 안목과 높은 의식, 화가인 배우자와의 결혼생활, 친구들과 자주 인사동 클래식음악감상실을 찾았던 학창시절의 추억 등 늘 문화예술과 함께 살아왔다고 자랑하는 신 사장은 LG패션 사장 재직시에는 영국 로열필하모니오케스트라와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공연을 후원했고 중국과 러시아에서 살고 있는 동포화가를 초청해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후원했다. 이런 활동 등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CEO로 명성을 떨쳤다. 은퇴 후에는 학교에서 후진도 양성하고 재즈공연 기획자로 변신하는 파격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신 사장이 처음 시작한 재즈공연은 얼마전 84회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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