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글로벌 시장 고지를 노린다 ②자동차

“도요타 CEO가 백미러를 통해 엄청난 속도로 추격해 오는 현대자동차를 확인하는 게 두렵다고 말했답니다. 도요타 잡을 수 있겠습니까? 얼마만에 가능할까요?”
2년전 현대차의 한 임원에게 물었다.
당시 그는 “일본식 표현법이겠지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품질경영과 글로벌 경영이 정상 괘도에 오른다면 현실화될 수도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었다.
자동차는 대한민국을 대표해온 수출품목이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업계는 경기침체로 인한내수부진과 경직된 노사관계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환율로 인한 수익성 악화도 무시할 수 없다.

이머징 마켓 공략 본격화

올 초 GM대우와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의 내수 판매량은 일제히 증가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의 맏형 격인 현대자동차는 내수판매 부진과 계속되는 파업으로 이미 몸살을 앓고 있는 형국이다.
내수의 경우 경기침체의 영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 궁극적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한동안 김동진 부회장이 손가락을 쫙 펴며 ‘글로벌 TOP 5’를 입버릇처럼 강조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 김동진 부회장은 여전히 “글로벌 생산기지의 생산 비중을 높여 진정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 동유럽 등 신흥 개발도상국이 현대자동차의 주요 해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가 해외에서 판매한 188만9463대 중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동유럽지역의 판매량 합계는 40만4044대로 전체의 21.4%를 차지했다.
이는 서유럽시장의 작년 판매량(33만2259대)을 앞지른 동시에 현대차의 최대 해외시장인 미국시장 규모(45만5516대)에 근접한 수치다.
중동 지역의 구매력이 늘어나고 신흥 개도국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에 비해 주목 받지 못했던 이들 지역이 현대차의 ‘롱테일 시장’(상위 20%를 앞지르는 하위 80%의 시장)으로 부상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중동·아프리카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18.1% 증가한 20만8019대로 해외 판매량의 11.0%를 차지했다.
이 지역에서 현대차의 판매량 증가율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 시장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21.6%)에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해 7만2036대가 팔린 동유럽은 23.3%의 증가율로 현대차의 해외시장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중남미에서는 전년 대비 11.3% 늘어난 12만3989대가 판매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연초 조직개편을 하면서 기존의 미주팀을 북미팀과 중남미팀으로 분리, 중남미시장 공략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중동과 아프리카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터키공장 생산라인을 증설, 지난해 6만1000대보다 47.5%나 증가한 9만대를 생산·판매키로 했다.
이는 현대차의 올해 해외공장 중 가장 높은 생산 증가율 목표치다.

‘영양 만점’ 스포츠마케팅

김동진 부회장은 “미국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중고차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품질과 함께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을 동시에 강조한 것이다.
점차 품질이 상향평준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고차의 가격의 차이는 곧 브랜드 가치의 차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의 스포츠마케팅과 모터쇼, 해외 언론 등을 담당하고 있는 해외판촉팀 박채훈 팀장 역시 “글로벌 시장의 성패는 100% 브랜드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브랜드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현재 현대차는 브랜드가치 제고를 위한 방법론 중 하나로 스포츠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4년까지 월드컵은 공식 후원사인 동시에 유로2004에 이어 2008까지도 공식후원하고 있다. 인도, 미국, 독일, 체코, 호주, 중국 등에서는 크리켓, 야구, 농구, X게임, 축구, 하키 등에 스포츠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당연히 자원의 분배와 효율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박 팀장은 “스포츠마케팅은 PR의 연장이다.
현재 현대차는 세계 40개국에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전세계 모든 국가에 집행하려면 100억불 이상이 소요된다.
이에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효율성 높은 미디어 노출 방안을 찾은 것이 월드컵과 유로의 스폰서 쉽”이라 밝혔다. 전세계 213개국에 중계되는 월드컵이나 170개국에서 즐기는 유로를 통해 효율성 높은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월드컵 기간 동안 현대차 브랜드의 미디어 노출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90억불의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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