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해진 외국인 국내투자, 대책은?

매력 잃은 국내시장…외국인도 내국인도 시큰둥
노사문제, 정부규제 개선 등 현실적 해결안 시급
외국인 투자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들의 직접투자가 줄어도 너무 급속하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국제자본의 투자여력이 줄어든 상황을 감안하면 그나마 자위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최근 중국을 비롯 인도, 베트남 등 주변국들의 외국인 투자 급증과 비교해 볼 때, 몇 해째 지속되고 있는 국내 투자 급감은 우려를 넘어 위기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가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산업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이뤄진 외국인 직접투자액이 112억3천만 달러로 집계돼 목표치 11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를 뒤집어 보면 외국인 직접투자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당초 우려와 달리 목표치를 넘어서는 데는 간신히 성공했지만 다소 호전됐던 지난 2004년 127억9천만 달러를 고점으로 또 다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마디로 지난해 외국인들의 국내 직접투자 규모가 당초 목표치를 소폭 상회했으나 결과적으로는 2년 연속 감소했다는 의미다.
이렇듯 외국인의 국내 직·간접 투자가 모두 유례없이 큰 폭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 해마다 급감
외국인 직접투자란 외국 기업이나 투자자가 국내 기업을 인수하거나 새로 한국법인을 설립해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국내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것(포트폴리오 투자)과는 차원이 틀리다. 외국인 직접투자를 통해 들어온 기업은 외국 기업이 아니라 한국에서 세금을 내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한국 기업으로 봐야 한다.
수십 년 간 한국에서 생산, 영업을 해온 모토로라, 후지제록스 등이 이에 해당된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한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당장 만회하기 힘든 선진기술, 노하우, 경영기법 등을 빠른 시간에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국내의 부족한 투자를 보완하고 일자리를 늘리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물론 국내 기업들에 대한 투자에 있어 내국인 투자(내자)건 외국인 투자(외자)건 차별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지난 98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외자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또 우리나라에 외국인 투자가 늘면 늘수록 한국 경제상황이 안정적이고,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외부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그 의미는 크다. 즉, 내국인 보다 외국인이 그 회사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그 만큼 회사가 외국에서 까지 인지도가 있고, 신뢰를 얻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에 이것은 곧 국가경쟁력과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이런 이유로 기업은 내자보다는 외자를 선호하게 된다. 그 만큼 기업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 여건 ‘매력 상실’
외국기업들의 국내기업에 대한 투자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또한 글로벌 R&D센터의 폐쇄도 눈에 띠게 줄어드는 등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각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편에서는 외국인의 투자회수가 일시적이길 바랄 뿐이지만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 썰물처럼 빠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급에 큰 영향을 받는 국내 자본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국내 투자 위축세가 올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경쟁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가 한국의 23배인 1650억 달러에 달했다. 몰락하던 영국 경제가 다시 순항하는 이유가 바로 외국인 투자유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 기업 공장에는 토지를 싸게 임대하고 길을 닦아주며 준공식에 영국 여왕까지 참석할 만큼 영국은 외국인 직접투자에 적극적이다.
주변 경쟁국들을 보면 지난해 중국이 724억달러(3위),홍콩은 359억달러(6위),싱가포르가 200억달러(11위)를 투자받았다. 한국은 싱가포르의 3분의 1인 72억달러에 그쳐 경제 규모는 10위권인데 외국인 직접투자 성적은 29위다.
그 순위 격차만큼 국내 외국인 투자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직접투자가 세계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은 투자수익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외국인 직접투자액이 감소추세인 이유도 이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간접투자 비중이 높은 것은 자본회수의 용이성에 무게를 둔 전략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 평균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간접투자액 전체에서 50% 내외는 핫머니일 수도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이 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언제든지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부서 일원화 시급한 과제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한국의 투자환경을 홍보하고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지난해 11월에 열린 ‘외국인투자주간’ 행사에서 외국인들은 국내 자본과의 균형적인 정책, 정책부서 일원화 등을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서 ‘존 더닝’ 영국 레딩대 명예교수는 “국가별 여건과 기업의 경쟁력 등을 감안해 자국 내 투자유치뿐 아니라 해외자본 투자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느냐가 자본유치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더닝 교수는 또 “한국의 경우 시장이 이미 성숙하고 양질의 노동자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만큼 고부가가치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 유치를 늘리려면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 형성, 네트워크 자산 공유 등을 원하는 다국적기업들의 요구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 유치와 해외 직접투자를 하나의 정부부처가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망설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한국의 강성노조를 단골메뉴로 꼽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새해 벽두부터 돌출한 현대차 부분 파업 사태로 한국의 전투적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큰 이유 중에 하나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태미 오버비’ 수석부회장은 “과격한 노사분규와 정부의 경직된 투자 정책 등으로 외국인의 한국 투자가 주춤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현대차 노조의 불법 파업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각이 더욱 싸늘하게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밀어내기식’ 해외투자를 유도하고 나선 것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정부규제, 노사문제 개선 등 시급
정부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막상 투자하겠다고 신고한 뒤에도 본사 사정이나 우리나라의 투자환경 변화 등을 이유로 실제로는 투자를 줄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땅값과 높은 임금, 노사문제와 경제정책 등 국내의 불확실한 경영환경, 북한의 존재가 외국인이 실제 투자를 꺼리는데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투자에 대해 국세 및 지방세를 감면하고 투자 규모에 따라 공장 부지와 현금 등을 지원하지만 중국 등 경쟁국보다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또한 외국인 투자가들이 요구하는 내용에는 노동관련 분야가 가장 많아 선진형 노사관계 구축이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들의 요구사항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국인 직접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이러한 것들부터 하나씩 고쳐 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이것이 고쳐지지 않는 한, 아무리 거창한 투자유치 계획을 짜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시장에 존재하는 관치의 힘이 여전히 강하고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는한 외국인들의 호응을 얻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업투자를 늘리고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 확대하려면 경쟁국들보다 높은 세금을 낮춰야 하며, 공정한 세정이 이뤄지도록 조세개혁 또한 필수적이다. 정부가 공정하고 투명한 정책집행을 할 때에만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고 외국인 투자는 증가할 것이다. 한국을 떠나가는 외국인의 자본을 다시금 국내 투자처로 옮길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모두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말로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칠 것이 아니라 시들해진 외국인 투자가들의 관심을 다시금 돌려놓아야 한다. 글로벌이 강조 되고 있는 이때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정책과 대안은 곤란하다. 외국인 투자는 현재 병들어 있는 우리경제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제일 좋은 약이다.
오승재 기자_osj@ceonews.co.kr
Focus/전문가에게 듣는다
“노사관계 개선돼야 한국시장 주목 받는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노사대립이 ‘국가경쟁력’과 관련해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반면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급감했다”고 말하면서 “이같이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이 모두 우리나라에서 투자를 줄이고 해외투자처로 옮겨간 이유는 여러 가지 문제로 볼 수 있지만 그 이유 중에 하나로 ‘전투적인 노동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그동안 노동운동의 위상은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 노사관계의 제도와 관행은 여전히 낡은 패러다임에 얽매여 있어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외국인 투자가들은 노사관계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만큼 ‘노사관계’라는 상품을 잘 만들어 내놓아야 한국시장이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하면서 ‘매력적인 노사관계 성립’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연구하고 대응 방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기술 지닌 외국인투자 반드시 필요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수영 회장은 얼마 전, 독일 경제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들로부터 ‘한국은 매우 투자하고 싶은 매력이 있는 나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한다.
한국 근로자들은 기술 수준이 높고, 지적 재산권이나 기술 등 자기 회사의 재산을 보호하려는 충성심도 강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은 지리적으로 세계 최대시장 중 하나인 중국을 겨냥한 생산기지로서 최적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런데도 왜 한국에 투자를 하지 않는가?”라고 질문하자 그들은 “외국인들이 한국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한국의 전투적인 노사관계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한국의 노사관계가 너무 무섭다’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자본규제 완화에 못지않게 양질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국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노사관계 개선에 노력해야 하며 각종 규제완화, 조세개혁 등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현재 한국경제에 있어서 고부가가치 기술을 지닌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규제완화 시급한데도 정부태도 ‘수수방관’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이재웅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을 떠나는 이유로 ‘노사문제’, ‘조세문제’, ‘정부규제’를 꼽는다.
이 교수는 불법파업을 일삼는 전투적인 노조 때문에 투자가 불안하고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조세 여건도 좋지 않다”고 말하면서 “홍콩, 싱가포르 및 OECD 회원국들은 소득세·법인세 등을 내리고 기업투자 유치를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오히려 각종 세금을 올리고 있다.
또한 정부가 조세를 기업과 개인 을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한다는 것이 일부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이라며 “오죽하면 ‘세금폭탄’이라고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또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업계의 주장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는 ‘수수방관’이라는 태도라고 여겨질 정도여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며 “정부의 각종 규제가 더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열악한 노사관계와 세금폭탄, 경제의 발목을 잡는 규제 등이 기본적으로 우리사회의 反기업 정서, 反시장경제 정서를 반영하며 정부의 대안 없는 정책이 이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 같다”며 “이러니 기업투자든 외국인 직접투자든 침체할 수밖에 없고,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Tip/외국인 국내투자, 5월부터 쉬워진다!
절차 간소화, 온라인 투자등록 가능
앞으로 외국인의 국내투자 절차가 간소화된다.
지난 2월4일 금융감독원은 오는 5월부터 외국인이 온라인으로 투자등록을 신청하고 투자등록증을 발급 받을 수 있도록 전산화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외국인이 국내 상장유가증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또는 상임대리인이 금감원을 방문해 직접 투자등록을 신청하고 3~4일이 지난 후 발부된 투자등록증을 수령해야 했다.
하지만 투자등록이 전산화되면 외국인은 기존 금융정보 교환망 및 전자문서교환시스템을 통해 전자서류를 송부하고 금감원이 전자 문서화된 투자등록증을 발급하게 된다.
금감원은 발급소요기간이 현행 4일에서 최단 4시간 이내로 단축돼 외국인이 적기에 계좌를 개설하고 매매할 수 있어 주식투자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달부터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영문공시 홈페이지가 본격 가동돼 영문공시서류와 기업정보 검색도 가능해졌다.
오승재 기자 기자
osj@ceo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