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CEO, ‘예술적 감성’ 필수 덕목

왠지 예술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CEO. 그러나 최근 CEO들이 예술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며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 가지 눈 여겨 볼 것은 그들의 움직임이 단순히 문화생활에 갖는 호기심과 관심을 넘어 섰다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깊은 조예와 그에 못지않은 실력은 그들의 경제 감각과 맞물려 기업경영에 있어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지금 CEO에게 ‘예술’은 기업경영의 험난한 파고를 헤쳐 나갈 나침반을 제시한다.

CEO, ‘예술적 감성’ 중요하다.

큰 기업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의 가장 큰 덕목은 뭘까. 당연히 강력한 카리스마와 불도저 같은 추진력 그리고 도전정신과 결단력은 변하지 않는 CEO의 첫 번째 덕목이다.
하지만 현 시대는 한가지의 덕목을 더 요구하고 있다. 바로 ‘감성’이다. 최근 ‘스피드 경영’, ‘윤리경영’, ‘지식경영’ 등 무수히 많은 경영트렌드 속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경영방식은 단연 ‘감성경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감성경영’의 가장 중요한 ‘감성’을 끌어내기 위해서 CEO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최근 예술을 직접 체험하려는 CEO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볼 때 그들이 ‘예술적 감성’을 통해 ‘감성경영’의 ‘Key’를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대표는 “감성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선 먼저 CEO부터 문화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재승 대웅제약 부회장 역시 “펀(fun)경영,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기업 경영에서 필수 요소이다, 경영 현장에도 ‘예술적 감성'이란 안목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CEO의 예술적 감성을 역설했다.
예술을 접함으로써 좀 더 부드러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며, 사물을 깊게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사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제 예술적 감성은 창의력과 함께 CEO의 역할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예술’과 ‘경영.’ 어찌 보면 전혀 다른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이제 예술은 단순히 누군가 해놓은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의 차원을 넘어 ‘경영’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이러한 추세에 맞물려 CEO가 중심이 된 사진전을 비롯해 많은 문화행사를 통해 그들의 예술적 감성을 확인해 볼 기회 역시 늘어나고 있다.
상품에는 예술을 접목시키고 경영에는 예술적 감성을 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예술, 즉 미술은 단순히 상품마케팅과 기업홍보의 부수적인 역할 뿐 아니라 CEO들의 예술적 감성 마인드를 키우는 수단이 되고 있다.

직접 ‘예술’ 체험하는 CEO 늘어

지난 11월28일 강남구 청담동의 사진 전문 갤러리 뤼미에르에서는 34명의 CEO들이<소통>이란 주제로 사진전을 열었다.
<소통>전에는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 김순진 ㈜놀부 회장, 이채욱 GE Korea 회장, 전광은 한국후지제록스 회장 등이 참여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주관하는 CEO 문예포럼 ‘필앤彩’ 중 사진동호회 멤버인 이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사진작가 조세현 씨에게 사진을 배우는 등 사진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김영관 대교베텔스만 회장은 최근 포토프린터를 구입해 김 회장이 직접 직원들의 사진을 찍은 뒤 뽑아 선물하거나 고객들에게 좋은 작품을 증정하는 등 사진을 이용해 직원, 또는 고객과의 교감에 노력하고 있다.
해외로의 출장이 잦은 김순진 ㈜놀부 회장은 사진을 배우는 것은 경영을 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로 유익하다고 전했다. “사진은 사물을 색다르게 바라보는 넓은 시각과 깊은 사유를 가져다주고, 또한 직접 찍은 사진으로 직원들에게 사업아이디어를 설명하거나 제안을 할 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김영삼 대한제분 전무 역시 사진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자칫 자기 확신이 지나쳐 외골수에 빠질 수 있는데 사진을 찍음으로써 사물의 다양한 면을 살펴보게 되고, 이는 경영에서도 당연시 하거나 미쳐 챙기지 못한 틈새들이 있음을 자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회사를 경영함에 있어서 다양한 시선과 따뜻한 온기로 감성ㆍ감동 경영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월 29일 광화문 KT-T샘홀 에서는 국내의 CEO들이 참여한 ‘CEO 상상파티’가 열렸다.
이번 ‘CEO 상상파티’에서는 CEO들의 예술과 문화를 경영현장에 성공적으로 융합시킨 다재다능한 CEO들의 수준급 예술 감각을 감상할 수 있었다.
양미란 바이오메드 사장은 플롯과 피아노 반주에 맞춰 ‘아베 마리아’와 ‘그리운 금강산’을 소프라노 음색으로 들려줘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조준래 비트플러스 대표 역시 노래를 불러 파티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미술작품 전시는 20여 명의 CEO들이 그림, 판화, 공예, 서예 등 다채로운 장르의 40여 개 작품을 전시했다. 이들 작품 중에는 전문가들의 작품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수준급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예술에 대한 이해 21세기 리더의 ‘필요조건’

CEO들이 예술에 갖는 관심과 활동은 비단 국내 CEO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외 CEO들 역시 ‘예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수년 전 GM 자동차의 사장, 현재는 부회장인 밥 루츠(Bob Lutz)가 가지고 있는 경영철학은 가히 놀랄만하다. 그는 예전 한 인터뷰에서 전임자들과 차별화된 경영접근방식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은 ‘예술사업’ 이라고 말했다. 예술, 엔터테인먼트 모빌을 하다 운송수단(자동차)을 얻었다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의 부회장이 ‘예술사업’을 한다고 말한 것은 의외이지만, 그가 자동차의 경영에 있어서 예술적인 마인드를 얼마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우디 코리아의 도미니크 보쉬 대표이사 역시 현대미술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예술적 감각은 아우디의 문화 마케팅 성공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고 아우디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지난 9월 14일 오픈한 인피니티의 <갤러리 G>전은 닛산자동차 그레고리 B. 필립스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세 명의 젊은 한국 작가가 새로운 시도를 작품 속에서 그려냈다.
그래고리 B. 필립스 대표는 수천 점의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예술품 애호가이다. 또한, 미국의 라이트이어 캐피탈 회장이자 페인웨버 회장을 역임한 도널드 B. 매론은 ‘모던 아트 뮤지엄’의 수탁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에톤 파크 캐피탈을 운영하는 에릭 민디시와 앤도르 캐피탈의 다니엘 C. 벤튼 역시 미국‘휘트니 뮤지엄’의 이사를 맡아 활동 중에 있다.
급속도로 국제화 되어가는 시장과 환경은 CEO의 예술적 덕목을 더욱 중요시 한다. 비즈니스 미팅 시 예술과 관련한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다면 조금 더 유연한 협상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는 비단 기업을 경영하는 CEO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는 콘돌리자 미 국무장관의 뛰어난 피아노 연주가 회의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렸다는 후문이다.
예술에 대한 소양과 이해를 갖춘 리더를 원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이제 CEO의 ‘예술적 감성’과 ‘예술에 대한 노력’은 21세기 리더가 갖추지 않으면 안 될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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