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곽도성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 = 지난해 7월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차량의 역주행 돌진으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발생하면서, 갑작스러운 차량 돌진 사고에 대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얻은 바 있다.
그러나 참사 1년이 지난 올해 7월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50대 운전자가 몰던 전기차가 인도로 돌진해 벤치에 앉아 있던 40대 보행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틀 뒤인 7월 3일에는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60대가 운전한 전기차 택시가 인도로 돌진해 50대 보행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청역 참사’ 1주기 무렵에 차량 돌진 사고가 잇따르면서, 차량 돌진 사고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전기차의 비정상적인 돌진 사고가 반복되고 있어, 전기차의 구조적 특성과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분석과 그에 따른 기술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는 고성능 모터의 특성상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높은 출력이 전달돼, 급격히 속도가 붙는 ‘초반 급가속 현상’이 나타난다. 순간적인 가속도가 빠른 만큼, 인지능력과 반응속도가 저하될 수 있는 고령 운전자의 경우 전기차 사고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또, 내연기관차는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번갈아 사용해야 하지만, 전기차는 회생제동 시스템으로 인해 가속 페달 하나로 주행과 감속이 모두 가능해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원 페달 드라이빙’에 익숙한 전기차 운전자는 긴급 상황에 페달을 혼동하거나 브레이크 페달 전환이 지연되어 ‘페달 오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의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최근 보급되고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나 ‘충돌 방지 보조장치’와 같은 자동화된 첨단 기능과 결합하여 뜻하지 않은 돌진 사고나 페달 오인 사고 등으로 이어질 위험성도 있다.
이러한 위험 요인들로 인해, 전기차 돌진 사고는 1차 충돌 후에도 진행을 멈추지 않아 다중 충돌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고, 차량 충돌이 배터리 화재로 이어질 경우 보다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기차 돌진 사고와 관련하여, 공식적으로 차량 이상에 의한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없지만, 아직 그 원인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어려워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전기차 돌진 사고의 예방을 위한 선제적이고 기술적인 안전 대책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전기차는 구조적 특성상 사고 발생 시 차량 제어가 어렵기 때문에, 성능 제한을 통해 사고 위험을 사전적으로 예방할 필요가 있고, 전기차 제조사와 관할 당국은 전기차 돌진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원 페달 드라이빙’으로 인한 ‘페달 오인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적 안전장치를 도입하도록 해야 한
또, 전기차의 구조적 특성과 택시 업계의 특성(장시간 주행으로 인한 피로감, 높은 고령 운전자 비율 등)이 결합하여 사고 위험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전기차 택시에 대한 안전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택시는 공공 교통수단으로서 정부 허가를 받아 영업하는 사업이므로, 일반 차량보다 신속하게 전기차에 대한 기술적 안전장치를 도입할 수 있다. 따라서 당국은 제도적 정비와 소프트웨어를 통한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전기차 택시의 회생제동 시스템과 모터의 성능을 제한함으로써, 전기차 택시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공감대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계속 반복되는 전기차 돌진 사고는 전기차의 구조적 특성에 따른 내재적 위험성을 보여주는 만큼, 이제 전기차 정책도 단순한 ‘보급 확대’ 정책에서 벗어나 ‘사고 예방’과 ‘안전 확보’를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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