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한시은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현재 기준금리인 연 3.50%를 동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 수준인 2%에 근접했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과 가계대출 급증 등의 요인으로 불안한 데다 미국도 아직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지난 2022년 4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올린 이후 지난해 1월 3.5%로 7차례 연속 금리인상을 실시했다. 이후 지난해 2월 10개월 만에 금리인하가 진행됐고, 현재까지 12차례 연속 동결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연 3.50%의 기준금리가 약 1년 반 동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유는 폭증한 가계대출로 인한 부동산 시장 불안과 원/달러 환율의 지속 상승, 미국의 피벗 시점이 아직 뚜렷하지 않은 탓이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15조5,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 원 늘어났다. 또한 상반기 주담대는 26조5,000억 원 늘며 2021년 상반기 30조4,000억 원을 기록 이후 3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월 중순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잦아들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발하자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오른 이후 1,38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리인상 시그널을 보내지 않는 미국 연준의 기조도 영향을 끼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9일(현지시각) 의회에 제출한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물가 하락세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더 나와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경제>를 통해 “미국 금리가 아직까지는 동결된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이 먼저 선제적으로 인하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현재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여전히 2% 정도기 때문에 인하 시 우리나라 환율도 오르게 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 인플레이션이 잡혀가고 있으나 부동산, 가계대출 등이 늘었다. 아직 기준금리가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늘어났다는 것은 금리가 인하될 시 더욱 대출이 많아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이런 것들이 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등 우려되는 부분도 있어 한은이 고려를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이 선제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기준금리가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