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을 지식근로자로

이에 따라 삼양사는 삼양사는 2002년 9월부터 9개월간 영업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영업의 중심을 제품에서 고객으로 이동시키는 패러다임 변화는 물론 영업 과정과 평가 연계, 자동화 등의 내용이 골자였다.
삼양사의 영업부 김 과장은 매일 아침 7시 30분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당일 반드시 챙겨야 할 고객정보가 빠짐없이 들어있다. 오늘은 한 고객사의 여신한도가 80%를 초과했다는 소식이 도착했다. 정체된 출근길에서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을 구상했다.
몇 년 전 회사가 영업사원 모두에게 지급한 노트북을 챙겨 회사에 들어선다. B2B기업인 만큼 고객이 기업이기 때문에 정보량이 많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지방출장 때도 매일 고객사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각 영업소마다 본사와 연결된 VPN(Virtual Private Network)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개인의 수첩에 있던 각종 정보를 데이터로 관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제품보다 고객을 이야기하라. 결과만큼 과정을 중요시하라. 데이터로 말하라.”
삼양사가 영업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한 후 얻은 긍정적 변화다. 고객중심의 영업이 시작됐고, 영업과정의 관리를 통한 영업력의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영업관련 정보의 체계화·자동화를 통한 지식기반 영업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고 고객만족도 제고를 통해 로열티가 형성된 것은 물론이다.
김윤 회장은 영업혁신 추진 배경에 대해 “기업의 미래를 고려했다. 고객 니즈가 다양해지는 만큼 고객지향적 영업전략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고객과의 협업을 통한 WIN-WIN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B2B 영업환경에 익숙해져 상대적으로 소흘히 다루었던 영업지식의 DB화 및 영업력 상향평준화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신사업 진입을 위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불확실한 시장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이기도 하다.
영업사원의 롤모델 수립
과거 일부 제조기업에서는 CRM 혁신에 대해 ‘효과가 불명확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특히 삼양사의 혁신은 당시 B2B기업에서의 본격적 자동화 프로젝트라는 측면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2010년 매출 6조, ROE 20%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삼양사의 영업혁신 프로젝트는 크게 두가지 줄기로 분류된다. 영업사원의 롤 모델(Role model) 정립과 시스템 개발 및 구축이었다.
프로젝트는 고객에 대한 분석으로 시작됐다. 분석결과 2:8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었다. 등급별로 보면 상위 5%의 고객이 50%이상의 영업이익을 실현해, B2B 기업임에도 백화점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객 세분화를 통해 고객의 등급에 적합한 영업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고객중심의 영업기반을 마련했다.
고객분석과 함께 3가지 영업변화 전략을 설정·드라이브를 걸었다. 영업사원들을 ‘자산운용사’, ‘지식유통자’, ‘시간관리자’의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영업변화 전략에 이어 프로세스 설계 및 시스템 구축단계가 이어졌다.
패키지를 무조건 수정하는 접근에서 벗어나 성공사례를 담고 있는 패키지의 기능과 삼양사의 실정을 접목했다. 이에 따라 80% 정도의 기본기능을 수정해 활용하고 20%정도만 추가개발해 안정성과 현장성을 높였다.
마지막으로 시스템 구축 이후 6개월 동안 영업사원들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관찰하면서 프로젝트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일반적으로 혁신의 성공요인으로 CEO 및 경영진의 의지를 필수요소로 꼽는다. 특히 영업 및 마케팅과 관련한 혁신은 관행을 깨는 것보다 지속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평가된다.
삼양사의 한 고위 임원은 김윤 회장의 혁신의지에 대해 “변화와 혁신을 일상적인 분위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혁신프로젝트가 자기발전의 계기이므로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인식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
하지만 오로지 경영자의 의지만으로 지속적 실행력이 발휘될 수는 없다. 과학적 관리에 따른 철저한 보상시스템이 따르지 않으면 지속적인 동기유발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성공요인 ‘평가 연계’
일반적으로 영업사원의 평가는 결과(매출액, 수익성, 채권 회수율)만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삼양사는 영업기회관리, 고객서비스 요청관리, 영업활동 관리, 고객정보 관리 등을 포함했다.
결과지표에 과정지표를 포함시킨 것이다. 이를 분기별로 점검해 성과보상 시스템과 결부시켰다. 영업사원들이 영업업무자동화 시스템을 얼마나 활용했느냐에 따라 성과보수도 달라지는 것이다. 현재 활용도에 따른 반영비중은 10~15%정도다.
경영기획실 류효신 부장은 “직접적인 ROI산출이 힘들기 때문이지만 비재무적 효과를 고려했을 때 3년 이내에 투자비용 이상의 효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고객 중심의 영업혁신을 통해 고객만족, 회사만족, 사원만족을 모두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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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Brain / 류효신 PI팀 부장
“CRM은 휴대폰이다”
“자동차나 휴대전화 없는 영업사원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 CRM은 영업사원에게 자동차, 휴대전화만큼이나 필수적입니다. 부인만큼 소중한 것이기도 하고요.”
류효신 부장(사진)의 CRM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다.
류 부장이 말하는 영업사원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판매사원이 아니다. 각종 정보를 종합, 분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식근로자여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관행과의 과감한 결별이 필요하다. 즉, 영업업무 전반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 때문에 영업혁신을 주제로 외부강의에 나설 때마다 그가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귀사의 영업사원은 몇 시부터 일하는가?’다. 대부분 9시 혹은 10시라고 대답한단다.
이 같은 질문은 단지 업무시간의 절대량이나 근무태도를 논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영업사원의 업무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혁신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1984년 입사한 그는 1990년 이후, 경영혁신업무에 몸담고 있다. 감사팀장, 물류팀장을 역임했고, 현재 경영기획실 PI팀을 이끌고 있다.
신승훈 기자
ssh@ceo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