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목 CEO PI 전문가

“이게 뭔지 아세요? 마로니에 열매예요”

“밤처럼 맛나게 생겨갖고, 사람을 홀린당께요 절~대 홀리면 안 돼요”

해당 대사는 TV드라마 ‘무인도의 디바(tvN, 2023.11월 방영)’에서 무인도에서 15년 동안 버티다 31살이 되어 돌아온 가수지망생 서목하(박은빈 역)가 자기의 로망 가수 윤란주(김효진 역)에게 (소속사) 이대표의 유혹에 절대 넘어가지 말라고 당부하는 장면에서 나온 것 입니다.

마로니에의 본 이름은 칠엽수(七葉樹)입니다. 이 칠엽수 열매는 밤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밤보다 반들반들하고 예쁘게 생겼죠. 하지만 독성이 강해서 잘못 먹으면 위경련, 현기증, 구토 현상 등을 일으켜 응급실에 가야 합니다. 견과류를 주식으로 삼는 청설모나 다람쥐조차도 이 열매는 안 건드린답니다.

세상의 도처에 깔려있는 함정은 대개 예쁘고 먹음직스럽고 잘 포장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그런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이유는 상대방의 유혹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 내부의 욕망과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이 합쳐져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모든 유혹은 욕망과 쉽게 결합합니다.

이어서 나오는 드라마 서목하(박은빈 역)의 말이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마로니에가 밤이 아니란 걸 뻔히 아는데, 배고프니 밤인 줄 생각이 들대요. 간절히 원하니 믿어지대요.”

서목하(박은빈 역)는 무인도에서 배가 너무 고파 독성이 든 마로니에를 먹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성대결절로 한물 간 가수가 된 윤란주(김효진 역)가 오랜만에 찾아온 좋은 기회를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려 하자, 이를 서목하가 경고하고 있는 것이죠.

사람은 마음이 불안하고 너무 굶주리고 급하면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자기 좋을 대로 믿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 대부분은 돈이 많은 부자들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기도 힘든 빈곤층인 이유입니다. 이들은 큰 것 한 방으로 인생을 바꾸려고 하거나 자신의 실력이나 노력에 상응하는 결과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결과나 보상을 바라지요. 예컨대,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10% 넘는 투자상품이 있다면 꼼꼼히 이성적으로 따져봐야 하는데 욕심이 앞서니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거지요.

“100만 원 투자 3일 만에 2000만 원 고수익, 쉽습니다. “

“은행보다 싸게 환전해 드리겠습니다” 지난 2023년 9월 김길수가 소셜미디어(SNS)에 이런 내용의 광고를 한 뒤 환전하기 위해 찾아온 피해자에게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고 현금 7억 4000만 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났다가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이런 불특정 다수로 대상으로 하는 일명 낚시형 사기에 미끼를 덥석 물어 사기에 걸려드는 가장 큰 이유는 ‘탐욕’입니다. 딱히 원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기가 막힌 정보나 사업아이템이 갑자기 나한테 나타났다는 것은 행운일까요? 내가 먼저 찾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좋은 정보가 하고많은 사람들 중 나에게 저절로 굴러들어 왔을까요? 그 자체가 이상한 일입니다.

사기는 어떤 사람들이 주로 타깃이 될까요? ‘법무법인 시월 류인규 변호사’는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먼저 ‘세상물정에 어두운데 자신에 대한 확신은 엄청나게 강하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은퇴한 교사나 공무원, 이제 막 개원하려는 의사 등 사회적 지위는 높지만, 다방면의 사회경험은 부족한 사람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두 번째는 몰라도 아는 척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고 한 분야에서의 경력이 많고 인정받았던 사람일수록 "제가 잘 몰라서요. 좀 알려주세요"라는 말을 하기가 어렵지요. 뭔가 아는 척을 해야 협상에서 유리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결국 몰라도 아는 척을 하게 됩니다.

​세 번째 특징은 이런 사람들은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매너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어도 '이런 것까지 확인하자고 해도 되는 건가?', '이런 것까지 요구하면 실례가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이것 좀 확인할게요", "무슨무슨 서류 보내주세요"라는 식의 요구를 잘하지 못합니다. 사기꾼이 좋아하는 상대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욕심을 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명한 사람, 사기를 당하지 않는 사람들은 무리한 욕심을 내지는 않습니다. 욕심이 날 때 멈추어 그 욕심의 본질을 생각해 보는 거지요. 상대가 자발적으로 이쪽으로 접근하는 것은 뭔가 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들반들하고 예쁘게 생겼고 맛까지 좋은 밤은 없습니다. 마로니에는 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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