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서 기동중인 이스라엘군 탱크. [사진=연합뉴스]
가자지구에서 기동중인 이스라엘군 탱크. [사진=연합뉴스]
최송목 CEO PI 전문가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인 모사드(Mossad) 뿐만 아니라 국내 정보기관인 신베트(Shin Bet), 군 정보기관인 아만(Aman) 등 일류의 정보기관을 보유한 정보 강국이다.

이런 이스라엘의 강력한 정보력을 경험한 하마스는 지난 수십 년간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에 포착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일절 하지 않았다. 전화기나 인터넷망을 사용하지 않고, 전파 자체가 차단되는 지하공간을 이용했으며,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문서는 직접 인편으로 전달했다.

결국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까삼 로켓(Qassam Rocket)·불도저·픽업트럭·패러글라이더 등 원시적 방법을 동원한 하마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과거 1980년대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가 ‘도광양회(韜光養晦)’다. 빛을 감추고 밖에 비치지 않도록 한 뒤,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말이다. 힘을 기를 때까진 몸을 낮추고 강대국들과 전술적으로 협력하는 외교노선이다. 이 말은 원래 삼국지연의에서 조조의 식객으로 있던 유비가 자신의 재능을 숨기고 은밀히 힘을 기른 것을 뜻하는 말이었다.

현 중국의 명실상부 최고 실력자 시진핑 주석은 수많은 경쟁자 속에서 부드럽고 온화하며 어떻게 보면 약간 모자란 듯한 이미지를 유지해 온 결과, 강력한 라이벌 구도 속에서 어부지리로 권력을 움켜쥐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시진핑의 행보는 부패 공산당 권력자들을 무더기로 처단하는 등 역대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엄청난 개혁을 진행했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사자성어는 ‘난득호도(難得糊塗)’다. 뜻풀이하면, ‘어리숙해 보이기 어렵다’이다. 겉과 속이 다르고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중국인들의 입맛에 딱 맞는 사자성어다. 그래서 그들은 각종 그림, 공예품, 심지어 월병에도 이 글씨를 써넣고 있으며 집집마다 이를 새긴 액자를 걸어두고 있다.

필자도 사업차 중국 갔을 때 간혹 중국부자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수백억 대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수수한 옷차림에 외견상 전혀 티가 나질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저택에 고급 승용차를 대여섯 대씩 가진 부자였다. 교수나 총장, 고위직도 만난 적 있는데 한결같이 수더분했다. 아마도 그게 그들의 문화로 자리 잡은 탓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과 달리 재산이 많고 배운 것이 좀 있거나 고위직이면 꼭 티를 낸다. 외양을 중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중국인들이 가장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한국인들이라고 한다. 성질도 급하다 보니 자기 패를 미리 다 보이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다른 한국인 경쟁자들을 비난하거나 무시하기 때문에 자신들은 그냥 웃으면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가격도 다 알아서 깎아주고 거래조건도 유리하게 제시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정치 외교무대에서 그들과의 협상에서 백전백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난득호도’를 익혀온 중국인들과 ‘정직하게 솔직하게’를 강조해 온 한국인들은 인간관계의 출발점이 다르다.

이런 없어 보이고, 어리숙해 보이는 전략은 동서양을 관통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행한 그 유명한 연설 중에 “끊임없이 탐구하고, 끊임없이 바보처럼 굴어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을 한 적 있다. 선악을 논하는 것을 떠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결국 보는 수는 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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