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0순위 임원은 막가파형과 해바라기형

“과연 어떤 선택이 훌륭한 선택인가?”
업무의 특성상 CEO들은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과 마주친다. 본지는 창간 7주년을 맞아 ‘CEO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매출기준 500대 기업 CEO와 중견·중소기업 CEO 500명 등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결과 대부분의 CEO들은 사업진행에 있어 ‘감(感)’보다는 데이터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양자택일의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테이터 보다 ‘감(感)’이 우선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험을 감수한 대박 보다는 안정적 수익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CEO들이 선호하는 임원은 전략가형 스타일을 갖추거나 성실성과 승부근성을 갖춘 인물이었다. 반면 퇴출 0순위 임원 유형은 근무태도가 불량한 막가파형과 줄서기에 바쁜 해바라기형이 꼽혔다.



선택의 근거

사원의 교육이나 복지에 대한 예산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올라왔다. 물론 필요성은 잘 안다. 하지만 반드시 지금 해야 하나? 사실 이럴 때 마음이 크게 흔들린다.

(1) 보고서나 프리젠테이션에 담긴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접할 때 11.7%
(2) 투자대비 효과에 대한 설득력 있는 데이터를 제시할 때 41.2%
(3) 경쟁사에 비해 투자규모가 떨어진다는 비교를 들을 때 21.7%
(4) 사석에서 만난 他기업 CEO들이 투자효과에 대해 자랑할 때 19.7%
(5) 외부 전문가들의 적극적 권유가 있을 때 5.7%

“명색이 CEO인데 비슷한 데이터 한번 접하지 않았겠습니까? 사실 ‘경쟁사인 A사보다 투자액수가 적습니다’ 이 한마디면 끝나는 거 아닙니까?”

우스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대기업의 HRD를 담당한 중간관리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이 문항에 대한 응답유형에서 흥미로운 점은 중견·중소기업 CEO에 비해 오히려 대기업 CEO들이 감성적 요인에 의해 마음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한 대기업 CEO는 “경쟁은 시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의 직장만족도 등 모든 방면에서 진행된다. 때문에 경쟁사의 투자 규모나 효과 등을 접할 때 본능적으로 승부욕이 발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분석했다. 그는 이어 “극히 미미한 부분이겠지만 경쟁사의 성공요인을 벤치마킹 한다면 더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계산도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전략적 선택

신상품 출시를 위한 회의. 두 가지 방안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A안은 물량공세가 필요하나 성공할 경우 대박이 예상된다. 반면 B안은 기존 브랜드 전략에 기대서 안정적인 수익이 전망된다. 양자택일 해야 한다면 어떤 안을 선택하겠는가.

(1) High Risk, High Return! 도전적 A안을 선택한다. 23.5%
(2) 안정적 수익이 전망되는 B안을 선택한다. 47.1%
(3) 평소 높은 실적을 내던 임원의 안을 선택한다. 5.9%
(4) 성공에 대한 감(느낌)이 오는 안을 선택한다. 23.5%

황창규 삼성반도체 총괄사장은 지난해 한 조찬회장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 ‘Risk management가 아니라 Risk taking’이라 설명한 바 있다. 과감히 위험요소를 알고 그에 도전해 높은 성과를 낸다는 것.

하지만 응답한 CEO의 절반 정도는 ‘물량공세’라는 위험요소 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원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가들의 도전정신이 과거만 못하다는 지적과 일치한다.

응답 결과의 특이점은 최근 CEO들의 사업적 선택에 있어 ‘감(感)’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가 반영됐다는 점이다. 4명 중 1명꼴로 자신의 직관적 선택에 따른다고 답했다. 이는 보고서에 담긴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가 비슷할 경우 결국 CEO가 최종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당위가 표현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재욱 수석연구원은 “데이터와 자료에 기초한 ‘증거기반 경영’을 일상화 해야 하며, 여기에 CEO 특유의 성공에 대한 직감이 더해진다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인사-승진

우리 회사에는 유능한 임원이 많다. 모두 기본적 업무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가정 하에, 특별히 이런 강점을 지닌 임직원이라면 승진 0순위다.
(1) 소리없이 강하다 : 밤낮없이 일하는 성실함과 승부근성이 강점. 24.5%
(2) 전략가 : 전략을 세울 때마다 중추적 역할을 하는, 그야말로 브래인. 32.3%
(3) 프리젠테이션의 달인 :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설득을 위한 언변이 뛰어나다. 0%
(4) 영업의 귀재 : 북극에 에어컨이 필요한 이유는? 불량품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17.6%
(5) 재무통 : 회사 돈을 내 돈과 같이. 언제나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한다. 0%
(6) 개성만점 : 톡톡 튀는 끼와 개성으로 조직원들에게 활력을 준다. 2.9%
(7) 네트워크형 : 학맥, 인맥 등이 매우 좋다. 큰 자리에 오를수록 더 큰 성과가 기대된다. 5.9%
(8) 성과형 : 모로가도 서울이다. 어찌됐건 수치로 표현되는 성과가 매우 높다. 11.8%

기업별 조직문화나 당면과제에 따라 답이 엇갈린 문항이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어떤 인재를 선호하는가?’라는 의미와도 같은 이번 문항에 대해 CEO들은 다양한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역시 전략가형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응답자 중 32.3%가 선택했다.

응답자 중 한 CEO는 “빠른 시장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지닌 전략가형 임원의 필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응답 CEO 중 10명 중 1명은 ‘임원의 평가기준은 오로지 실적’이라는 견해를 드러냈고 영업능력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선택한 CEO는 중견·중소기업 CEO들이 대부분이었다.

진대제 前 정통부 장관이 지닌 다양한 장점 중 하나였던 발군의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선택한 CEO는 단 한명도 없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가치관이 확실하고 성과가 좋은 임원’이 있었다.


인사-구조조정

유능한 임원이 많다 해도 맘에 들지 않는 임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들 목표한 기대치를 달성하고는 있지만 이런 임원은 퇴출 0순위다.

(1) 막가파형 : 실적만 높으면 되지 뭐…잦은 지각과 외출 등 근무태도 불량. 40.7%
(2) 주사파형 : 사장님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간혹 술에 취해 실수한다. 0%
(3) 정치인형 : 우리부서에 이득인가?…부서의 이득은 기업의 이익에 우선한다. 5.9%
(4) 해바라기형 : 사장 라인이 누구지?…좋은 줄을 잡기 위해 신경을 집중한다. 41.7%
(5) 내시형 : 일단 튀어야 산다…내가 부각될 수 있는 일만 골라서 하는 얌체 11.8%

과연 CEO들이 생각하는 퇴출 0순위 임원은 어떤 유형일까? 실적이 낮은 임원을 제외한 상태에서 CEO들이 기피하는 임원유형을 물었다.

승진을 위해 줄타기에 몰두하는 임원이 첫 손가락에 꼽혔고 불량한 근무태도를 지닌 임원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부서이기주의에 지배된 임원도 위 두가지 유형의 임원에 비해 관대한 처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조직문화와 관련해 부서이기주의 극복은 빠지지 않는 요소라는 점에서 이같은 수치는 예상밖이다.

이와 관련 한 CEO는 “임원이라면 자신의 부서를 책임지는 보스기질도 있어야 한다는 이해가 작용한 것 아니겠냐”며 해당 문항 선택이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최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절주와 금연을 강조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술에 취해 실수하는 주(酒)사파를 단 한명도 퇴출 유형으로 꼽지 않은 점도 이색적이다.


감성경영

임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 중 자신의 스타일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은?

(1) 사내 인트라넷 등을 통한 정기적 이메일 발송 24.5%
(2) 휴대전화를 이용한 문자메시지 0%
(3) 등산, 마라톤 등 스포츠나 취미활동을 임직원들과 함께 0%
(4) 임직원들과의 정기적 대화시간 마련 73.6%
(5) 임직원 생일 챙기기 등 각종 이벤트 1.9%
(6) 사내 어린이집 설치 등 사원복지 향상 0%

임직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감성경영의 방법론에 대한 질문이었다.

대다수 CEO들은 정기적 대화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으로 답했다.
한 CEO는 “임직원들과 자연스럽게 기업의 비전을 공유함으로서 상호간 유대감을 높이는 방법 중 직접 마주보고 대화하는 것만큼 효과가 큰 것이 없다”고 응답이유를 밝혔다.

한편, 사원복지 향상을 통해 임직원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응답이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에 대해 한 인사컨설팅 회사의 대표는 “CEO들이 직원 복지와 관련된 분야를 ‘위생영역’으로 간주, 투자대비 효과의 지속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사원의 충성도 제고는 다양한 방법론이 복합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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