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청년취업자 70%, 17개월 내 퇴사”

건설업체 A사의 인사부장의 볼멘 소리다. 이 기업은 지난해 12월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 50여명을 뽑았지만 한 달도 안 돼 6명이나 사표를 내고 떠나버렸다. 복수 지원한 다른 기업으로 이직했거나 사회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퇴직해버린 것이다. 중견물류업체 B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말 뽑은 신입사원 37명 중 절반이 넘는 20명이 회사를 떠났다. B사 인사담당임원은 “해마다 힘들게 뽑은 신입사원들이 조건이 더 나은 직장을 찾아 떠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신입직 12%, 1년내 그만둬
신입사원 공개채용 시기가 지나자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는 인사 담당자 및 CEO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의 지난해 조사자료에 따르면 청년취업자(15∼29세)의 약 70%가 평균 17개월만에 첫 직장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정보업체들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리쿠르팅업체인 잡코리아가 지난해 12월 조사한 대기업 입사 1년차 신입직들의 평균 이직률은 무려 12.1%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직자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하는 대기업조차 12.1%의 이직률을 기록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고 복리후생이 적은 중소·벤처기업의 상황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특히 채용전문기업인 리크루트가 지난해 12월 신입사원 이직에 대해 조사한 결과, 91.7%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신입사원의 이·퇴직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수백대 일의 취업 전쟁을 치르고도 신입사원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업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무나 기업문화에 대한 고려없이 ‘묻지마 지원’을 해 합격은 했지만 정작 직장생활이 생각과 달리 비전도 없고 적성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
채용전 직무내용 알려야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이 신입사원 이탈을 막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화수 잡코리아 사장은 “대기업들이 최근 기업문화에 맞는 인재를 채용하고 신입직들의 조직충성도를 높기 위해 채용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있고, 일부 기업은 직무별 채용제도를 도입해 지원자들의 앞으로 맡을 직무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알고 지원하게끔 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구직자들이 직무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채용면접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채용면접을 마친 D그룹은 자사에 대한 충성심과 관심도를 채용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인사팀 관계자는 “지난 2004년 신입사원 중 20% 가량 이탈자가 발생해 업무공백에 따른 경영손실이 컸다”면서 “올해는 이탈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면접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신입사원 이탈방지를 위한 CEO들의 역할도 점점 커지고 있다. 황인경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신입사원들은 향후 조직을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 이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회사에서 잡아주지 못하면 인재관리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충고한다.
특히 신입사원의 잇따른 이탈은 업무공백은 물론 경영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 특별한 관리를 요한다.
직장선배가 회사적응 도와
신입사원들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멘토링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 멘토링이란 직장선배가 신입사원과 1대1로 결연을 맺어 사회생활을 지도해주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OJT제, 후견인제, 사수조수제, 지도선배제, 버디제, 빅브라더제, 튜터제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대건설은 2004년부터 후견인 제도를 실시, 신입사원들에게 든든한 인생의 선배를 제공해주고 사회생활에 적응하도록 돕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지난해 케어시스템을 실시, 신입사원의 업무능력을 향상시키고 회사 적응도 전보다 2∼3배 빨라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최초로 멘토링 제도를 도입한 포스데이타는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율 감소로 우수인재 이탈 방지효과까지 거뒀다.
멘토링 제도의 효과가 속속 입증되자 많은 기업 CEO들이 신입사원 이탈방지는 물론 핵심인재 육성의 틀로써 멘토링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LG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획일적인 친목행사를 되풀이하면 세대차만 증폭될 수 있다”며 “멘토링 시스템은 세대간 상호이해를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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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이직 방지 5계명]
1.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버리게 하라.
보통 신입사원들이 회사를 지원할 때 담당업무와 동떨어진 상상을 하게 마련인데 기대수준이 높을수록 이직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 이미지 메이킹을 잘해야 한다.
회사에 대한 첫인상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신세대 특성을 고려한 오리엔테이션 ▶가족에 대한 배려 ▶CEO가 직접 챙기기 등이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될 수 있다.
3. 구체적인 경력개발 경로를 제시해 주라.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만큼 요즘 신입사원들은 회사를 선택할 때 자신의 몸값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회사가 직원들의 경력관리에 도움을 줘야 이직율을 낮출 수 있다.
4. 집중적인 직무교육을 실시하라.
신입사원이 ‘조직에 머물러야겠다’는 결심을 하더라도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이직을 고려하게 된다.
5. 멘토링을 적극 활용하라.
맨토링(Mentoring)을 통해 신입사원에게 기존 구성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공동의 가치, 규범 및 행동기준을 알려줘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
(출처: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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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뷰]
변화한 충성도 개념 파악해야
(주)아인스파트너 신경수 대표이사
도대체 왜 우리 회사를 떠나 다른 회사로 가는가?
특히 유능한 인재의 이직을 두고 단지 우리회사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면 당신은 최근 변화한 ‘충성도’의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뒤떨어진 CEO’다.
“기업의 인재육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하다. 보수나 근무환경은 오히려 부차적이다.”
헤드헌팅 전문업체 (주)아인스파트너의 신경수 대표이사는 실제 이직을 결정한 직장인들의 가장 큰 요인은 동기부여(motivation)영역 때문이라 밝혔다.
신 대표이사는 “이직을 원하는 사람들과의 개별면접과 설문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 이직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조직과 자신의 비전이 불일치였고 조직에 대한 기대감이 없을 때가 그 다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조직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을 경우 근무여건이나 연봉 등의 요소들에 대한 불만족은 상쇄되는 경향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조직원들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업의 비전을 전직원이 공유해야 한다는 이론이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
기업의 효율적 인사관리를 위한 주요요소는 조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는 동기부여 영역이며, 근무환경 개선이나 임금인상 등으로 대표되는 불만족 해소 영역은 단기간의 효과를 낼 뿐인 하위요소라는 설명이다.
한편, 신 대표이사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전근대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이 많은데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평가 없는 인재육성은 단지 구호일 뿐”이라며 인재육성에 있어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승훈 기자
멘토링으로 신입직 충성도 높여야
멘토링코리아컨설팅 나병선 대표이사
“CEO는 신입직원에게 좋은 멘토를 찾아 주고, 스스로 좋은 멘토가 되어야 합니다.”
국내 원조 멘토링 컨설턴트인 나병선 멘토링코리아컨설팅 대표는 미래의 성공 CEO는 멘토형 CEO가 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멘토링은 정착율 향상은 물론 업무숙달, 경력개발, 핵심인재 육성, 후계자 양성 등의 효과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CEO는 먼저 멘토링을 익히고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IMF이후 고용시장에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구조조정으로 인한 수많은 이직과 업무의 비효율성이 나타나게 됐죠.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인간중심의 인재육성과 조직성과를 함께 이루는 멘토링 제도를 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멘토링이 기업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고 역설하는 나 대표는 무엇보다 CEO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멘토링은 훌륭한 성품과 역량을 갖춘 선배가 후배의 인격을 존붕하며 잠재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CEO는 역할모델로서 신입사원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안정적인 정착을 유도하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나 대표는 멘토링은 인간존중을 기본바탕으로 1:1로 전수하기 때문에 인재경영시대에 최적의 경영기법이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LS산전의 경우 멘토링 제도를 도입한 후 구성원들의 충성도가 높아졌다고 나 대표는 전한다.
“멘토링 활동을 하게 되면 조직은 고성과를 내고 구성원은 일의 보람을 통해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가 조직의 성과와 개인의 행복을 함께 실현하는 기법으로 멘토링을 첫 번째로 꼽은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황선아 기자
황선아 기자
hsa@ceo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