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조짐, 마케팅 경쟁 치열

경기와 상관없이 강한 소비력을 보여주고 있는 초우량고객(VVIP)을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임에 따라 일정수준의 소비력을 지닌 우량고객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수립도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매출의 바로미터 VVIP
주요 백화점들에 따르면 1%가 되지 않는 VVIP들의 매출비중이 지난해 전체 매출의 20%내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VVIP가 작년에 전국 22개점에서 쓴 금액이 전체 매출의 18%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특히 VVIP 중 10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상위급 고객들이 보여주는 구매력이 2만 여명의 나머지 VVIP들의 씀씀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VVIP 매출 비중이 지난 2004년 13.9%에서 작년 16%대로 늘어났고, 갤러리아는 작년 매출의 21%를 VVIP들이 올렸다. 특히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명품관에서는 VVIP 매출 비중이 43%에 이르러, 단일 점포로는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다.
카드회사 역시 VVIP를 겨냥한 상품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2월 연회비 100만원, 이용한도 월 1억원에 달하는 슈퍼 프리미엄급 카드 ‘블랙’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국내 상위 5%에 속하는 프리미엄 계층을 위한 카드 ‘더 퍼플(the Purple) ’을 출시했다. ‘더 블랙’에 이어 이번에도 유일함을 뜻하는 정관사 ‘the’와 타깃 고객을 상징하는 색상을 결합함으로써 프리미엄 컬러 마케팅을 이어 나간다는 복안이다.
블랙카드 회원은 현재까지 1500명을 넘어선 상태이며 1인당 사용 금액은 월 평균 500만원을 넘고, 1억원에 달하는 회원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석이나 패션과 관련 있는 명품브랜드들도 VVIP만을 위한 행사들을 기획하고 있다.
소수의 VVIP만을 초청, 호텔 스위트 룸에서 런칭쇼를 개최하는 등의 이벤트는 보편화 된지 오래다. 지난해 한 명품구두 브랜드에서는 본사의 장인이 내한 해 고객이 보는 앞에서 직접 구두를 제작해주는 행사를 치룬 바 있었다. 80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이었지만 한번에 몇 켤레씩 구입하는 고객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측 관계자의 귀띔이다.
다양한 전술, 목표는 하나
이처럼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의 매출 바로미터는 ‘VVIP의 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VVIP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붙잡기 위한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업체들은 일단 맞춤형 서비스와 고객 세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대처해 나가고 있는 것은 백화점들이다.
현재 VVIP들을 세분화해 관리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를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초우량고객들 가운데에서도 연간 구매액이 3000만원 이상을 ‘MVG(Most Valuable Guest)’, 5000만원 이상은 ‘에비뉴엘 VIP’로 구분했다. 나아가 에비뉴엘 VIP 500명 중에서도 150명 정도의 회원을 위한 휴게공간인 ‘멤버스 클럽2’를 운영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 올해 VVIP 고객층을 겨냥해 뉴욕 소더비경매장 관람권과 두바이 7성급 호텔 투어권, B&O 명품오디오 등의 사은 서비스 상품을 도입키로 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기존 SVIP 등급을 보다 세분화해 초우량 고객을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갤러리아 명품관 이스트는 우수고객 전용 휴게공간 ‘파크 제이드''를 상반기 내에 신설할 예정이다.
신세계 백화점도 상위 1%에 해당하는 SVIP를 대상으로 한 ‘퍼스트 클럽’ 서비스를 대폭 강화한다. 퍼스트 클럽 회원은 전점 무료 주차장 이용과 전용 휴게공간인 멤버스 라운지 등을 어느 점포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또, 점포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쇼핑을 마치고 나갈 때까지 고객을 1대1로 시중드는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 네트워크도 강화하고 조선호텔과 부산 조선비치호텔 등 계열사에서도 특별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카드사도 전략적으로 고객을 구분하기는 마찬가지다.
본격적인 VVIP카드 시대를 연 현대카드는 “더 블랙은 성공을 완성한 사람의 카드, 더 퍼플은 성공을 만들어나가는 사람을 위한 카드”라며 “앞으로 프리미엄 카드는 컬러 마케팅, 현대카드 M,S,W 등 일반카드는 알파벳 마케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의 본질 브랜드 관리
명품 혹은 프리미엄 시장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VVIP를 확보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뜨거워지면 뜨거워 질수록 마케팅 역시 복잡해 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단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미학이 담긴 ‘브랜드’를 소유함으로써 스스로 만족하는 가치지향적 속성을 지닌 VVIP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해졌다는 것.
특히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궁극적이고 지속적인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출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술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명품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임원은 “대단히 빨리 변하는 최근 소비자들의 기호를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명품 브랜드가 취해야 할 전략이 아니지만 그 기호들을 내버려 둘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렇다고 그것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싸구려 브랜드’로 낙인 찍혀 한 순간에 이미지가 손상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명품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 역시 올해 경기회복 등 각종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해 현재의 제품들 보다 20% 정도 낮은 가격의 신상품을 출시함으로써 새로운 고객층을 형성하려 하고 있지만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매우 신중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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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시장
경기회복 훈풍 영향 미미 전망
술 소비와 관한 일반적인 속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경기가 나쁠 때는 소주가 많이 팔리고 그 반대일 경우엔 양주가 많이 팔린다.
하지만 경기회복이 예상되는 2006년을 맞는 양주업체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양주시장 역시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양주시장을 주도하는 롯데칠성, 진로발랜타인 등의 대표적 주류업체의 관계자들은 대부분 ‘소폭’, 혹은 ‘0.5%~1%’ 정도의 시장 확대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매출목표 역시 이 같은 전망과 연계해 소폭 높게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질문에 답하면서 한결 같이 ‘보수적 지표’라는 설명을 빼지 않았다. 양주의 주 소비처인 업소의 수가 줄고 있으며, 경기회복에 따른 매출증대 효과 역시 최근 수년간의 경험상 미지수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같은 업체들의 예상대로 전체 시장규모가 커지지 않는 상황이라면 업체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5년까지는 디아지오와 진로발랜타인의 양강 구도에 롯데칠성이 도전하는 구도였다. 특히, 롯데칠성은 올해 20%대의 마켓쉐어 달성을 목표로 전력투구 하는 등 장차 업계 구도를 BIG3로 재편할 것이라 밝혔다.
한편, M&A로 인해 유통채널을 확보한 진로발랜타인과 PRK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승훈 기자
ssh@ceo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