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 씌워진 정치 프레임에 국민 생명‧안전 위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해 비판하며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 장관은 한국전력공사 등 산업부 유관기관의 재무구조가 악화한 원인에 대해 “지난 정부가 과거 자원 개발을 계획성 없이, 혹은 도전적으로 했던 게 적자로 이어졌다”며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데도 잘 못 했다고 생각하는 건 지나친 탈원전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정부는 탈원전을 말했으나 탈원전에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전력공사가 공개한 우리나라 에너지원별 발전량 지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임기동안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6.8%, 2018년 23.4%, 2019년 25.9%, 2020년 29%, 2021년 27.4%로 나타났다. 탈원전을 공언했지만 사실 원자력 발전의 비중은 줄어들지 않았다.
2018년 원전 비중이 소폭 하락했지만 이는 원전 설비의 보수로 인한 정비로 가동이 중지된 이유가 크다. 전남 영광군에 소재한 한빛4호기는 2017년 원자로 격납건물에 미세구멍이 발견돼 가동 중단에 들어갔으며 현재도 정비 중이다. 원전을 더 짓지 않겠다는 공약도 지켜지지 않았다.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공사가 재개됐다. 월성1호기가 조기폐쇄 됐지만 이는 이미 서울행정법원을 통해 수명 연장이 불허된 이후다.
2017년 원자력산업분야 매출은 13.0% 줄어들며 탈원전 기조의 효과를 보이는 듯 하나 다시 늘기 시작했다. 원자력 산업 분야 인력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탈원전은 보다 적극적으로 잔재 없애기에 나서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차관 산하 에너지산업실 에너지전환정책관의 이름을 ‘에너지정책관’으로 바꾼다. 정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다음 달까지 자체 조직 개편을 실시해 현 에너지전환정책관과 에너지전환정책과 이름을 ‘전환’이 빠진 에너지정책관과 에너지정책과로 각각 변경한다. 정부 관계자는 “에너지 정책 방향이 180도 바뀐 만큼 관련 국·과 명칭도 그에 부합하는 쪽으로 다듬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전면 백지화와 원전 최강국 도약을 선언한 만큼 에너지 정책 총괄국의 이름에서도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연상시키는 ‘에너지 전환’이란 표현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과 단위인 에너지전환정책과 명칭도 ‘에너지정책과’로 변경된다.
또 이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외교 정책인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떠오르게 하는 신북방통상총괄과와 신남방통상과 이름도 바꿀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진적인 전 정부의 흔적 없애기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원자력안전회의에서 140여개의 공극이 있는 한빛 4호기가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수소제거기의 안정성이 해결되지 않은 신한울 1호기는 시운전을 앞두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지어진 보가 있는 낙동강은 이미 녹조가 시작돼 무더위가 본격화 될 경우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전 정부의 흔적 지우기 정책이 정치화되는 동안, 국민의 생명과 안전 모두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