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넥슨]
[사진= 넥슨]

2000년대 초 넥슨 게임을 즐겨봤던 게이머라면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이하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오락실이나 슈퍼 패미컴같은 가정용 콘솔기기에서 플레이할 수 있었던 봄버맨을 오마주해 온라인 게임으로 첫선을 보였던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후일 출시되는 카트라이더와 버블파이터 등 ‘크레이지 파크’ 지적재산권(IP)의 첫 시리즈로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후 게임의 플랫폼이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크레이지 아케이드도 2019년 3월 21일 모바일로 등장하게 된다. 18년만의 론칭이었기 때문에 그래픽은 3D 카툰랜더링으로 일신됐고, 시스템 역시 상당수 변화를 거쳤다. 

그러나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모바일(이하 크레이지 아케이드M)은 오는 8월 2일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넥슨의 주요 IP 게임의 수명으로는 짧은 약 3년 5개월만에 사라지는 셈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본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M은 출시한지 약 한달만에 글로벌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사진=넥슨]

시작은 확실히 좋았다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출시 하루만에 글로벌 다운로드 100만, 한달만에 1000만에 이를 정도로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었다. 원작과 달리 굉장히 스릴 있어졌다는 평가 때문이다. 

PC판과 차별화된 요소는 바로 스킬의 유무로, 20여 종의 스킬 중 3종을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어 일반적인 게임과 양상이 다른 모습이 자주 나왔다. 원래라면 블록을 부수고 아이템을 먹으면서 성장하고, 그 성장을 밑바탕으로 상대를 물풍선에 가둬 탈락시키는 기존의 방법과 달리 스킬만 있다면 떨어져 있어도 저격이 가능해 ‘앗’하는 사이에 상대를 탈락 시킬수  있었다. 물론 수세에 몰린 입장에 대한 배려도 이어졌다. 물방울은 이제 직접 터트리지 않는 한 터지지 않고 탈출할 수 있으며, 급하다면 바늘 스킬을 쓰면 된다. 

호평의 이유로는 다양한 모드도 있었다. 만두먹기·만두 옮기기, 팡랜드, 16인 실시간 서바이벌 모드 등이 있었고, 후에는 팀전 등이 추가되면서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여기에 다양한 캐릭터와 치장성 아이템 등은 그대로 계승되어, 원작의 감성을 유지하면서 모바일만의 특징으로 잘 녹여냈다는 평가도 함께 받았다. 

[사진=디시인사이드 크레이지아케이드 BNB 모바일 갤러리]
[사진=디시인사이드 크레이지아케이드 BNB 모바일 갤러리]

어뷰징 문제가 게임을 위협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유저들 사이에서 점점 게임의 콘텐츠 지속성과 발전성에 대해 의문이 나왔다. 정확히는 2020년부터 뜸해진 업데이트와 서비스 오픈 이후 비매너 플레이와 불법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기는 어뷰징 행위에 대한 운영진의 대처 부족 등으로 누적된 불만때문에 유저들이 이탈하기 시작한 것이다. 

징조는 2019년부터 있었다.  우선 한국 서버와 중국 서버가 하나로 묶인 것이 문제였다. 당연하게도 중국 유저와 한국 유저 간의 게임 환경과 마인드가 너무 차이가 났고, 공식 카페와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등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유저들의 의견을 살펴보자면, “레디 누르는 것도 일부터 1~2초 남기고 하고, 같은 팀이어도 아이템과 킬을 뺏어먹거나 오히려 아군을 방해한다”· “중국인 유저가 물풍선에 갖힌 채로 빠르게 움직이던데 이게 괜찮은거야? 핵좀 잡아줘라” 등의 불만들이 나왔었다. 또 공식카폐에서는 이러한 글들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오리혀 글을 삭제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됐다.

여기에 멈춤 현상과 각종 버그가 지속됐고, 추가로 불법 프로그램까지 나오면서 유저들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물론 운영진은 초기부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한 계정을 제재하고 버그 수정 등이 이어졌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즉, 어뷰징이 통제가 안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후 크레이지 아케이드M은 2020년 1월 리부트 업데이트 진행으로 다시 반등을 꿰했다. 업데이트 내용은 모든 캐릭터의 기본 능력치와 고유 능력을 조정하고 UI의 직관적 변경 등 리뉴얼과 개편을 진행했다. 

당시 정우용 크레이지 아케이드M 디렉터는 “보내주시는 의견을 토대로 매칭 규칙, 캐릭터 밸런싱 등 과감하게 시스템을 개편하고자 한다”면서 “빠른 매칭과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선사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어뷰징 문제 등은 여전했다. 여기에 공식카페 등 커뮤니티의 유저 글 갱신도 빠르게 줄어들어, 남은 유저들은 게임서버과 카페의 관리 부실을 이유로 “이러다 서비스 종료하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돌았다. 유저들과 소통하던 공식카폐의 GM일기는 2020년 5월, 이벤트는 2021년 3월을 끝으로 더이상 갱신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도 더 이상의 큰 업데이트와 불법·비매너 유저 제재는 없었다.

유저들의 예상과 달리 크레이지 아케이드M은 2020년 11월 베트남 서버의 서비스 종료 소식이 들려온 이후, 2년 이상을 서비스 지속하게 된다. 하지만 2022년 4월 21일 같은 넥슨 게임이었던 트라하가 서비스 종료되면서, 크레이지 아케이드M도 서비스 종료될 것이라는 추측이 유저들 사이에서 나왔다.

한 유저가 4월 2일 공식카페에 쓴 글에 살펴보면 “트라하도 3년째 운영중이었고 카페회원수가 1만 9000명정도 였다. 아무래도 크레이지 아케이드도 조만간 서비스종료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해당 글은 약 3주 후 현실이 된다. 

개발진 및 운영진은 공식 카페를 통해 서비스 종료를 알리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개발진 및 운영진은 공식 카페를 통해 서비스 종료를 알리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넥슨과 유저 모두 아쉬운 결말

결국 넥슨은 지난 4월 26일 공식카페를 통해 크레이지 아케이드M의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넥슨은 서비스 종료 배경에 대해 “신나는 경험을 드리려 노력했지만 더이상 안정적인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기 미흡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식카페도 8월 2일 폐쇄되어, 공식 카페에 남겨진 유저들의 글과 사진은 모두 사라지게 됐다. 만약 소장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8월 2일까지 저장해놓아야 한다. 유료 환불 접수도 같은날 마감되기 때문에, 기간 내에 신청할 것을 권한다. 환불 대상은  2021년 4월 26일부터 2022년 4월 26일까지 구입하고 사용하지 않은 잔여 재화다.

개발 및 운영진은 서비스 종료를 알리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이들은 “서비스 기간 동안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변치 않은 애정과 관심으로 함께 해주셨던 유저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아쉽게 헤어지게 되었지만, 크레이지 아케이드M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저들도 아쉬움을 쏟아냈다. 유저들은 “이 게임은 결국 어뷰징이 망쳐버린 게임이다. 어뷰징만 어떻게 했다면 서비스 지속이 가능했을 것 같다”·“고생 많으셨다. 서비스 종료 판단은 잘하신것 같다”는 응원이 있는 반면, “게임 재미있게 했는데 참 아쉽다”· “PC판과 게임성이 다른데 적응 가능할까”하고 아쉬움과 걱정이 교차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부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공식 카페에서는 “서비스 종료가 결정됐음에도 공식카페 유저 글 삭제는 잘한다”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으며, PC판 크레이지 아케이드도 즐기고 있는 일부 유저들은 크레이지 아케이드 홈페이지에 “크레이지 아케이드도 문제가 많은데 넥슨이 게임을 다뜯어야 된다면서 계속 고려만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서버렉과 메신저 오류 등은 왜 해결할 생각이 없는 거냐. 이쪽도 서버 방치는 심각하다”면서 “진짜 최소한의 기본도 안하고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돈을 쓰냐. 최소한의 관리를 위한 투자는 해라”고 비판했다. 

유저들에게는 자신들이 하던 게임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감정은 늘 긍정적·부정적 감정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다만 서비스 종료가 후일에 있을 새로운 게임의 탄생으로 이어져 더나은 게임 환경이 되기를 고대한다. 크레이지 아케이드M도 이번 서비스 종료 이후 새로운 게임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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