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용봉동 전동킥보드업체서 화재…배터리는 전기차용과 같아
진화 지연으로 주변 확산력 강해…지난 2월에도 서울서 차량 전소
전문가들 “해결 시간 걸릴 것…최근 셧다운시켜서 탑승자 위험 회피”
광주에서 전기차용 배터리가 실내에서 화재를 일으키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전기차나 전동 킥보드가 실내에서 화재를 일으키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해당 문제에 대한 해결이 언제쯤 이루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주 북부소방서는 지난 11일 오후 2시 30분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전동킥보드 수리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화재의 원인은 킥보드에 탑재된 배터리가 열폭주로 발화된 것 추정되며, 해당 배터리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것과 같은 종류로 파악됐다. 다행스럽게도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화재가 발생했던 점포 33㎡가 전소됐다.
그러나 화재 진화 중 원인이 되는 배터리가 쉽게 진화가 되지 않은 점은 문제였다. 북부소방서는 “배터리를 외부로 빼내 물을 계속 뿌렸으나 내부 열이 심해 좀처럼 진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동킥보드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에도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전동킥보드의 수십배 정도 되는 양이 들어가 있어 화재시 더욱 위험하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잘 꺼지지 않는 특성 때문에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2월 22일 4시 33분경에도 서울시 구로구 야외주차장에 있던 테슬라 모델 3 차량이 갑자기 배터리에 불이 붙어 차주가 긴급히 대피하는 일이 있었고, 주변 차량 2대와 오토바이를 태우고서야 약 1시간만에 불길이 잡혔다.
실제로 전기차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서 화재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 45건이 발생했으며, 이 중 23건이 지난해에 발생했을 정도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주요 차종은 현대 코나가 14건, 쉐보레 볼트·쉐보레 전기버스가 각각 5건, 현대 포터 트럭 4건, 기아 봉고 트럭 3건, 테슬라·기아EV6·SM3가 각 2건이다. 이중 8건은 자체 진화가 가능했으나 나머지 37건은 진화하는데 평균 27분이 걸렸으며, 소방대원이 평균 33.4명이 투입됐다.
이 때문에 각 완성차 업체들과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안전성 뿐만 아니라 화재 자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지난 1월부터 100가구 이상 아파트는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를 필수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차량이 밀집해있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배터리 화재가 발생할 경우, 매우 큰 인명·재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자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배터리 화재에 대해 “소방청과 완성차업체,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현재까지 열폭주를 막는 방법은 물을 채우는 것 외엔 획기적인 방법이 없는 상태다”면서 “해외에서도 이 이상으로 효과적인 방법이 나온 것이 없기 때문에 온전한 해결방안이 나오기 까지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충남소방본부는 최근 전기차 화재 진압에 필요한 소화 수조를 신속하게 만들어 내는 ‘워터포켓’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서울소방학교도 화재 진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동형 냉각수조를 개발했지만, 물을 이용한 것 외의 다른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배터리 화재의 99%는 충전 중이나 방전 중에 발생했기 때문에 탑승자가 사전에 문제를 감지한다거나 문제 발생 후 손을 쓸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면서 “이 때문에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셀간 전압차가 기준 이상으로 상승해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BMS를 통해 셧다운시켜서 탑승자들이 위험에 처해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광주 북구 용봉동 전동킥보드업체 화재 진화 작업 현장영상 [영상=광주 북부소방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