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모바일 수집형RPG 라스트오리진의 개발사 스마트조이가 트위터를 통해 흥미로운 공지를 했다. 일본의 DLsite 등에서 저작권을 이유로 판매를 중지시킨 2차 창작 저작물에 대해 직접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2차창작 저작물의 판매 정지가 풀렸고, 일본 현지에서 수많은 일러스트레이터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2차 창작의 범위는 좁게는 일러스트와 동인만화·소설·유튜브 영상 등으로 한정되지만 넓은 의미의 2차 창작은 코스프레와 패러디 영상· 굿즈 등 IP(지적재산권)가 연관된 모든 창작물로 범위가 확대된다. 즉, IP가 확대재생산 과정을 거쳐 스스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 IP에 있어 2차 창작은 양날의 검이기도하다. 2차 창작이 활성화되면 IP의 확대재생산으로 인해 해당 IP의 인기 지속과 팬덤 유입을 노릴 수 있고, 이로 인한 매출확대역시 노릴 수 있다. 그러나 2차 창작으로 인해 주관적인 해석이 섞이면서 원래 캐릭터와 세계관의 오리지널리티와 멀어지는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저작인격권의 동일성 유지를 침해할 수 있다. 또 허가를 받지않고 멋대로 IP를 이용해 대량의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게임들은 서비스 하는 게임의 장르와 스토리, 캐릭터의 이미지 등을 고려하여 2차창작에 대한 대응을 정하고 있다. 각 사별 대응법을 알아본다.
터치하지 않되 큰 문제가 될 경우에만 개입한다
의외로 많은 게임사들은 2차창작에 대한 가이드를 자세하게 노출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다. 혹은 아예 공지를 통해 허가하기도 한다.
이는 2차 창작이 활성화되는 것이 게임사에게 더 이득인 경우다. 앞서 언급했듯이 2차 창작물 시장이 활발해지면 IP의 확대 재생산으로 인해 팬덤의 확대가 동반되고, 이로 인해 IP의 수명 또한 증가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2차 창작을 통한 여러 캐릭터성을 공식으로 흡수하여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넥슨이 2차창작물에 굉장히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넥슨은 2015년부터 넥슨이 서비스하는 IP를 기반으로 하는 2차창작 축제인 네코제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왔다. 네코제는 현재까지 총 9회가 진행되었으며 수천 명의 2차 창작자들이 굿즈와 일러스트집, 동인지 등을 판매해왔다. 이외에도 넥슨이 주최하는 공식 행사 한정으로 2차창작물 판매가 가능하다.
여기에 넥슨은 네코제 이전에도 2차창작 팬덤이 존재하던 던전앤파이터나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홈페이지에 연재만화 게시판 등을 만들어 2차 창작을 적극 장려해왔으며, 레스트바티칸(레바)를 포함한 수많은 유명 만화가가 탄생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최근에도 블루아카이브 팬아트 공모전과 메타버스 ‘프로젝트 MOD’ 등을 통해 2차 창작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2차 창작의 수익성 범위 판정 등이 애매한 경우 등이 있다. 특히 명일방주(요스타)와 같이 만화와 일러스트 같은 일반적인 2차 창작물 이외에도 유튜브를 통한 2차 창작이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는 IP의 경우 어디까지나 개인이 올린 창작 영상으로 인정된다. 다만 2차 창작 저작물이 게임의 이미지 등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는 등의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대부분의 게임사는 적극 개입하고 있다.
개인적인 제작은 OK, 다만 영리 활동은…
일부 게임사는 개인의 2차창작 자유는 인정하나,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내는 창작물의 경우 사측에 신고를 하거나 금지시키고 있다. 이는 개인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에서 벗어나 영리적인 목적을 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 이상에 대한 신고를 채택한 게임사는 글로벌한 인기를 자랑하는 ‘원신’의 개발사 미호요가 대표적이다. 미호요는 지난해 11월 2차 창작에 대한 약관 개정에서 개인이 만든 2차 창작물의 판매 수량이 500개를 초과할 경우 사측에 라이센스 신청을 해야만 한다고 못박았다.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작인 로스트아크는 2차창작을 장려하는 게임이지만, 지난해 ‘로스트아크 UGC(User Generated Contents) 제작 및 이용 규약’을 통해 2차 창작물을 이용한 영리 활동을 금지했다. 다만 해당 2차 창작물이 게재된 페이지에 포함된 광고로 인한 수익과 인터넷 방송 도네이션(트위치·유튜브)·일러스트 작가의 개인 구독형 페이지 후원(픽시브 팬박스·SKEB)·커미션에 대한 것은 허용했다.
영리활동을 제약하는 이유는 제각각이긴 하지만, 소위 기업형 부스라고 일컬어지는 대형 동인지 판매 서클이나 동인파락호(同人破落戶)를 막는 것도 이유에 포함된다. 특히 동인파락호의 경우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전무한 상태에서 금전적 이익만을 위하여 2차 창작을 만드는 행위를 저지르며, 대부분 유명세나 업계에서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아 캐릭터성과 게임에 대한 이미지 왜곡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용 창작물로 심각한 이미지 훼손이 우려되니 금지
수집형 RPG의 명가인 사이게임즈의 우마무스메는 경마를 소재로 한 게임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원본 경주마가 있다. 이러한 경주마 중에는 버젓이 생존해 있는 말도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이게임즈는 원본 경주마의 이미지 왜곡을 우려해 우마무스메 캐릭터들의 2차창작시 성인용 콘텐츠 제작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금지 배경에는 2차 창작자들의 잔혹함이 숨겨져 있기도 한데, 앞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했듯 일부 2차 창작자들은 개인으로서의 자유가 허락되는 것을 이유로 캐릭터성을 아주 쉽게 뒤틀어버린다. 일종에 해석이 들어간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성인용 2차 창작물의 경우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해진다. 언급 자체가 꺼려지지만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수많은 성적 취향이 있으며, 그 중에는 일반적인 R-18이 아닌 R-18G(그로데스크)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할 수 있다.
일례로 우마무스메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세이운 스카이’와 ‘니시노 플라워’의 원본 마주가 모든 2차 창작을 일시적으로 전면 금지했던 사건이 지난해 있었는데, 사건을 되짚어보면 성인용 2차 창작물을 허용해준 마주에게 일부 트위터 유저가 R-18G도 괜찮다는 거냐고 조롱하면서 지속적으로 시비를 걸어댄 것이었고, 최악의 경우 두 캐릭터가 게임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인재가 터질뻔 한 것이었다. 이후 금지를 성인용 콘텐츠 한정으로 완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2차 창작에 대한 자유가 지나치게 주어지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요스타가 서비스하는 게임 중 하나인 ‘벽람항로’도 최근 이러한 문제 때문에 2차창작에 대한 약관을 개정함으로써 R-18G에 해당하는 성인용 2차창작을 금지시켰다. 벽람항로가 이전에는 2차창작을 전면적으로 허용했으나 이같은 결정으로 선회한 데에는 비슷한 소재를 사용한 게임인 ‘함대콜렉션’이 각종 문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 것과 이로 인한 캐릭터 왜곡 사례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