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소비자에게 추가금 요구…수입차 등 최대 410만원 인상
소비자주권 “일방적 가격 인상 불공정…자동차매매약관 개정해야”
자동차 판매량의 증가와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차량 출고 지연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해당 차종의 연식이 변경되면 계약자가 추가금을 부담하고 차량을 인수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소비자주권)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차량 제조사들이 불공정한 영업전략을 없애고 계약 당시 소비자들과 약정한 금액으로 차량을 인도할 것을 촉구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 자동차매매약관을 개정하고, 차량 제조사의 철저한 이행 방법을 강구해 소비자 권익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주권은 연식 변경 모델의 경우 디자인과 성능에 큰 변화가 없어 소폭 상승하더라도 소비자입장에서 가격 변화의 체감이 높다고 주장했다.
최근 차량 가격은 원자재 가격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국제 정세 악화로 지난해와 비교해 평균 3~5% 인상됐다. 현대차 아반떼의 경우 2022년형으로 연식변경이 되면서 기존 계약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제조사 임의대로 휠 크기 인치 업(inch up), 오디오 기본 장착 등의 옵션 추가를 통해 가격이 약 152만원 인상됐다. 아반떼의 제조 기간은 약 8개월(2022년 4월 기준)이기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 차량을 계약한 사람들 중 일부는 연식 변경으로 인해 인상된 금액을 강제로 지불해야 한다.
수입차의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벤츠 E250 AV는 지난해에 계약했다면 280만원의 가격을 더 지불해야 하며, 아우디 A6 40TDI는 227만원, 테슬라 모델3 싱글모터는 무려 410만원이나 인상된 가격을 더 지불해야만 한다.
그러나 차량 제조사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자동차(신차) 매매 약관 제2조 3항에 따라 소비자에게 가격·옵션 변동 등의 내용을 통지했고 변동 사항이 있을 때마다 이미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안내를 했다는 것이다.
소비자주권은 이에 더해 차량 제조사들이 계약서에 가격 인상의 시기와 범위, 요인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 임의대로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는 모호한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완성차 업체가 계약 이후 언제든지 일부 옵션 및 트림 조정을 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부당한 계약이며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인 갑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차를 사려는 계약자는 최근 계약 파기를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계약자가 변동된 금액에 대해 불만을 가져 계약을 파기하거나 대금 지불을 하지 않는다면 다음 순서의 계약자에게 차량 인수 권리가 양도된다. 여기에 재계약을 다시 하더라도 수개월을 기다려하는 상황인지라 대부분의 계약자는 추가 금액을 지불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 만들어지고 있다.
소비자주권은 소비자가 갑에서 을의 위치로 격하되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면서, 소비자는 자동차에 대해 계약 당시의 옵션과 가격으로 차량을 인도받을 권리가가 있다고 호소했다. 또 제조사에게는 가격 인상에 대한 일방적인 통보행위를 중단하고 초기 계약 시 제시했던 금액 그대로 소비자가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을, 공정위에게는 신차 매매약관을 빠른 시일 내 개정해 일방적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순장 소비자감시팀장은 “차량 인도가 늦어지는 것은 제조사의 책임이지 소비자 책임이 절대 아니다. 소비자에게 다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공정위의 표준 약관은 2008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반도체 수급 불균형 문제라던가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팀장은 “향후 소비자주권은 공정위에 표준약관 개정 관련 의견서나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