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동원산업의 동원엔터프라이즈 흡수합병 결정 공시
동원산업 가치 저평가·엔터프라이즈 고평가 됐다는 평가
소액주주, 소송· 주식매수청구권 등 행사 가능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동원그룹 본사[사진=소비자경제신문 DB]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동원그룹 본사[사진=소비자경제신문 DB]

최근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하면서 합병 비율 논란이 불거졌다. 합병은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에 흡수돼 동원산업이 동원그룹의 사업지주회사가 되는 방식이다. 

동원그룹은 지난 7일 동원산업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하면서 동원산업(존속회사)의 동원엔터프라이즈(소멸회사) 흡수합병 결정을 공시했다. 이는 동원그룹의 비상장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으로 흡수합병됨으로써 동원그룹 지주사가 증시에 상장되는 효과를 갖는다.

액면분할을 전제로 한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은 1:3.838553이며 액면분할 이전 기준으로는 1:0.7677106이다. 합병이 이뤄지면 합병가액에 따라 동원산업 가치는 9156억원에 그치고 동원엔터프라이즈 가치는 2조 2247억원에 이를 예정이다. 

동원산업은 최근 주가를 바탕으로 주당 합병가액을 24만 8961원으로 산정했는데 이는 주당 순자산가치인 38만 2140원에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고 평가 받는다. 

동원산업, 엔터프라이즈와 합병 이유는 오너가 지배력 강화?

문제는 이처럼 동원산업의 가치는 크게 떨어진 반면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상대적으로 고평가를 받으며 주주 가치 훼손 문제가 발생한 것.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김재철 회장이 지분 24.5%, 차남 김남정 부회장이 68.3% 등 오너 일가가 9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동원엔터프라이즈가 63%를 갖고 있는 구조로 합병되면 김 부회장은 회사 지분을 48.4% 확보하게 된다. 합병이 마무리 될 경우 김남정 부회장이 실질적 그룹 지배주주로 등극하게 되고 이는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동원산업 투자자, 소송 등 불복 움직임 

이와 관련 개인투자자들은 동원엔터프라이즈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이 정해졌다고 보고 소송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관 투자자들이 소송에 나설 방침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불매운동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합병 이후 동원산업은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으로 나뉘어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동원산업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김남정 부회장 지분이 70% 가까이 되는 (엔터프라이즈) 최대주주이신데 합병이 되면 지분율이 더 낮아진다. 이미 승계는 다 끝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행령 등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시가를 기준으로 하게 돼 있고 편법이나 불법을 할 수가 없는 구조다. 양사의 기준을 똑같이 가야한다는 원칙을 잡고 엔터프라이즈도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합산해서 했다. 유불리를 따져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기준 시가와 순자산가치와의 차이로 인해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그런 말이 나올 수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배구조가 다층구조가 되어 있다보면 결정하는 시간, 자원 상 (문제가 있는데) 합쳐지게 되면 최근에 신성장 동력 사업의 대규모 투자 등의 재원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이나 주주들에게도 가치를 환원하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동원산업 주식수 17배 증가· 유동주식비율 축소

액면분할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흡수합병으로 동원산업의 주식수가 367만주에서 6326만주로 17배 가량 증가되나 합병 법인의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지분(48.4%),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지분(17.4%), 자사주(20.3%) 합산 지분율은 86.1%로 유동주식비율은 합병 이전 보다 축소된다.

이와 관련 대신증권 한유정 연구원은 “액면분할에 따른 유동성 확대는 긍정적이나 합병 배경이나 효과에 대한 부분은 다소 모호하다고 판단된다”라고 전했다.

주주확정기준일은 오는 8월 4일로 같은 달 30일부터 9월 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이다. 신주 상장 예정일인 10월 21일 주식 매수 예정 가격은 동원산업이 23만 8186원, 동원엔터프라이즈가 19만 1130원이다. 

한편, 1969년 김재철 명예회장이 원양회사인 동원산업을 창업하면서 시작된 동원그룹은 1982년 국내 최초로 참치캔을 출시하며 식품가공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혔고 이후 수산, 식품, 포장재, 물류를 4대 중심축으로 사업을 해왔다.

2001년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하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으며 2003년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전 동원금융지주)를 설립하며 금융그룹을 계열 분리했다. 최근에는 2차전지, AI 산업 등 첨단 기술 분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박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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