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껑충 뛴 서울 집값… 중산층 살만한 집 없어
전세 무주택자, 내 집 마련 5년 전보다 3배 어려워
경기도 아파트, 서울 구매자 비율 12년만에 최다
서울의 집값이 나날이 오르면서 중산층과 무주택자 등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 지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울을 벗어나려는 탈서울의 수도 늘고 있다. 지난해 경기 아파트 구매자 중 서울 거주자 비율이 17%를 넘으며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더불어 최근 5년간 집값 급등에 따라 서울에서 중위소득 가구가 대출을 끼고서라도 구매할 수 있는 아파트가 16.5%에서 2.5%로 감소했다. 풀이하자면 5년 전에는 100채 중 16~17채를 구매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3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25일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도는 서울보다 저렴해 2030 탈서울족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여러 신도시가 조성 중으로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신혼 집을 경기도에서 시작한 것이 큰 후회”라면서 “무리를 해서라도 서울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했었다. 경기도가 서울만큼 인프라가 좋다고 한들 경기도는 경기도 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B씨는 “무리를 해서라도 서울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는다”면서 “가끔은 한적한 경기도로 이사를 가고 싶다가도 영끌한 게 있기 때문에 버텨야 한다. 그리고 직장과도 가깝기 때문에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무주택자는 점점 수도권 밖으로 ‘탈서울’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입자 거주지별 통계를 보면, 지난 2021년 경기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 32만 7992건 중 서울 거주자 거래 건수는 5만 6877건으로 전체 거래량의 약 17.34%였다. 이는 2009년(17.45%) 이후 12년 만의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 같은 흐름은 통계청 지역별 전출·입자 이동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한 해동안 56만 7366명이 서울을 떠났는데, 이 중 36만 2166명(64%)이 경기로 전입했다.
서울을 떠난 전출자 중에서는 2030세대가 가장 많았다.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서베이’를 보면 지난해 탈서울 인구 2명 중 1명이 2030세대였고, 그 중 30대의 순유출이 가장 많았다. 30대의 가장 큰 전출 사유는 역시 ‘주택'이었다. 서울의 높은 집값에 젊은 층의 서울 엑소더스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서울에 살고 있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동안(2017년 3월~2022년 3월)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80.6% 상승한 반면 전세가는 53.4% 상승해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는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3.3㎡당 평균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으로 3.3㎡당 2714만원으로 5년전에 비해 177.6% 폭등했다. 경기도는 평당 1292만원이 올라 서울을 제치고 두번째로 높은 상승률(105.5%)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 상승률은 105.4%를 나타냈다. 평균 전세가는 2509만원으로 5년전에 비해 64.9% 올랐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는 3.3㎡당 707만원에서 2069만원으로 증가했다. 서울 전세가율은 5년 사이 71.6%에서 57.2%로 14.4%포인트 떨어졌다. 전국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세로 살고 있는 전용 85㎡를 매수하려면 5년전에는 2억 4000만원을 더 주면 됐는데, 지금은 7억 6300만원을 줘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는 서울에서 전세 세입자들의 내 집 마련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세종은 작년 대비 3.3㎡당 평균 전세가가 떨어진 유일한 지역이다. 최근 세종 아파트 매매가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작년 동월에 비해서는 상승했다. 올해 2월 세종시의 전세가는 매매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8.3%(2022년 2월)로 세종특별시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전세가율을 보였다.
전세가율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울산이다. 울산은 지난 5년간 3.3㎡당 평균 전세가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보다 5.1%포인트 높다. 그 외에 강원, 충북, 충남, 전남, 경남도 전세가율이 상승했다.
중산층에겐 서울 아파트는 ‘하늘의 별’
서울의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르다보니 중위소득 가구가 구매할 수 있는 아파트가 16.5%에서 2.7% 수준으로 감소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받은 2017~2021년 광역시도별 주택구입물량지수 현황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중위소득 가구의 주택구입물량지수(K-HAI)는 2017년 58.7%에서 지난해 44.6%로 14.1%포인트 하락했다. 주택구입물량지수란 중위소득 가구가 보유한 순자산과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을 받았을 때 해당 지역의 아파트 중 살 수 있는 주택의 비율을 계산한 것이다. 지난해 중위소득은 1인 가구 기준으로 182만 7831원, 2인 가구는 308만 8079원, 3인 가구는 398만3 950원, 4인 가구는 487만6290원 등이다.
서울의 주택구입물량지수는 2017년 16.5%에서 지난해 2.7%로 급락했다. 중위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대출을 끼고라도 살 수 있는 아파트가 5년 전에는 100채 중 16∼17채 정도 있었다면, 지난해에는 3채도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경기의 주택구입물량지수는 51.3%에서 26.2%로, 인천은 52.9%에서 32.5%로 각각 25.1%포인트, 20.4%포인트 감소했다. 경기와 인천 모두 5년 전에는 중위소득 가구가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절반을 넘었다면, 지금은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넘볼 수 없을 만큼 가격이 치솟았다는 것이다.
지방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전의 주택구입물량지수는 5년 전 73.1%에서 지난해 42.0%로 31.1%포인트 급락해 지수 하락폭이 전국에서 가장 컸다. 충남(92.3%→78.0%)과 광주(79.2%→66.1%)가 각각 -14.3%포인트, -13.1%포인트 떨어져 뒤를 이었다. 이어 충북 -12.6%포인트(85.9%→73.3%), 울산 -11.7%포인트(74.8%→63.1%), 경남 -8.8%포인트(82.8%→74.0%), 경북 -8.1%포인트(92.3%→84.2%) 등의 순이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가 같은 기간 43.7%에서 53.4%로 9.7% 상승했다. 2020년부터 조사를 시작한 세종은 2020년 15.4%에서 지난해 17.5%로 1년 사이 2.1%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해당 지수가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아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지역으로 파악됐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