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통합정보 포털 개설·중고차 산업 종사자 교육 지원
기아, 한달간 사용 후 구매 결정…고품질 인증중고차 공급
한국매매연합회 “기존 입장 반복 불과…진정한 상생안 내라”
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특히 기아는 한달간 중고 차량을 체험한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18일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발표하고 “제조사 기술력을 활용한 고품질 인증중고차를 공급하고 EV 중고차 수요증가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기아의 중고차 판매 대상은 ‘출고된 지 5년·주행거리 10만 ㎞ 이내의 자사 브랜드 차량’이 대상으로, 회수한 차량을 품질 검사(200여 개 항목)하고 정비와 내외관 개선을 통해 신차 수준으로 상품화된 검증된 제품만 판매해 시장 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한다.
특히 전기차는 차량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잔여 수명과 안정성을 측정해 최저성능 기준을 만족하는 차량만 인증해 판매한다. 중고 전기차는 지난해 전년 대비 63% 증가한 1만 2960대가 거래됐다. 다만 전체 거래 중 64.3%가 객관적 성능평가와 가격산정 기준이 없이 개인 간 거래로 이루어져, 기아는 전기차 전용 품질검사와 인증체계를 개발하는 등 객관적인 가치산정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기아는 계약 시 성능 파츠 등 개인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상품’을 신차에 이어 중고차에 대해서도 운영한다.
이같은 내용은 같은 그룹 내 브랜드인 현대차가 발표한 중고차 시장 진출안과 유사하다. 현대차는 지난달 7일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중고차업계와의 상생안을 발표했다.
상생안의 핵심은 기존 업계의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고, 시장 진출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출고된 지 5년·주행거리 10만 ㎞ 이내의 자사 브랜드 차량’만 판매하고 ‘기준 이외 매입 물량 매매업계 공급’과 ‘연도별 시장 점유율 자체 제한’을 상생안으로 내세웠다. 이밖에도 양 브랜드는 ‘신차 구입시 할인을 제공하고, 고객의 차량을 매입한다’는 내용과 ‘자사가 판매하지 않더라고 일단 매입한 뒤 기존 업계에 공급한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아는 일부 내용에서는 현대차와 차별점을 뒀다. 현대차가 통합정보 포털 개설, 중고차 산업 종사자 교육 지원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밝힌 것과 달리 기아는 전기차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기아는 중고차 시장 내 전기차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중고 전기차의 객관적인 가치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중고차 구독서비스 ‘기아플렉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기아플렉스는 최대 1개월까지 중고 차량을 체험 이용한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성능·상태 점검기록부에 기록된 상태와 실제 상태가 달라 허위·미끼 매물이 많았던 기존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만약 체험 이용을 진행한 소비자가 해당 차량을 최종 구매하면 앞선 한 달간의 이용료도 면제된다.
신규 시설도 운영된다. ‘리컨디셔닝센터(Re-Conditioning Center·가칭)’는 중고차 성능 진단과 상품화, 품질인증, 고객체험을 담당하는 인증 중고차 전용시설로, 수도권 1곳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기아플렉스’에서 계약만료로 반납된 차량은 해당 시설에서 재상품화 과정을 거친 뒤 구독 서비스에 재투입될 예정이다.
중고차 구매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추가된다. 기아는 타던 중고차를 팔고, 신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을 위해 보상판매(트레이드 인·Trade-in)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기아가 보유한 차량 데이터로 고객 차량을 평가·매입한 후 신차 구매 시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의 미래차 관련 신기술과 최신 CS(고객만족) 교육 지원 등을 통해 중고차 종사원들의 차량 이해도와 지식수준을 높이는 데에도 힘쓸 계획이다.
기아의 중고차 시장점유율은 2022년 1.9%, 2023년 2.6%, 2024년 3.7%로 자체적으로 제한될 예정이다. 기아는 이같은 시장점유율 제한이 중고차매매업계와 상생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기존 중고차업계를 집어삼킬 것이라는 의심이 떠나질 않고 있으며 ‘시장점유율을 스스로 제한하겠다’는 내용에 대한 불신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예전에 사업조정에서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이행하겠다고 말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정보 제공 또한 기존 자동차365에 있는 새삼스러울게 없는 내용이다. 그냥 소비자들이 현혹될 내용들만 적어놓은 것 같다”고 일축했다.
현재 중고차업계와 완성차업계는 의견 충돌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재를 통해 사업조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협상테이블에는 중고차 단체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현대자동차·기아가 자율조정을 4차례 진행한 상태다. 중고차업계는 조정에서 기존 업계도 인증중고차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완성차 제조사의 시장진입 시기를 3년 후로 늦출 것과 매집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완성차 업체들도 심의위 결정에 따라 앞으로 6개월 이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완성차 업체의 시장 진출에 대한 조정안은 확정되지 못한 채 중고차업계와 완성차업체의 의견차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이 대기업의 중고차를 이용하는 시기는 대략 올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아는 “전기차 선도 브랜드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는 기아의 전동화 역량을 활용해 중고차 시장 내 전기차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중고차 매매업계와 함께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