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시 고천나·부곡다구역 ‘현산 배제’ 목소리 커져
광명 11구역 재개발조합 현대산업개발 사업 배제 결정
HDC현대산업개발의 보이콧 확산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건물 붕괴사고에 이어 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까지 내면서 전국 곳곳에서 이미 수주해놓은 정비사업 단지에서 시공권 해지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22일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현대산업개발이 관양현대 재건축 수주와 월계동신아파트를 수주했을 땐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불신이 점차 사그라 드는 분위기였다”면서 “그러나 최근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가 붕괴 사고를 인재로 규정하자 다시 보이콧 확산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여기는(현대산업개발) 이번 특별안전점검결과 12곳에서 600건이 넘는 위반사항이 나왔다는 건 그만큼 안전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공사를 빨리 끝내겠다는 의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제는 아무리 공기가 촉박하다고 해도 사람생명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런 구시대적인 마인드가 하루 빨리 사라져서 조금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서 안전시공이 실천되면 될수록 더 안전한 건물이 된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칠 줄 모르는 보이콧
전국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수주한 곳은 총 65곳이다. 그 중에서 의왕시에 현대산업개발이 수주한 고천나구역, 부곡다구역, 고천가구역, 지식산업센터 등 총 4곳이다. 특히 고천나구역과 부곡다구역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났을 때부터 현대산업개발의 시공사 참여를 반대하고 있다.
현재 고천나구역 조합원들은 현수막을 비롯해 리본, 벽보 등 다양하게 현대산업개발 배제를 표현하고 있다.
고천나구역 조합원들은 현대산업개발에 바라는 점으로 ▲안전시공 ▲입주 시 잔금 100% ▲이주비 조정 ▲하이엔드급 설계 ▲브랜드 가치 하락에 맞는 보상 ▲추가분담금없는 확정 공사비 ▲본계약서 수정건의 ▲조경특화 ▲미분양시 일반분양가로 대물변제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고천나구역 A조합원은 “고천나구역 조합원으로서 현대산업개발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형시공사이고 광주참사 전에 10위권이내의 1군 시공사가 첫 사고후 1년도 되지 않아서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났다”면서 “현대산업개발에서 시공한 건물에서 안심하고 살아야 하는데 저런 대형사고가 또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B조합원은 “사고 이후 현장수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자숙해야 하는 상황에서 반대로 파격적인 제안으로 다른 곳의 수주에 열을 올렸다”면서 “이것은 누가봐도 과다출혈 수주인 게 뻔히 보이는 조건인데 과연 저렇게 출혈을 감수하고 지출을 하면 그 손해를 어디서 메꿀지 안 봐도 너무 뻔한 상황이라서 반대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조합원도 “다른 곳에서 수주하고, 그 비용 손실을 메꾸기 위해서 과도한 시공기간 단축과 그로 인한 부실시공이 또 다른 곳에서 이루어질까봐 우려가 된다”며 “정신차리지 못하고 자회사에 이익만을 쫒고 기존 조합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는 그런 시공사에서 주관한 건물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이득을 볼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개인 재산가치 하락과 입주해있는 조합원들과 입주예정인 조합원들의 생명을 담보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분노를 터트렸다.
D조합원도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할 인재를 관리감독부실로 인재를 발생시킨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자체가 싫다”고 강조했다.
현재 고천나구역은 올해 4~5월께 관리처분계획인가승인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8~9월께는 이주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천나구역은 의왕시 고천동 265번지 일원에 위치했다. 구역면적은 9만 404㎡, 지하3층~지상 40층 규모의 공동주택 11개동을 짓는 사업으로 1913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시공사는 SK에코플랜트,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다.
부곡다구역 또한 대형현수막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현대산업개발 시공을 반대하고 있다. 부곡다구역 조합원은 “지난번 건설공사비지수로 공사비 상승분 8개월 분을 계산한 게 1억이 넘는 걸 보고 조합원들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번 달 까지 지켜보고 현대산업개발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조합원들끼리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곡다구역은 의왕시 삼동 146번지 일대로 구역면적이 6만 916.8㎡이다. 이곳은 재건축사업을 통해 지하4~지상29층 높이의 아파트 1500가구가 들어선다.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과 대우건설이다.
“NO, 아이파크!” 전국 곳곳 배제 움직임
광주 운암3단지재건축조합은 최근 컨소시엄 주간사를 GS건설로 변경했다. 현산이 모든 시공 권한을 공동시공사인 GS건설과 한화건설에 위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추후 아파트 단지 이름에 현산의 브랜드인 아이파크도 넣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현대산업개발은 광명11구역 재개발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주상복합 아파트 부실 시공 논란에 휩싸인 현대산업개발이 조합원들의 반대 뜻으로 시공사에서 배제가 된 것이다. 광주 외 지역에서 시공 배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사업단(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8일 광명11구역 재개발 조합에 공문을 보내 조합이 제시한 공동이행방식을 수용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광명11 재개발 구역 조합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낸 현대산업개발에 공문을 보내 현대산업개발의 시공참여와 ‘아이파크’ 브랜드 사용을 제한하는 공동이행방식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조합은 현대건설이 아파트를 단독 시공하고, 브랜드에서도 ‘아이파크’를 배제하는 대신 현산에는 추후 이익분만 배분해갈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광명11구역은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시공하고 힐스테이트 단일 브랜드를 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명11구역은 광명뉴타운 내 최대 규모 사업지로 조합원이 3200여 명이며 계획 가구 수는 4400여 가구에 달한다. 이들 조합은 2016년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을 공동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 밖에도 현재 수원 영통2구역은 4월 내에 조합원 정기총회가 예정돼 있다. 수원 영통2구역은 현대산업개발 지분이 40%다. 현대산업개발의 지분을 낮추고 공사 참여를 배제하는 내용을 다음 달 말 총회에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이문3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다음달 말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총회를 통해 현대산업개발의 시공권 박탈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서울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이문3구역이 현산과의 결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현산에 대한 불만이 사고지인 광주뿐만 아니라 수도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민공원촉진3구역재개발조합도 오는 5월 총회를 개최하고 시공 계약 해지 건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공사비가 1조원에 달하는 촉진3구역은 현산이 단독으로 시공권을 따낸 재개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장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러한 이탈을 막기 위해 더욱 분주하게 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현대산업개발이이 시공하는 국내 대규모 건설현장 12개소를 대상으로 시행한 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는 올해 1월 11일 발생한 광주 학동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이후 감독반을 구성했다. 현장별로 10명 이상씩 투입해 안전조치 준수 여부를 중심으로 감독했다. 그 결과 국내 건설현장 12개소에서 위반사항 총 636건을 적발했고 이중 306건은 검찰에 송치했다. 330건은 과태료 8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