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시민단체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업무상 알게 된 사전 정보를 이용해 시세 변동으로 차익을 얻기 위한 매매 거래 즉 ‘투기’를 일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의혹이 보도되자 공직자의 땅 투기에 대한 비토 여론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특히 공무원들이 업무상 정보를 이용한 범죄 행위를 몰래 일삼아 왔다는 사실은 전국민을 충격에 빠지게 했고 법 개정 등의 요구가 빗발쳤다.
이후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수사 결과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땅 투기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정부 합동수사본부는 총 1670건 6652명을 단속한 결과 4200명을 기소 송치하고 62명을 구속했으며 범죄수익에 대해 몰수 추징보전 조치했다.
현재 알려진 재판 상황은 전주지방법원에서의 유죄판결(2022.1.30. 대법원 확정), 수장지방법원에서의 무죄판결(항소심 진행중) 등이다. 기존 구속되었던 피고인들은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간 LH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혁신 방안 35가지 중 전 직원 재산 등록, 준법감시관 지정 을 비롯한 29가지는 개선을 완료했고 인력 감축 등 나머지 부분은 조직 진단 용역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에서는 공직자들의 투기 근절을 위해 공공주택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고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했고 농지취득자격 심사 강화를 골자로 하는 농지법을 개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지관리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해당 조치들에 대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농지 소유 전용 제도의 근본적 개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일부 절차 개선, 처벌 강화, 기구 설치 등에 그쳐 아쉬움이 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또 농업인의 농지 보유 및 이용을 촉진하고 농지 투기를 근절할 수 있는 추가적인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직자윤리법·농지법 등이 개정되고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된 것 등은 괄목할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나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현재 투기 근절을 위한 움직임은 흐지부지 되고 빛이 바래버린 느낌이다.
시민단체 등이 제시한 ▲토지초과이득세법 ▲농지법 ▲토지보상법 ▲부동산실명법 ▲과잉대출규제법 등의 개정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현재 이와 관련된 법 제도 개선 논의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당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 윤리를 위반하면서까지 양심을 팔아먹는 투기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환기돼야 할 것이다. 사건이 터졌을 때만 동동거리며 보여주기 식의 땜질 처방이 아닌 법·제도의 근본적인 개혁도 아직 시급하다.
아울러 사건이 터졌을 때만 시행되는 일시적인 수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부동산 조사가 이루어지는, 수사와 상시적 조사를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하루 빨리 마련되길 바란다.
소비자경제신문 박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