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매매연합회 “제작 5년·주행 10만㎞ 이내, 결국 좋은 차만 팔겠다는 것”
전문가 “연합회 뼈있는 주장·반면 소비자 원하는대로 대기업 진출은 이뤄져야”
주식시장 “대기업 진출 시 기존 중고차 시장 기업화 전환 가속· 활성화 기대”

서울 장안평 중고차 시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장안평 중고차 시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신차 수준의 상품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 중고차 사업계획을 공개한 가운데, 중고차업계가 현대차의 상생방안은 협의 없는 일방적 계획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는 8일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현대차가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의 상생을 철저하게 준수하겠다고 말했지만 저희 매매업계와 협의된 내용이 전혀 없다”면서 “현대차가 내놓은 상생 방안은  일방적인 그들만의 계획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이어 연합회는 “과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차원에서의 상생 협의가 있었고 일부 의견차를 좁힌 것은 사실이다”면서 “그러나 중요 안건에서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해 협상이 무산됐고 이후에 전혀 논의한 게 없는데 현대차는 현재 협상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연합회는 현대차가 판매하는 중고차의 조건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연합회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보면 제작 5년·주행 10만㎞ 이내 차량만 판매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소비자가 최우선인 중고차 사업이 아니다. 연식이 지난 중고차가 아니라 신차급 좋은 차만 팔겠다는 것이다”면서 “오히려 그 이상이 된 차량을 점검·정비해 판매하는 것이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 상승과 소비자 우선 사업으로서의 당위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합회는 “언론 보도를 통해 선악 구분이 딱 재단되어 버려 선입견이 생겼다”면서 “이번 방안에 대해서 따로 대응하지 않고 조만간 있을 중소벤처기업부의 심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의에 대해 연합회는 “중기부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심의위원들에게 줄 것이며, 위원들이 자료를 검토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재지정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현대차의 중고차 판매 조건에 문제가 있다고 동의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고차 매매업계에서 뼈있는 소리를 한게 맞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수익성과 인기가 높고 매매가 잘되는 차량은 ‘제작 5년·주행 10만㎞ 이내’ 혹은 ‘제작 3년·주행 6만㎞ 이내’로, 당장 고장날 일 없고 보증 수리 기간도 남아 있는 차량이다”면서 “전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등이 가장 높은 차종만을 골라서 판매하겠다라고 하는 것은 국내 1위 자동차업체가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인천의 중고차 수출단지 [사진=연합뉴스]
인천의 중고차 수출단지 [사진=연합뉴스]

반면 이 교수는 “중고차시장은 소비자가 중심이 되어야한다”면서 대기업 진출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 대기업의 중고차매매업 진출은 2019년 기존 6년의 유예기간이 끝나고 을지로위원회·상생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3년을 유예되었는데 기존 업자들이 2025년까지 총 12년을 유예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해당 유예 기간동안 소비자 피해가 줄어 드는 등 업계에서의 개선 노력이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대기업이 진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조사하고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76% 정도가 불쾌한 경험을 했고 그리고 52%가 대기업 진출을 찬성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이 혼탁하고 낙후됐다고 평가한 이유로 54.4%가 ‘허위·미끼 매물’을 꼽았으며, 가격산정 불신(47.3%), 주행거리 조작·사고이력 조작·비정품 사용 등에 따른 피해(41.3%), 판매 이후 피해보상 및 AS에 대한 불안(15.2%)이 뒤를 이었다. 또 완성차 업체 진출을 제한해 기존 중고차 매매업을 보호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42.9%가 반대했으며, 중고차 매매업 보호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62.3%가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발생시 구제받기도 어려워서’라고 응답했다. 

여기에 더해 이 교수는 “대기업이 진출한다고 해서 중소업체들이 다 망하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시스템 유지 비용이나 인스펙션 비용에서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들은 조금 리스크가 있더라도 저렴한 기존의 매매업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조금 비싸게 차를 구매하더라도 신뢰성 있는 차를 사고 싶다라는 니즈가 강하다면 당연히 대기업이 진출한 인증 중고차를 구매를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 사항에 맡기는 게 옳은 정책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현재 판매되는 중고 차량을 183만대로 보고 있는데, 이 중 5대 국내 제작사의 차량이 5% 미만, 현대기아차가 2.5% 미만으로 4만대에서 188만대 수준이다”면서 “현대차가 2027년까지는 7.5%를 절대 넘기지 않고 5개사가 10%를 넘기지 않겠다는 정도면 대기업 입장에서도 합리적인 의견을 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교수는 “플랫폼을 현대차가 제공하고  그 플랫폼을 영세 사업자에게도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중고차업계와 정확히 논의가 됐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앞선 7일 중고차사업 비전과 사업방향을 공개하고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 함께 성장하면서 국내 중고차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고품질의 인증 중고차 판매, 중고차 관련 통합정보 포털 구축, 중고차 매매업계와의 상생 방안 등이 골자다.

이 중 현대차는 기존 업체들과의 상생을 위해 5년이하 10만km 주행 미만의 자사 브랜드 중고차만 판매하고, 인증중고차 대상 이외의 매입 물량은 경매 등을 통해 기존 중고차업계에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로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공개, 중고차산업 종사자 교육 지원 등을 상생안으로 추진한다.

이날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의 중고차시장 진출이 소비자와 중고차시장 발전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알리기 위해 사업 추진 방향을 공개했다”면서 “중고차산업이 매매업 중심에서 벗어나 산업의 외연이 확장될 수 있도록 기존 업계와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추후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이 현실화될 경우 중고차 시장은 신뢰도 제고, 선진시스템 학습 등 기업화 전환이 가속화되며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특히 온라인 중심 인증중고차 판매로 중고차 온라인 구매 트렌드의 강화가 예상된다. 전통적 중고차 매매 사업과 달리 온라인화는 디지털 지향적이고 상당한 투자가 필요했었는데, 그동안 개인 사업형 업체 투자 여력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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